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xx Oct 09. 2017

17.동유럽의 마지막 잘츠부르크

마리아의정원 미라벨의정원

장기 여행에 있어 또 다른 불편함은 무엇일까

나에게 장기간 여행의 두 번째 불편함은 바로 말을 듣지 않는 장 활동이었다.

바뀐 식생활과 화장실을 가리는 내 특이성 때문인지 프라하에서부터 이어져온 변비의 고통이 극에 달했다.

잠자리와 더불어 화장실도 가리는 지라 걱정은 됐지만 5일 동안 변비에 시달릴 줄 몰랐다.

사실 프라하에서부터 엑x비x 유럽 사이즈를 친구의 응원 속에 혼자 다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배만 빵빵해지고 소식은 없었다..

결국 나는 최후의 선택을 했다.

끝없이 먹다 보면 언젠가 나오겠지..


벼르고 벼른 조식이다. 오늘도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면 병원에 실려갈 것이 분명했다. 뷔페식으로 나온다는 깔끔한 조식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화장실을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클래식한 우드 인테리어와 빈티지한 소품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나의 관심은 오직 전투적으로 조식을 먹을 생각뿐이었다.

 

아침 7시 30분.

조식을 먹으러 내려왔다. 각종 빵과 햄 우유 시리얼 잼 등등 많은 종류와 아기자기한 식기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세심하게 마련된 음식들과 테이블로 눈이 너무 행복했다.

정말 많이도 먹은 거 같다. 빵 두 조각에 햄 종류 시리얼. 그리고 카푸치노 한 잔.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에서의 여행에서도 얻은 변비 탈출 노하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빈속에 먹는 카푸치노였다.


밖은 겨울처럼 추웠다. 봄에서 순식간에 겨울로 넘어온 기분이었다.

할슈타트의 산맥과 마을은 물안개로 둘러싸였고 아침이슬이 잔뜩 있는 그 아침 잘츠부르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침 10:18 버스 출발시각에 딱 맞춰 우리를 잘츠부르크로 옮겨줄 버스가 도착했다.

할슈타트에서 잘츠부르크로 버스로 가는 여정은 3번의 버스를 갈아타야 했었기 때문에 겁을 많이 먹었다. 혹시나 다른 버스를 타고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여행의 공포심이었다. 3번의 버스 탑승을 하며 버스기사님에게 확인하였지만 내리는 곳엔 반드시 한 버스가 있었고, 그 버스를 타고 가면 또 버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출입구에 있었다. 체코에서의 버스 타기와는 사뭇 다른 안심 할 수 있는 경로였다.


오후 1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잘츠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깔끔한 역사와 가게들을 보니 확실히 할슈타트와는 다른 도시의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아직 친구와 나 모두 도시를 더 좋아하는 걸 보니 젊긴 젊은것 같았다.

흐린 날은 잘츠부르크에 도착해서도 계속됐다.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이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공기 중에 수분이 몸을 축축하게 감싸는 것 같았다. 맑은 날보다는 기분이 차분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무난하게 숙소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너무 목이 말라 일 리터 물을 사서 벌컥벌컥 마셨다. 물 맛이 영 이상했다. 우리나라에서 마시던 그런 물맛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물이 무(無) 맛이지? 이게 뭐야?! 물 소믈리에가 있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물이었다.




미라벨 정원으로 갔다. 너무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 싫어 가까운 곳을 선택한 결과였다. 하지만 우중충한 날씨와 추운 기온에도 불구하고 미라벨 정원은 꽃의 정원이었다.

입구부터 마음을 빼앗긴 미라벨 정원의 꽃

작은 정원이었지만 이제까지의 정원들과는 다르게 꽃을 어떻게 활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지 아는 곳 같았다. 꽃 색깔들은 어떻게 저렇게 반짝반짝 빛이 나는지 연신 감탄만 내뱉었다.

빛이 나는 꽃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본 때는 학교에서였다. 기억하기로는 중학교 음악 선생님이 수업 도중 틀어줬던 것 같다. 그때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정규수업 진도가 끝나고 혹은 선생님 사정이 있으면 이런 비디오를 틀어줘서 봤었던 것 같다. 딱 봐도 매우 올드해 보이는 화소와 사운드가 기억난다. 뮤지컬 영화는 난생처음이었던 나지만 아직까지 넓은 초지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던 마리아의 표정과 몸짓이 기억난다.


이 미라벨  저 원은 마리아의 그 표정과 몸짓 노래를 부르던 행동 모든 걸 이해하게 만들었다. 나라도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절로 노래가 나오고 춤을 추고 싶어 질 것 같았다.


저 멀리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보였다.

정원을 지나 무작정 걸었다. 비가 오르듯 마는 듯하는 날씨였다. 전차가 자동차와 같이 다니는 도로는 정말 이국적이었다. 가는 길에 여러 가게에 들렸다. 모차르트의 도시답게 모든 것들이 다 모차르트의 얼굴이 있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채 가까이 다가서자 돔광장이 나왔다.

마침 오케스트라 팀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듯했는데 아직 연주는 시작하지 않았다.

지치고 추워 성채에는 오르지 않고 광장 근처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 등을 구경했다. 역시나 빠지지 않는 것은 모차르트 인형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웨딩촬영 중 인 커플
집시들의 모임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숙소로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동유럽은 작은 마을 마을이라고 생각해서 각각 거의 1박씩만 일정을 잡은 것이 굉장히 아쉬웠다. 하루만으로 어느 정도 둘러보기에는 충분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그 도시를 알아오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동유럽 여행은 유럽의 시간을 느끼기에 너무나 훌륭한 곳이었다. 길거리와 도로 하나하나에 그 세월이 녹아든 느낌이라 낭만적인 곳이었다.

잘츠부르크를 떠나면 이제 스위스다. 스위스의 일정은 길게 잡은 탓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또 동유럽에서의 일정이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워야 다시 오는 법!

다음에 다시 동유럽을 온다면 넉넉한 일정으로 그 도시의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여행을 할 것이라 다짐하고 따뜻한 숙소로 어서 몸을 옮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16. 임파서블 할슈타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