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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Nov 11. 2017

19.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스위스의 하늘 (1)

스위스 인터라켄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새벽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주위는 온통 깜깜했고 어제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내 코로 들어왔다.

약간은 서늘하면서 건조한 맑은 느낌의 공기다. 어디서 느껴본 공기의 촉감에 향수에 젖다 이내 떠올랐다.

어렸을 적 눈치 없이 짖어대는 시골 개의 알람에 혼자 눈을 뜬 그 겨울 시골 집에서 느꼈던 공기의 온도와 냄새였다. 공기만으로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게 실감 나다니 정말 이 곳은 특별한 곳이겠구나!


아침 7시에 시작되는 조식.

여러 음식들이 부페식으로 마련되어있었다. 다른 음식들은 지나온 나라들의 음식과 다르지 않았지만 저 곰돌이모양의 시리얼은 정말 특별했다. 진한 초코향이 가득 감싸는 씨리얼의 맛에 아침부터 친구와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이 맛을 느꼈다는 듯이 웃었다.


이 사진은 어디에서 찍은 지 아마 독자여러분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어디냐면 숙소 화장실 커다란 창에서 보이는 풍경을 찍은 사진이다. 무려 화!장!실!에서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처음 화장실 칸 옆에 커다란 창이 있다는 것에 누가 보지는 않을 까 놀랐지만 정상인이라면 화장실안을 들여다 볼 일은 없겠지. 이게 어디와는 다른 이 나라의 상식인가보다.



조식을 맛있게 다 먹고 오후 12시 15분에 올 패러글라이딩 픽업을 기다렸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러가서는 카메라를 가져갈 수 없어서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화질이 매우 나쁘다.


오후 12시 10분이 되자마자 우리가 예약한 skyfall이라는 문구가 크게 써진 차가 호스텔 앞에 멈췄고 오랜 기다림에 지루해 하던 우리는 예약 페이퍼를 들고 한달음에 차에 탑승했다.

차는 두근두근 설레여서 요란스럽게 얘기하는 우리를 데리고 어제 본 서역 작은 광장으로 데려다 줬다. 그 곳에서 파일럿들과 나머지 패러글라이딩 손님을 기다려 탑승 완료!


어제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했을 때는 몰랐던 설렘이 차를 타고 깍아지는 산맥을 향해 올라가며 미칠듯한 긴장감으로 바껴있었다. 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새 지상과 멀어져 있었다. 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득하여 내가 괜한 짓을 한게 아닌지 스물스물 후회가 몰려왔다.


'아니 내가 미쳤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파일럿을 선택하고 20여분을 달려 산 꼭대기로 올라갔다.

내 담당 파일럿과 짧게 인사를 하고 그들을 따라 패러글라이딩으로 이륙할 장소를 따라갔다.


이 장면.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이다. 저 멀리는 만년설의 깎아높은 것 같은 산맥들이 보이고 양 옆에는 들꽃들이 수두룩했다.

'아 너무 아름답다. 이걸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아까의 미친듯한 긴장감은 황홀한 풍경에 쥐 죽은 듯 제 모습을 감췄다.


얇은 다리로 커다란 배낭을 매고 걷던 나의 파일럿.


내 파트너를 따라 간 곳에서 파트너는 패러글라이딩을 펼치고 내 안전장치와 파일럿과 연결해줄 줄을 달고 정신없이 뭔가를 빠르게 척척하더니 내 뒤에 서서 천천히 앞으로 걸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앞에 이러한 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저 하늘을 나는 것이다.


파트너의 말대로 몇 발자국 걸은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발바닥 밑에 공기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뜬다!

떴다!!!

내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손과 얼굴에는 아주아주 차가운 바람이 닿았다. 귓가에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휘잉휘잉 들렸고 패러글라이딩을  잡은 내 손은 한순간에 얼어 버릴 것 처럼 차가워졌다.

내 몸도 그대로 얼음. 나는 움직일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너무너무 무서우면서 경이로운 풍경에 잠시 멍했다. 그런 나를 알아차렸는지 내 파트너가 뒤에서 어눌한 한국말을 해주며 내 긴장을 풀어주었다.

긴장이 살짝 풀어진 몇분후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손에 만져지는 차가운 바람, 폐에 들어오는 높은 곳의 공기까지 즐길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인터라켄의 마을이 손에 잡힐 듯 하면서 정말 아득하게 작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면서 여기서 추락한다고 해도 산뜻하게 착륙할 수 있을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상상도 들었다.


잊을 수 없는 그 느낌,감정을 느끼고 긴장이 완전히 풀어질 때쯤 정신을 차려보니 마을이 점점 눈앞에 가까이 다가왔고 나는 땅 위에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착륙했다.

그렇게 짧지만 황홀했던 패러글라이딩이 끝났다.


그 느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내 마음 한 켠에 이 때의 풍경,냄새,바람,촉감을 담아두고 아껴두며 꺼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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