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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Oct 29. 2018

호밀밭의 반항아

모든 것을 바쳐 글을 쓴 작가의 이야기

*영화리뷰 글입니다. 영화를 보기위해 읽어보는 분에게는 과도한 정보가 영화관람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고전문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고전작품인 것에 비해 고전문학시리즈라 출간된 작품들을 읽어본 비율은 소박하다. 한국의 고전문학들은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학습과 학교 권장도서를 통해 그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더라도 읽어본 경험이 많지만 해외 고전문학들은 어느 시기 포기한 이례로 읽어보지 않았다. 누군가는 고전이라는 이름을 획득한 것, 21세기까지 계속 팔리고 출판되는 것 자체에서 그 작품은 보장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고전은 21세기를 살고있는 내가 극복하기 힘든 시대 간 간극이 느껴져 선호하진 않는다.

호밀밭의 파수꾼 또한 그랬다. 한창 고전문학 읽기 도전에 열을 올릴 때 도서관에서 빌려본 호밀밭의 파수꾼은 단 세장을 읽고 그대로 반납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에서,홀든 코필드에게, 그리고 책 자체에서 느껴지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치기는 내가 소화시키기에는 부담스러워 체할거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작가에 대한 관심도 그의 책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기에 호밀밭의 반항아가 개봉했다는 소식은 이웃집이 이사간 소식처럼 관심이 없었다.

호밀밭의 반항아라는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쿠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 관심 없던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이 영화는 나에게 분명한 잔상을 남겼다.



-인생을 온전히 글쓰기에 바친 사람에 대한 영화


publishing is everything

제리가 글을 쓰는 목표는 오직 등단, 출판을 해서 이름을 알리기 위함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여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혹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 이유는 여럿이다.

글쓰기를 위해 들어간 대학의 지도 교수에게 뜻밖의 한마디를 듣는다. 진정한 작가가 되는 것이란 어떠한 대가를 감수하더라도 글을 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란 말.

publishing is not everything

출판이 모든 것이던 제리를 바꿔놓은 것은 전쟁의 참혹함이었다. 전쟁 이 후 그 어떠한 글도 쓸 수 없었던 제리는 점차 글쓰기 그 자체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찾아간다.

오로지 글을 쓸 때에만 평화를 느끼며 제리는 영미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일생 일대작을 끝으로 출판을 하지 않겠다 선언한다.


-예술가의 비극

비극적인 삶을 산 예술가, 삶은 황폐했지만 마스터피스를 만들어 역사에 기록된 예술가에 대한 대중의 애정은 끊임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그동안 지겹도록 반복된 예술가의 비극을 그린 전기영화라는 점은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산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후대에 진부하게 느껴지니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제롬 데이비드 셀렌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사랑하는 팬들은 이 영화를 보면 일렁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서사의 절정은 홀든 콜필드와 헤어지지 않고 그의 말을 완성하며 오랜시간을 거쳐 홀든 콜필드를 세상에 선보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리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출판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나에게 잔상을 남긴 것은 영화 속 단 한마디였다.



-”글을 쓸 때에만 평화를 느껴요”

제리는 홀든 콜필드 그 자체였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적응할 수 없었다. 요동치는 감정과 그로인한 위태로움은 그를 어느곳에도 정착할 수 없게 했다. 제리는 오직 글을 쓸 때에만 고요를 느끼고 평화를 느낀다. 완전한 몰입과 그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나를 온전히 바칠 수 있는 그 모습이 짐짓 숭고해 보이기 까지 했다.

굳이 출판을 포기해야 했을까라 한다면 제리는 외적인 평화와 내적인 평화 중 내적평화를 선택한게 아닐까 싶다. 다듬고 교열해야하는 직업적행위의 글쓰기와 완전한 몰입의 평화로 향하는 내면을 위한 글쓰기는 그에겐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열정은 다른 사람을 움직일 만한 힘을 가진다. 한 사람의 전기로 인해 타인을 움직일 힘을 가지게 한다는 것만으로 위대하다.  

나는 이 영화가홀든 콜필드를 사랑하는 사람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열정을 가져다 줄 의미가 있을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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