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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Nov 05. 2017

18. 토마즈색호수 사이엔 인터라켄

작고작은 스위스의 마을

유럽 여행을 하면서 제일 긴장되고 설렜던 날들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시간이었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수 있다는 것도 그랬지만 5개국을 거쳐오면서 유럽 내 나라들의 미묘하거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였다.


공항 다음으로 설렘을 줬던 곳 기차역.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을 그 어떤 곳보다 확고하게 주는 곳이었다.

찰쯔부르크에서 스위스로 간다.

처음으로 유레일 패스를 개시하는 날이기도 해서 더 긴장되고 설렜다.

유레일 패스는 유럽 내 열차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패스이다. 그전까지는 유레일을 쓸 필요가 없었어서 고이 아껴두었던 티켓을 꺼냈다. 이 티켓이 한국 집으로 배달 왔을 때 어찌나 셀렜던지. 집을 뛰어다니며 자랑하던 기억이 났다.

나 스스로 유레일패스를 사용할 국가와 날짜 도착지를 적는 패스라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 잘 못쓰면 얄짤없이 돈을 그대로 물고 기차를 타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이다.


역무원에게 유레일 개시를 알렸다. 날짜와 출발하는 시간 , 장소 도착 장소까지 다 체크해야 하는 티켓인 만큼 좋은 여행 기록지도 될 듯싶었다.


안녕 모짜르트의 도시 짤츠부르크

9:56 AM 취리히로 가는 열차를 타고 2번 환승을 통해 스위스 취리히-베른-인터라켄으로 가는 여정.

전광판에 곧 우리가 탈 열차의 스케줄을 알리는 표시가 떴다.

기차를 기다리며 플랫폼 너머 하늘을 보니 우리가 동유럽에 도착한 그 어느 때보다 푸르렀다. 어찌하여 떠나는 날 먹구름도 걷히고 해가 쨍쨍한 일인지

하늘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찰쯔부르크 중앙역 마트에서 아침으로 먹을 간단한 산 샌드위치와 디저트.

오랜 이동시간에 끼니를 때울 만한 곳은 마트에서 산 간편식품이 최적이다. 더불어 그 나라 도시의 대표 마트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나라의 시장을 가는 것도 좋지만 마트를 가는 것도 좋다. 그 나라의 주 식재료와 잘 팔리는 과자들 음료들 간편식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식품물가는 물론이고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마트에 갈 때면 항상 두근두근.  

취리히까지는 꽤 오래 기차를 타야 되는 여정이었다. 지도를 보니 한 눈에도 먼 거리였다. 첫 기차 탑승 때 캐리어와 배낭 보조가방을 바리바리 짊어졌더라도 어쨌든 한 번 앉으면 꽤 오래가는 기간이라 맘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환승역인 베른의 환승시간이 매우 촉박한 탓에 베른에 내리기 몇분 전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기차가 떠나기 전 기차에 타기 위해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차의 내리는 문앞에서 준비를 했다.

'후우..후우 할 수있다' 심호흡을 하며 생각했다.  10Kg이 넘는 캐리어를 한손에 쥐고 배낭 끈을 조여매고 보조가방을 고정켰다.  

캐리어를 기차에 올리려고 하는데 기차의 차체가 너무 위에 있어서 뒤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배낭의 무게도 한 몫했다.

오 하느님 맙소사. 목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너무 힘들었다. 하아아.. 체력도 영혼도 기차 밖에 던지고 오로지 내 몸과 짐들을 위해 기차에 탑승하길 두어 번.

허허벌판이었던 경치가 점점 높은 산맥으로 바뀌는 걸 보고 스위스에 왔음을 실감했다.


4:34 PM 인터라켄의 작은 역에 도착했다.

툰호와 브리엔츠호 사이에 있는 도시 인터라켄이다.

이 곳의 첫 인상은 높은 산맥을 뒤로 낀 스위스의 작은 마을 인터라켄. 6시간이 넘는 여정을 끝내고 발을 내디뎠을 때 쨍한 하늘과 높은 산맥들 한가로운 경치들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기차역에 두고 온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인터라켄은 너무 한적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지만 항상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곳에서 있었던 터라 건물보다 산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이 맘을 탁 트이게 해줬다. 자연친화적이라고 할까. 마음이 부푸는 느낌. 숨을 한번 크게 들이 쉬고 내쉬었다.

스위스.

내가 만날 수있는 유일한 스위스는 마트에서 파는 초콜릿이었는데 이제는 내 몸이 이 곳에 있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예약해둔 호스텔이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들어선 로비는 너무 넓고 모던하고 깨끗했다.


내가 원하던 바로 그런 곳이야. 너무 좋아!!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하고 바로 호스텔 데스크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했다. 워낙 패러글라이딩을 많이 하러 오니 호스텔에서 직접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할 수 있었다.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호스텔도 좋았지만 이날 하루 쓴 돈이 동유럽에서 쓴 돈보다 더 많음에 분명했다.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보니 숙연해진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와우 스위스의 물가는 정말 와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지니..


작지만 잘 디자인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숙소가 있는 층에 내렸다. 역시나  깔끔하고 너무 좋다. 개인적인 공간과 복도가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라 더욱 좋았다. 그 돈을 들여서 이 정도라면 쓸 만하지 뭐.


숙소에 들어왔다. 4인실의 도미토리룸. 우리가 첫 번째 도착자인 것 같았다. 세면대와 침실이 문으로 나뉘어있던 구조라 문 하나를 더 열어 침실을 봤다.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들어오는 바로 직선에 보이는 창 밖에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주 보이는 산 정상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었고 창을 가리는 어떤 건물도 없었다. 이곳에서 3번의 밤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마을을 간단하게 둘러보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나왔다.

숙소 근처에 큰 마트가 있어 저긴 꼭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위스에서 만난 고양이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마침 근처에 은행이 있어서 ATM에서 스위스 통화를 인출했다.

오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스위스 돈! 잘 간직해야지 우리나라 돈으로 이게 얼마야.


인터라켄 서역 쪽으로 가니 우리가 내린 동역보다는 약간 붐비고 가게들도 많아 보였다.

그중에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니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이 박혀있었다.

'우와 저걸 내일 내가 한 단 말이지.'


한적하게 길을 걸으면서 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한국인을 만났다. 친구와 내가 한국말로 하는 얘기를 들었던 건지 우리가 한국인인 걸 먼저 알아본 것이다. 어쩐지 홀로 나와있는 한국인인데 가족들끼리 여행을 왔다는 얘기와 이제껏 스위스에서 묵으며 관광 다닌 이야기들을 전해 듣고 헤어졌다.

고급스러운 식당과 호텔들을 구경하니 어느덧 밤 아홉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스위스 날씨는 위에 겉옷을 입어야 했지만 약간 선선할 뿐 그렇게 춥진 않았다.

동네 구경은 그만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일찍 패러글라이딩을 탈 수 있게 날씨가 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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