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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스타 Jul 28. 2024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에너지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어릴 적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혼자 보다 둘, 둘 보다 셋이 좋았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자 쇼핑, 영화, 여행을 다닌 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에겐 신기한 일이었다.

학창 시절에 화장실도 친구들과 팔짱 끼고 가는 걸 좋아할 정도로 나는 옆에 사람이 붙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스타일이었다


마흔, 아티스트웨이, 글쓰기 이 세 가지가 나에게 온 이후부터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무언갈 시도할 때 어색하고 민망하고 부끄러운 상황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지금은 꽤 자연스러워졌다.

어느 순간부터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어려워할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인식하는 혼자 있는 시간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시작은 어린 시절의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빴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자랐는데, 가끔 내가 없어져서 찾다 보면 늘 옆 집에 있었다고 한다. 집에 있던 과자들을 가득 싸서 형제들이 많았던 옆 집에 가서 나눠주며 같이 노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나를 보며 할머니는 동생을 낳아서 외롭지 않게 해야 한다며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둘째를 권유했고, 연년생으로 두 명의 여동생이 생겼다.


"나는 동생들과 왜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라고 물으면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인지 부모님이 안 계실 땐 마치 엄마가 된 것처럼 동생들을 챙기고,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어서 동생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하는 장녀였다. 30대가 된 동생들이지만 여전히 내 눈엔 어리고 사랑스러운 동생들이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책에서 '혼자 있는 시간들'에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도 직장인 보다 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고, 하루라도 일정이 비어 있으면 불안한 마음 때문에 꽉꽉 채워서 일상을 보내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했고, 일이 없는  날에도 미팅 일정이라도 만들어서 움직이는 활동량이 많은 스타일이다.


아티스트웨이 워크숍을 수 차례 참여하고, 진행하면서 알게 된 나의 습관 중에 '일 강박' 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나는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고 주변에 많은 것들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나에게 집중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려워했다.

'일을 위해 움직이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나를 위해 움직이는 나'를 찾아야 했다.

나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독서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였다. 글을 쓰면서 내 진짜 속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들을 만나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은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가 되었다.


'멍 때리기' 즉, 사색하는 시간.

사색하는 시간에 대한 불편함도 있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을 어려워하니 당연히 사색 또한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과 사색, 그리고 글쓰기가 하나가 되어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다.



어떻게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과감하게 일주일 중에 하루를 스케줄에서 비워 놓는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프로 계획러에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보내는 일상은 지옥과도 같다. 계획 없는 일상에 대한 불편함은 어마어마하다.

불안함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까?'

'일도 미팅도 없는데 뭐 하지? 그냥 있어도 되나?'

'이렇게 무료하게 보내도 되나'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며 괴롭히기도 했다. 그 과정을 이겨내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걸 못 하는 사람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일 테니까.



아티스트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창조적 고독, 다시 말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재충전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창조성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아티스트웨이 중에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혼자 있는 시간'에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 과정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통해 지금은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혼자 있는 시간보다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았고,

주말에도 남편과 보내는 시간으로 인해 나에게 집중된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었다.


최근에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일을 잠시 내려놓고 하루를 비우고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에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가고 싶었던 카페도 가고, 거닐고 싶었던 거리를 걷는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 시간 자체를 즐긴다.


남편이 출장 간 3일 동안 내가 혼자 있을 때 뭘 할지 궁금했는데 나의 일상을 심플했다.

요가를 하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혼자 있을 때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걸 텐데 나는 그 시간에 명확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풍경이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는 순간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시간 제한 없이 읽는 여유

카페라테가 맛있는 카페를 우연히 발견한 순간

요가 수련 하러 가는 순간


혼자 있는 시간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다 보면 내 감정,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글을 쓰고 싶어 진다. 최근 글쓰기 모임을 하다가 관뒀는데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사로잡았고 더 이상 글쓰기 모임이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간을 정해두고 기간 내에 써야 하는 강박이 내 일과 내 삶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감정이 들었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어둠의 세계로 끝까지 밀어 넣는 타입이라 힘들었다.

그 시간들이 지난 몇 개월간 글을 쓰지 않았고 텅 비워둔 채 브런치를 외면하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 글을 쓰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사색의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글이 써졌다.






<순간의 기록> 매거진을 발행하고 아무 때나 생각날 때 쓰면 되겠지라고 편하게 생각을 하니 편하게 매거진 글이 하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는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 나만의 공백이 있는 순간이 있어야 생각을 정리하고 비워낼 수 있는 시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순간의 기록에 차곡차곡 쌓일 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러려면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고 '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상냥함을 잃지 말 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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