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위한?!
중환자실에서 담당인 환자와 8시간 이상씩 며칠 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이 환자가 확 변할 때가(뭔가 사고가 나겠다!)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젯밤도 IABP로 ABR을 유지해야 하는 80대 고령의 환자가 갑자기 천장에서 뭐가 보인다고 하면서 횡설수설하며 벌떡 일어나면서 IABP를 제거하려는 행동을 보였다.
대퇴동맥에 관을 통해 심박동을 돕는 풍선이 들어가 있어서 잘못하단 대퇴동맥이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라.
바로 억제대를 적용하고 주치의에게 notify 후 돌아온 답변은 haloperidol 2mg IM.
'그래 이 약 맞고 편히 주무세요.'라는
마음으로 환자에게 주사를 놓으려 하자 환자가 갑자기 또렷한 눈빛으로 나한테 이야기한다.
무슨 약이냐? 나를 치매 환자 취급하지 마라. 투약을 거부한다.
그 짧은 순간에 얼마 전에 보았던 KBS '존엄한 요양' 시사 프로그램이 생각이 났다.
요양병원에서 노인들을 쉽고 편하게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침대에 묶는 ′신체적 구속′ 또 다른 방법은 ′화학적 구속′ (약물투여)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1998년 후쿠오카 현의 10개 요양병원이 신체구속 폐지를 선언하면서 신체 억제대 사용을 최소화한다. 그러면서 억제대 사용을 지양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지금 이 환자는 만약에 IABP가 빠지거나 출혈이 생긴다면!!!!
(요즘 병동 사건사고 발생률은 입사 이후 최고를 달리고 있다 -_+
사고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젤 우선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환자는 정말 원하지 않았고 결국 보호자를 불렀다.
새벽 한 시 아들을 본 환자는 조금 마음이 진정되는지 불안감이 잦아들며 나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물론 보호자가 가고 다시 올 4시간 동안 환자는 횡설수설했고 나의 나이트 멘탈도 정신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10에 1건 있을까 하는 좋은 case이고 보통 환자를 믿고 억제대를 풀거나 여유를 두는 순간 extubation 및 각종 line 제거가 이뤄지면서
● 사건 보고서 작성 →depression 빠짐 → 자신의 직업에 대한 회의감 →환자에 대한 불신→ early 억제대/약물 적용 ● 으로 이어진다.
자신을 보호하려면 무조건 억제대 적용하고 화학적 구속까지 적극적으로 시키면 된다.
과연 그건 환자를 위한 결정일까?
하지만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게 되면 치료가 지연되고 치명적일 경우 정말 expire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윤리적인 딜레마에 늘 빠지는 게 특히나 ICU nurse이다.
늘 이상은 저 멀리 있다.
간호사 대 환자 비율 등의 근무여건 개선 등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직업적 양심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환자 안전도 지킬 수 있다.
억제대 없이 환자들 돌보는 게 이상(理想/ideal)적인 간호이겠지만 병원 입장에선 환자를 위해
간호사를 늘린다는 것은 하나의 이상(異常/abnormal) 일터이다.
병원은 사고를 줄이라 하면서 수익을 위해 인력 또한 줄여나가니 결국
많은 간호사들에게 환자에게 억제대를 하고 너의 직업적 양심은 버리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나의 직업적 이상과 멀어지는 자신을 보면서 여길 떠나야겠다라는 생각을 키워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