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실 이야기
몇 달에 한 번씩 잊을만하면 찾아오시는 80대의 할머님이 한 분 계시다. 항상 왼쪽 어깨와 팔이 아프다며 오시는데, 너무 가녀린 몸을 보고 있자면 무슨 일이든 다 내려놓고 쉬시라고만 하고 싶어 진다.
할머님은 매주 성당에 봉사활동을 다니신다. 하루는 실내화를 수십 켤레 빨았다고 하셨고, 하루는 김장을 담갔고, 어떤 날은 주방일을 하느라 바빴고, 또 어느 날은 무거운 식판을 나르느라 애쓰셨다.
봉사 일을 줄이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고작 한 주 쉬시다가도 기어코 다시 성당으로 향하신다. 그렇게 아파지면 와서 침을 맞으시고, 조금 견딜 만 해지시면 성당에 나가시길 반복하시던 어느 날, 문득 할머님의 마음이 보였다.
"봉사활동이 oo님께 큰 기쁨이시죠?"
"네. 정말 재밌어서 가는 거예요."
"더 오래 봉사활동 다니실 수 있게 조금만 덜 힘든 일 하셨으면 좋겠어요.."
"네 선생님. 이젠 성당에서도 자꾸만 저를 명단에서 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섭섭하셨겠네요. 그러니 우리 이제는 조금씩 요령도 피워보고 그래요. 오래오래 봉사활동 다니셔야 하니까요."
매번 봉사활동 쉬시라고, 그만 나가시라고 하는 내 말이 얼마나 야속하셨을까. 한결 밝아진 할머님의 목소리가 마치 소녀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을 살아있게 만드나 보다. 할머님께서 오래오래 봉사활동을 다니실 수 있게 어깨가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