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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ug 11. 2024

내가 죽으면, 반려견을 나를 먹을까?

자주는 아니지만, 쿼라(Quora, 질문하고 답하는 사이트)의 질문들을 보는데 얼마 전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혼자 살다 죽으면, 반려 동물(개, 고양이, 새)은 언제쯤 나를 먹기 시작할까요?"

이 질문에는 여러 답변들이 달렸다. 물론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는 될 수 없으니, 다들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기이거나 먼 친척의 이야기였다. 그렇지도 않으면 어디서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한 사람은 몇 주가 지나도 고독사가 발견되지 않아, 반려견도 같이 죽었다는 이야기였는데 시체에는 개가 먹으려던 흔적도 없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들은 보통 주인을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 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향한 신뢰도는 처참할 정도로 낮았다. 어떤 이는 자신의 고양이가 자신을 먹을지 말지가 궁금해 죽은 척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고양이가 천천히 다가와 자신을 핥기 시작했다. 반응이 없자 아주 약하게 깨물어 자신이 죽었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다. 그렇게 살짝살짝 깨물기 시작한 고양이는 조금씩 강도를 더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먹으려는 의도를 드러내서 실험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물론 나는 이 답변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웃자고 한 농담일 것이다.) 질문에 달린 답변들을 읽어보니, 아래와 같은 결론으로 모아졌다.


1. 개는 절대 주인의 사체를 먹지 않는다. 설마 같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더라도 말이다.

2. 그러나 고양이는 배가 고프면 주인의 사체를 먹을 것이다.

3. 새는 그 중간 어디쯤이다. 처음부터 먹을 생각은 없지만 배가 고파지고 사체가 부패하기 시작하면 먹을 것이다.


고독사가 여기 스웨덴에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가끔씩 보는 지역 신문에는 혼자 사는 한 노인의 사체가 몇 달이 지나서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있기도 하다. 스웨덴에는 유독 혼자 사는 노인 가구가 많다. 이혼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거니와,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남성은 대부분 먼저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자식들이 있을 법도 한데, 우리나라처럼 자주 부모 찾아뵙는 그런 문화가 여긴 없다. 이래저래 혼자 사는 이곳의 노인들을 보면서, 나도 쿼라에 올라온 같은 질문을 가진 적이 있다. 

'이 새끼는 내가 죽으면 나를 먹을까?'

저렇게 멍청하게 데헤헷 귀여운 표정만 짓는 강아지가 나를 먹을 생각이나 할까?

참고로 내가 키우는 강아지 알도(Aldo)의 모습이다.


솔직히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죽으면 뭐 나는 이제 죽은 고깃덩어리에 불가한데, 그거라도 먹으면서 강아지가 육체를 보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누군가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물론, 이 새끼가 사람 고기 맛을 알아 버리면 조금 그렇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입양되고 난 후에도 사람 고기를 먹으려고 한다면 그건 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 점만 제한다면, 내 사체를 먹어 강아지가 살아난다면 나는 별 의의가 없다. 나는 내가 죽고 난 뒤의 내 몸뚱이에 별 관심이 없다. 물론 혼자 살다 죽어 주변 이웃에 악취나 풍기는 그런 민폐는 싫고 적당히 깔끔하게 처리되길 바랄 뿐이다. 나는 내 장례식도 없길 바라고, 내 무덤도 없길 바란다. 그렇기에 내 이름이 적힌 비석도 없길 바란다. 그냥 아무 일 없듯 그냥 그렇게 세상에서 깔끔하게 사라지고 잊혀지면 좋겠다. (이걸 유언장으로 작성해 놔야 겠다.)


우리 집 알도는 자신의 밥그릇을 뺏어가도 한 번도 으르렁거린 적이 없다. 속담(?)에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강아지는 밥 먹을 때 건드려도 아주 조용히 슬픈 표정만 지을 뿐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내가 키우던 개들은 밥그릇을 뺏거나 쓰다듬기만 해도 으르렁 시전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물정에 어두운 우리 집 강아지가 내가 죽으면 나를 먹을까? 부디 나를 먹어서라도 살아 남으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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