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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Nov 21. 2019

범죄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마인드 헌터

1. 캐릭터들의 캐미스트리

범죄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강력범죄를 마주할 때마다 끔찍한 범죄자의 범행 동기를 듣게 된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생각한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저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지?

넷플릭스 시리즈인 마인드 헌터는 이러한 왜,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며 수사를 하는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이다.  범죄를 왜, 어떻게 저질렀는지를 연구하고 패턴을 찾아내 새로운 범죄자들을 추적해 나간다.


시즌1은 마인드 헌터의 주인공 홀든 캐릭터의 특성을 말하고 프로파일링의 시작을 정립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모든 극의 매력은 플롯과 연출 캐릭터의 삼박자에서 나온다. 특히 수사극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캐릭터를 정립하고 서로의 캐미스트리를 발휘될 때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마인드 헌터는 캐릭터 각각의 매력과 서로의 캐미스트리 정립에 성공한 드라마라고 느꼈다.  

왼쪽부터 <웬디, 홀든, 빌>

1. 홀든 포드

마인드 헌터 시즌1에서는 홀든의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보여주는데 쓴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부분 홀든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천재적인 직감과 오만함을 가진 캐릭터이다. 천재지만 오만함을 가진 캐릭터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드라마에서 다뤘지만 홀든의 매력은 귀족 같은 자태와 어린 나이에서 오는 열정 나이브함에 있다. 홀든은 자신의 천재성을 굳이 뽐내지도 않지만 선택하는 언어와 행동에 자신을 남들과는 다른 비범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오만함이 묻어 나온다.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잘났다고 생각하지만 문명인으로써 그것을 애써 티 내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다 티가난다는 것이 이 캐릭터의 포인트이다) 그리고 그 오만함은 사건을 해결할수록 절정에 치닫고 캐릭터들과의 갈등도 절정에 치닫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천재 캐릭터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드라마 <셜록홈스>의 홈즈와 <마인드 헌터>의 홀든을 비교하자면 셜록홈스의 사회성은 10%  홀든은 약 67.8%가량의 사회성을 가진 천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셜록은 자신의 오만이 오만인지 모르고 또 그게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재수 없게 여기는) 영향을 줄지 신경 쓰지 않지만 홀든은 자신의 오만을 오만인지 알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평판을 재수 없게 만들어주는) 영향을 줄지 알고 신경도 나름 쓰지만 자신의 행동은 언제나 맞기 때문에 수정할 만큼은 아닌 것이다. 글로 쓰면 아주 미묘해 보이지만 각자 캐릭터를 맡은 배우가 연기하는 톤은 천지차이다.

<셜록홈스>의 셜록의 추리 묘사는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다다다 쏘아붙이는 셜록 특유의 추리와 그를 뒷받침하는 연출은 <셜록홈스>의 트레이드 마크다. 반면 홀든의 프로파일링은 긴 정적, 차분한 말투, 일정한 톤을 가진다. 왕자님의 자태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홀 든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나단 그로프의 연기톤과 행동 또한 캐릭터의 특성을 잘 표현한다. 드라마를 보며 홀든의 말투와 행동을 살펴보면 엘레강스(재수 없음을 내포) 그 자체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왕자가 평민들 세계로 들어와 평민들 세계에선 어울리지 않는 단어와 말투로 그들의 실제 생활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 듯하다. 그 장면은 초기 빌과 홀든이 여러 지역의 경찰서를 돌며 강의를 할 때 잘 나타난다. 진흙탕 튀기며 뒹굴고 싸우는 게 주된 곳인 허름하고 낡은 펍에 먼지 하나 안 묻은 고급스러운 제복을 입고 백마를 타고 나타나 레이디스 앤 젠틀맨 이라며 운을 떼는 캐릭터가 홀든이다. 그러면서 싸늘한 반응과 마주하면 뒤돌아서 어깨를 으쓱하며 나와 수준이 안 맞는 사람들이군(하지만 내가 맞아)이라는 생각을 속으로 할 그런 캐릭터 말이다.

