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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Nov 18. 2024

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의 또 다른 명작

영문제목: Butcher's crossing

작가: 존 윌리엄스 (1922-1994)

출판연도: 1960



존 윌리엄스는 살아생전에 주목을 받았던 작가는 아니었다. 그가 남긴 책도 몇 권 되지 않을 정도 적다. 그의 수작으로 꼽히는 스토너(Stoner)는 3,000부 정도 판매되고 절판되었다. 그렇게 뛰어난 작가가 역사 속으로 묻히나 싶었다. 그러나 존 윌리엄스의 책을 읽은 일부 독자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면서 그가 쓴 책들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 때 이런 말이 독서가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고 한다. "너 스토너 아직 안 읽어봤니?" 물론 그의 사후 일이다.

유튜브를 통해 그가 쓴 책의 리뷰를 보면, 극찬 일색이다. 이렇게 뛰어난 작가가 어떻게 숨겨져 왔을까? 우리는 대단한 작가 하나를 상실할 뻔했다. 사실 알려지지 않은 존 윌리엄스 같은 훌륭한 작가가 얼마나 더 많이 있을까?


그의 책 스토너는 과히 명작에 가깝다. 이제까지 읽은 책 중에서 인생책이라고 손꼽아도 부족할 부분이 없을 정도다. 그 덕에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그의 또 다른 명작으로 불리는 부처스 크로싱을 최근에 읽었다. 스토너를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처스 크로싱 또한 스토너에 준할 정도로 잘 쓰인 작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책 읽기를 끝낸 지금의 나는 그들의 말에 나도 깊이 동의한다.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윌 앤드루스는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서부의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거기서 가죽 거래상 맥도날드의 소개로, 사냥꾼 밀러를 만난다. 앤드류스는 사냥은 물론이고 서부의 거친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앤드류스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로 짐작되고 하버드 대학의 교육을 받은 배경을 보면, 이런 사냥꾼과 어울릴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앤드류스는 자연에 대한 동경 혹은 새로운 도전을 갈망하는 듯 보였다. 밀러는 앤드루스에게 고산 지대에 있는 대규모 버팔로 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앤드류는 밀러와 함께 사냥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앤드루스가 자금을 대고 밀러는 사냥꾼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렇게 사냥꾼 밀러, 그의 친구 찰리, 그리고 가죽을 벗겨낼 기술자 스나이더와 앤드류스까지 총 4명에 서부로 버팔로 사냥에 나선다. 그렇게 여정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들은 곧 자연의 광활함과 그 잔혹한 현실에 직면한다. 그들이 떠난 사냥의 이야기, 그리고 광활하고 거친 자연 속에서 고전분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냥을 끝내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책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서부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 맨날 총 쏘고 먼지 날리는 공간에서 말로 추격하는 이야기'로 서부영화를 폄하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의 서부 영화를 제외하곤 대부분 지루하게 봐왔던 나였다. 그런 나에게 또 다른 서부 이야기 책이 손에 쥐어졌으니, 뭐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스토너는 그렇게 좋았는데, 이 책은 어떻게 이렇게 지독하게도 지루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이해는 간다. 같은 작가라도 어떤 책은 수작이고 다른 책은 수준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어떤 작가라도 그렇다. 다 좋을 수는 없다. 그런데 많은 책 리뷰어들이 이 책, 부처스 크로싱도 '스토너에 준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했기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너무 지루하다 못해 중간에 책 읽기를 포기할까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끝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단순히 스토너를 쓴 작가에 대한 기대였다. 그가 쓴 책이라면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고 판단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인생책을 읽게 해 준 작가에 대한 예의라고 믿었다. 물론 책을 다 읽어도 이 책을 좋아하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이 책은 마지막에 모든 것이 쏟아진다. 혹 이 책을 읽다 포기할 생각이 든다면 꾹 참고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책은 지루한 이야기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응축하고 마지막 장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 그 이야기의 폭발적인 힘을 느껴보길 권한다. 

어떤 내용인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말할 수는 없다.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다만, 그의 책 중 2권을 읽은 나로서는 작가가 삶을 상당히 시니컬하게 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 통찰력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도대체 작가는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존 윌리엄스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많은 리뷰어들이 했던 말을 반복한다. '부처스 크로싱'은 존 윌리엄스의 또 다른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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