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 인간은
발과 손이 차가워 짐에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마우스를 잡은 손끝이 차가워지고, 여름엔 시원했던 마룻바닥을 걷는 발바닥엔 한기가 스민다.
올해는 계절의 변화를 마음껏 느꼈다.
햇볕은 따사롭지만 바람은 습하지 않았던 봄을 지나 초록의 빛이 온 세상을 감싸는 여름
갈색 빛이 구석구석을 비추는 가을을,
들이마쉬는 숨에 피부에 맞닿는 바람에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에는 많은 함의가 있다.
기쁜 일, 가슴 벅찬 일, 눈물이 흐를 만큼 슬픈 일, 가슴이 답답해질 만큼 아득한 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머리만 감싸 쥘 수밖에 없는 일
이런 일들을 내 삶의 크나큰 변곡점을 남기지만 이러한 개인의 감상들은 신경 쓰지 않으며 계절은 가고 또 온다.
나는,
그렇게 명랑하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인생의 위기 속에서는 반드시 긍정을 생각하고 싶다.
누군가의 아픈 소식에도 반드시
그러니까
가슴이 무너진 모두에게
우리 서로 기대면서, 손 잡아주면서 같이 가자고
그저 오늘은 이 말이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