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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Sep 18. 2017

16. 임파서블 할슈타트

체코국경넘어 오스트리아로

동유럽에 도착한 내내 비다. 이 비는 언제쯤 멈출까

비가 내린지는 며칠 안됐지만 내내 비가 내려 꼭  몇 주가 흐른 것 같았다.


오늘은 한국에서 여행 준비할 때 그토록 기대했던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할슈타트로 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오늘도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울적하고 기운이 나지 않는다. 여행에서 날씨가 주는 영향이 이렇게 큰 가. 사실 날씨는 별로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나에 대해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임파서블

한국에서 교통편을 알아보던 중 할슈타트로 가는 경로로 기차와 버스로 고민하다가 숙소 앞까지 픽업을 해주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었다.

짐을 다 싸고 체크아웃을 마치고 셔틀을 기다렸다. 예약을 할 때 별다른 사항 없이 굉장히 간단한 절차였어서 반신반의했는데 시간이 되자 해당 셔틀버스기사가 숙소의 초인종을 눌렀다.

안도한 표정으로 숙소 주인과 정식 작별을 했다. 어찌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내 캐리어를 숙소 밖으로 옮기는 나를 보며 '너는 너 몸짓만 한 가방을 들고 다니는구나!' 라며 숙소 주인이 말했다.

'내 몸짓만 하다고?'

길가 내 옆에 놓인 캐리어를 내려다봤다. 허리춤에 캐리어가 놓여있었다

팔을 들어 이두박근을 만들어 보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캐리어 무게를 한 번 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셔틀은 작은 봉고차였다. 뒷좌석들은 이미 만석이라 앞좌석에 탔다. 처음엔 신이 났다. 낯선 풍경과 길이 보이고 라디오에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비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고 정면으로 보이는 먹구름과 쏟아지는 빗줄기가 무서워지려는 찰나 운전석에서 자그만 속삭임을 들었다

"임파서블 웨더.."

'....'

현지인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는데 정상인 거야? 우리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침묵은 이어졌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알아들을 수없는 언어의 신나는 음악소리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와이퍼 소리, 차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목적지까지 별 다른 대화 없이 조용히 있었다.



- 산넘고 호수넘어 할슈타트

하늘에 있던 먹구름이 점점 산허리를 감쌌다. 산허리를 감싼 구름들과 산맥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할슈타트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요정이 사는 마을. 호수가 반짝반짝 빛나는 마을.

우리가 한국에서 본 사진은 할슈타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도착한 할슈타트는 온통 우중충했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추웠다. 겨울이 아닐까? 5월인데 이렇게 추울 수 있는 거야!


짐을 이끌고 숙소를 찾기 위해 할슈타트 마을 깊숙이 더 들어왔다. 멀리서 보던 건물들을 가까이 보니 아까의 우울이 좀 가셨다. 날씨는 좋지 않아도 아름다운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체코의 모습은 각 잡힌 붉은 지붕의 건물이 특징이었다면 할슈타트의 마을은 좀 거 색채가 있는 마을이었다. 건물의 색이 다양하고 어딜 가나 테라스와 마당에 꽃이 만발했다.

일박 할 숙소를 찾았다.

우리가 묵을 숙소였다. 레이크뷰는 잡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도미토리를 벗어나는 곳으로 돈을 좀 썼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 마을을 돌아보니 산 경사에 따라 지어진 집들이 보였다. 꼭 장난감 같기도 하고 뒤에 펼쳐진 산의 풍경을 같이 보니 장관이었다.

좀 걷다 보니 호수와 맞닿은 곳이 보였다. 비가 어찌나 왔는지 호수가 넘쳐 찰랑거리고 있었다. 우리 여기 내일 못 나가는 건 아니겠지 살짝 무서워졌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지는 곳이었다. 비가 왔지만 또 그것 덕분에 산을 감싼 구름들을 볼 수 있었고 하늘이 더 낮아 보였다.

또 가족들이 생각났다. 한적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경치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나 보다.

폭포가 보였다. 저 폭포 평소에도 흘러내리는 건가.

아니면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때만 흐르는 폭포일까.

지구온난화의 여파를 여행을 하며 겪는다는 생각늘 했다. 현지에서 몇십년을 산 한국이민자들도 처음보는 프라하의우박과 현지인이 임파서블이라며 나지막히 내뱉는 폭우하며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은 걸.


잦아든 것 같은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날씨는 더욱 추워졌다. 어쩔 수 없이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맙소사 이렇게 추울수가있나. 친구와 나는 추위에 발을 동동 굴렀다.


삐그덕하는 계단을 밟고 숙소에 들어오니 깨끗하게 정리된 이불과 배게가 우릴 맞이 했다.

기대를 많이 한 만큼 아쉬운 날씨였지만 여행 내내 불편한 숙소만 써오던 만큼 편하고 안락한 숙소를 보니 피로가 풀렸다.


동유럽은 그냥 쉬었다 가라는 뜻인가 봐.

바로 내일 또 떠날 여정이기에 푹 쉬자.

덕분에 침대에 나란히 누워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얘길 하면서 웃었다. 불을 끄고도 수다는 계속됐고 배가 아프도록 웃으며 안락한 숙소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그치만 맑은 하늘을 보고 싶어요 추위에 덜덜 떨면서 돌아다니기 싫어요 내일은 제발 비가 멈추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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