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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라차 소스를 곁들인 등심 스테이크

한풍루는 음식을 담고 진묵은 그릇을 만듭니다




혼자 먹는 밥상을 차릴 때가 있다.


진묵은 밥과 국, 

그리고 생선 한 토막과 

나물, 김치 등을 찬으로 하는

한식 식사를 즐긴다.


삼시 세 끼를 그처럼 먹으면

탈 날일도 없고

아플 일도 없건만







그가 없는 밥상에는 

꼭~~ 돼지고기나 닭고기


그리고 소스는 조금 맵게,


고기 겉면은 감칠맛 있게 식감을 살리고

안은 촉촉하게 조리하고


밥 대신 오트밀이나 퀴노아를

꺼내 든다.







오미자를 연하게 탄 얼음물에

바질 꽃대를 동동 띄워

한 잔 준비한다.


첫 해에 바질을 키웠을 때는

이 맛과 향의 즐거움을 알지 못해서

화초로 남겨두었으나


이제는 바지리가 없으면 섭섭할 듯하다.







혼밥,


혼자 먹는 밥상일 때도 신경 써야지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나가서 식당에서 먹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맘 편할 때도 있다.







우유에 폭 담가서 몽글몽글해진

오트밀과 블루베리의 궁합은 

꽤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입맛을 잃었던 지난여름,

생기를 북돋워 주었던 것은

의외로 애플망고였다.


생과는 비싸서 엄두를 못 냈고

냉동을 사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면서


한 봉투씩 꺼내 먹었다.


애플민트를 뿌려 먹으면

두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눈이 번쩍 뜨였다.







겹살이가 비싸면 등심을 먹으면 된다.


기름기 많은 부위보다 적은 부위를 선택해

맛나게 요리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보지 못한 

뉴욕의 눈 쌓인 거리를 떠올리며


소금을 소복하게 뿌려주고


후추도 후춧후춧~~!!


구우면서 다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충분히 뿌려준다.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센 불에

철팬을 올린 후 연기가 살짝 

피어오를랑 말랑할 때,


고기를 넣고 쇠고기를 굽듯이

한쪽 면씩 구워준다.


나름 시어링이다.






옆면을 보았을 때 얼추 위아래의

익은 부분이 살짝 맞닿은 듯하면

불에서 내려 휴지를 시킨다.


그렇게 열을 받은 고기를 

3분 정도 레스팅 시키면


고기 안에서 마구 충돌하면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는 육즙들이


고기의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안에서 차분하게 중심을 잡는다.


그러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육즙이 바깥으로 흘러내리지 않으니

촉촉하고 부드러운 등심을 만날 수 있다.







오트밀에 우유를 붓고 

촉촉하게 불려 놓고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와

간장 그리고 홀그레인 머스터드,


편으로 썰은 마늘과 로즈메리를 넣고

물을 부은 후 끓여준다.






소스 맛을 보아

맘 속에 굿굿 소리가 들리면


고기를 넣고 소스에 같이 졸여준다.


그리고 갈빗집 고기맛이 생각나서

토치로 겉면을 살짝 태워준다.


소스의 감칠맛이 업그레이드되겠지,










혼자 먹을 때도 고기와 곡물,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차려서 먹으면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혼자만의 조용한 접대...







여름과일인 수박과 참외가

그리 맛있어서 달고 살았지만


올해는 가마를 짓는 현장에 

가져다 놓기 바빠서 

내 몫으로 돌아오기 어려웠고

이리 디저트를 먹곤 했다.







고기를 구울 때 쓰려고

로즈메리를 올리브유에 담가 놓았다.


향이 잘 우러나면

맛나게 뿌려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자그마한 베란다 텃밭이 주는

향기로움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망고와

매콤한 소스에 구운 등심,


그리고 편으로 잘라 같이 구운 마늘에

작은 바질 잎사귀 한 잎을 곁들여

입에 쏘옥~~ 넣으면



그야말로 입안에서 향연이 벌어진다.


고맙군하,






이렇게 어느 날은 혼밥을 먹었고

스스로에게 오랜만에 

맛깔난 음식으로 대접을 했다.


바깥공기를 맡으면서 

베란다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음식 담는 한풍루

그릇 만드는 진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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