5월의 햇살은 따뜻했어
걔는 지난 5월 햇볕이 따뜻한 날, 저녁 무렵에 떠났다.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들의 배웅을 모두 받고서 엄마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그 아이답게 씩씩하고 조금은 욕심스럽고, 또 고마운 마지막 인사였다.
걔의 일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꽤 복잡하고 다사다난하다. 사실 나는 지금도 정확히 걔의 일생을 다 알지 못한다. 처음에 걔를 데려와 키운 건 S였고, S가 유학을 가면서 걔는 몇몇 보호처를 거치게 됐다. 어디 어디 도시에 살다가 결국은 우리 이모가 걔의 엄마가 되었다. 대학을 오면서 이모 집에 들어가 살게 된 나는 열한 살인 걔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엄마 집에 들어온 침입자 - 처음 보는 애완견’의 관계로 만났던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 가족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독립을 했다. 걔는 내가 이사를 한 후 며칠간 이모 집 현관에서 나를 밤새 기다렸다고 했다. 이사로 바빴던 내가 걔를 우리 집에 2주 만에 초대했지만, 마음이 상한 걔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버렸다.
내가 독립을 한 지 1년이 되어 갈 무렵 걔는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다. 이모의 일이 바빠진 탓이었다. 나는 전처럼 걔와 함께 자고 함께 먹고, 많이 웃었다. 이모는 나에게 미안해 하셨지만, 나는 걔의 존재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양손으로 안기에는 꽤 무거웠지만. 몇 주간 이모 집과 우리 집을 왕래하던 걔는 마침내 나와 살게 되었다.
걔는 잘생겼다. 눈과 코와 귀가 반듯했고 크고 까만 코는 반질거렸다. 목덜미에 있는 하얀 털은 반달 모양으로 복실거렸다. 영리하고 씩씩하고 착했다. 먹는 걸 무지 좋아했고 그만큼 눈과 비를 맞고 산책하는 걸 좋아했다. 걔는 엄마를 사랑했다. 자기를 처음 데려온 S와 그 가족들을 사랑했다. 자기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 털을 쓰다듬는 손길, 눈을 보며 안아주는 것도 사랑했다.
그리고 나를 사랑했고 나도 걔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우리는 오롯이 10개월, 사계절을 함께 살았다.
걔를 보낸 지 딱 10개월이 지나고 나니, 이제 울지 않고 걔에 대해 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