2. 빌 텐치

수사극에서 남-남과의 파트너십에서 흔히 사용되는 게 유사 부자관계이지만 홀든과 빌은 유사 부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홀든의 나르시시즘 덕분에 빌을 유사 아버지의 위치에도 오르지 못하며 오히려 홀든을 보조하는 동료 정도로 생각된다. 하지만 빌의 하는 역할은 홀든이 생각하는 보조적 역할보다 크다.

사회회가 67.8%가량 장착된 홀든과 달리 빌의 사회화는 120%라고 할 수 있다. FBI에서 오랜 기간 있었던 경험에서 오는 눈치와 타고난 사회성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점 덕분에 대부분 빌과 홀든의 씬에서 매우 높은 캐미스트리를 보여준다. 현장에서의 경찰관들의 언어와 행동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주며 FBI 내의 상관이 바라는 바와 자신의 역할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는 홀든보다 더 프로페셔널적이며 직장인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홀든이 상황과 때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면 둘이 있을 때는 재수 없게 좀 굴지 말라며 말하고 홀든이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는 나타나 상황과 때에 맞는 말로 정리한다.

빌은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다. 홀든의 직감에 의한 수사 규정을 넘는 수사를 어느 정도 용인해주지만 최후의 순간이 오면 선을 지키고 잘못을 시인한다. 그렇다고 발을 빼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인정할 건 인정하는 전형적인 수사물의 남자 캐릭터이다.


3. 웬디 카

웬디는 보통 남-남 듀오의 수사물에서 의례 그렇듯 여자 캐릭터가 그들의 감정적 지지자, 혹은 분위기 메이커, 남모를 과거를 간직하고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든 여성 등 "여성스러움"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등의 관습적 수사물 여자 캐릭터를 쫓아가지 않는다. 웬디는 구성원 중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원칙주의자이다. 홀든과 빌의 시도는 자신이 바라는 연구에 부합하기 때문에 합류하였고 그 연구과정에 어떠한 직감이나 예외도 용납하지 않는다.

웬디는 이성적이고 정형화된 규율을 지키며 홀든과 빌의 선을 넘은 인터뷰 업무에 브레이크를 건다. 이 여성 캐릭터의 이러한 브레이크는 매우 주목할만하다.

홀든과 빌은 미성년자 살인사건을 수사하며 용의자의 자백을 받기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피해자를 향한 성적으로 저속한 말을 사용한다. 그 과정에 유일한 여성 팀원인 웬디 때문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추잡스러운 변명도 하며 자신들의 비리를 정당화한다. 남-남 수사물에서 이러한 선을 넘는 수사 플롯은 자주 등장하다 못해 매우 클리쉐가 되어버렸다. 본인들끼리의 봐주기 수사관행을 마치 의리의 필수 관문, 당연히 팀이라면 이 과정 정도는 인정하고 넘어가 주어야 진정한 팀으로 인정을 받는 식이었다.

이러한 수사물에 웬디의 등장은 뺨을 날리며 더 이상 안된다며 선을 긋는다. 웬디는 남성들의 수사의 문제점을 즉각 상부에 보고하며 브레이크를 건다. 홀든과 빌에게 따로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상부에 보고하는 식의 브레이크는 보면서도 인상을 찡그리게 만들었던 관람자의 손과 악수하며 동조한다. 그리고 이것은 마인드 헌터 제작자로 샤를리즈 테론이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홀든과 빌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반면 웬디 캐릭터는 창작에 의한 캐릭터라는 것 또한 그렇다.

그런 웬디가 FBI행동과학부에 소속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하고 이사를 오면서다. 본격적으로 Coworker로서 그들의 사생활을 알아가는 것은 시즌2에서 시작된다.


시즌2에서는 본격적인 프로파일링 업무에 들어가며 겪는 캐릭터들의 묘사가 시작된다. 빌의 가정에서의 충격적 사건과 프로파일링 하는 범죄자들 사이에서 겪는 혼란과 레즈비언이라는 사생활에서의 문제와 FBI내에서 자신의 역할에 갈등하는 웬디, 그리고 계속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홀든.

세 캐릭터의 관계성에 주목해 본다면 마인드 헌터를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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