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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Nov 30. 2024

할머니의 봉사활동

치료실 이야기

몇 달에 한 번씩 잊을만하면 찾아오시는 80대의 할머님이 한 분 계시다. 항상 왼쪽 어깨와 팔이 아프다며 오시는데, 너무 가녀린 몸을 보고 있자면 무슨 일이든 내려놓고 쉬시라고만 하고 싶어 진다.


할머님은 매주 성당에 봉사활동을 다니신다. 하루는 실내화를 수십 켤레 빨았다고 하셨고, 하루는 김장을 담갔고, 어떤 날은 주방일을 하느라 바빴고, 또 어느 날은 무거운 식판을 나르느라 애쓰셨다.


봉사 일을 줄이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고작 한 주 쉬시다가도 기어코 다시 성당으로 향하신다. 그렇게 아파지면 와서 침을 맞으시고, 조금 견딜 만 해지시면 성당에 나가시길 반복하시던 어느 날, 문득 할머님의 마음이 보였다. 


"봉사활동이 oo님께 큰 기쁨이시죠?"


"네. 정말 재밌어서 가는 거예요."


"더 오래 봉사활동 다니실 수 있게 조금만 덜 힘든 일 하셨으면 좋겠어요.."


"네 선생님. 이젠 성당에서도 자꾸만 저를 명단에서 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섭섭하셨겠네요. 그러니 우리 이제는 조금씩 요령도 피워보고 그래요. 오래오래 봉사활동 다니셔야 하니까요."


매번 봉사활동 쉬시라고, 그만 나가시라고 하는 내 말이 얼마나 야속하셨을까. 한결 밝아진 할머님의 목소리가 마치 소녀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을 살아있게 만드나 보다. 할머님께서 오래오래 봉사활동을 다니실 수 있게 어깨가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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