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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Jan 03. 2021

현대자동차의 2021년을 기대하며(3)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3)

 드디어 마지막 세 번째 글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방문을 잠깐 잠그고 정리 중인데 밖에서 첫째와 둘째가 번갈아가면서 애타게 아빠를 찾는다. 어서 마지막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들과 놀아줘야겠다.

 

 마지막 주제는 아래 내용이다.


3.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는 자동차를 내려놓고 "채널 관점"에서 집중하길... 


 자동차를 설계할 때 HMI라는 개념이 있다. Human-Machine Interface라는 의미로 자동차에서는 인간이 자동차를 운전함에 있어 어떤 불편함이 없이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가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얘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하시면 된다.


 그런데 이 지점을 잘 살펴보면 고객 관점의 Human을 생각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여전히 설계 관점에서 Machine이 중심에 놓여서 "무의식적으로 자동차 제조업 기반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 작용되고 있지 않은가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이미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면서 그 과정에서 "커넥티비티"를 기반으로 한 "전체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관점을 설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그럼 실제 우리가 추구하는 개념도 이렇게 변경돼야 한다는 것이다. 


 In-Car 기반의 HMI에서 통합 Mobility 관점의 HMI로의 진화


  지금까지는 고객의 운전상황에 집중한 HMI를 관점으로 설계해왔고 이러한 관성은 여전히 자동차 회사가 개발해야 하는 어떤 서비스는 "자동차라는 기계"와 반드시 연동되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원칙처럼 작용해왔다. 이것이 가져온 하나의 결과물이 "내비게이션의 고도화 및 대형화"이다. 그리고 이와 연계하여 자동차 내부의 디스플레이 터치, 또는 음성 명령을 통해서 무언가 수행되어야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수적으로 연계되면서 서비스가 만들어져야만 한다고 결정되다 보니 서비스 개발 프로세스 자체가 너무 무거워지고 시장의 빠른 변화에 Agile 하게 대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재 모든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을 조금 비틀어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자동차 내비게이션 및 이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In-App 서비스가 평균적으로 약 140만원 정도의 옵션 가격을 추가해서라도 구매할 만큼 충분하게 기능적인 만족감을 주고 있는가?  


  고객 입장에서는 세계 최초인지, 우리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복잡한 것을 개발하여 적용했는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오직 나에게 내가 지불한 것만큼의 가격적 메리트를 제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내비게이션이 선택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고차 거래 시 해당 옵션이 선루프와 함께 아직까지는 선택한 가격만큼 인정을 받는 옵션 항목이기 때문이고,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전체적인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을 주는 것이 핵심 요인일 뿐 이것이 주는 "서비스 기능적인 관점의 In-Car 환경의 HMI"의 완벽한 만족감 때문에 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이해했으면 좋겠다.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객들이 "스마트폰 차량용 거치대"를 구매하고 장착하여 실제로는 더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지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이미 유튜브에 "태블릿 자동차 매립"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조회수 몇만~몇십만을 넘어가는 영상을 통해 아래와 같은 일들이 이미 시도되고 있다. 


채널명 : 번거로운 IMJI / 태블릿을 거치대를 이용하여 활용하는 영상
유튜브 채널명 : 전파남 / 태블릿을 활용한 DIY 매립 안내 영상

 이런 흐름의 가속화는 사실 자동차 회사가 구조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커넥티비티 통신 환경이 물리적으로 스마트폰, 태블릿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데 그 구조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래 데이터를 한번 보자. 


2019년 마감 기준 스마트폰 출하량 vs 태블릿 출하량 vs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심지어 자동차는 전체 판매량에서 내비게이션 포함 차량이 몇 대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히 해당 숫자보다 적다는 것을 의미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하드웨어적으로 발전해가는 속도와 생산 원가를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따라잡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포노 사피엔스라는 용어가 활용될 만큼 스마트폰은 한동안 "고객과 서비스의 연결"하는 하드웨어 디바이스라는 관점에서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취침하는 시점까지 모든 삶의 지점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현상은 완전히 이를 대체하는 게임 체인저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대로 지속될 것이다. 심지어 성장이 정체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태블릿은 Dex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 및 주변 액세서리와의 결합을 통해 어디서나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다시 그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라도 우리가 설계 관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은 In-Car Hardware 관점에 치중된 HMI 설계를 기존 제조업 R&D 및 생산에 대한 관행적 사고에서 벗어나 통합 모빌리티 관점에서 HMI를 설계하기 위해 "고객 전체 삶의 체류시간에 현대자동차의 점유율을 높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자동차 하드웨어를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상상력이 넘치는 고객 UX/UI를 고려하길 희망한다.


 그 결과로 In-Car와 아무 연동없이 스마트폰 App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충분하다는 것, 꼭 자동차와 Seamless 하게 최적화된 연동을 하지 않아도 신규로 연동 개발할 필요없이 현재 자동차에 적용되어 있는 기술과 단순 연계 수준만 적용해도 충분하다는 것, 오히려 이것이 먼저 선행되고 자동차에 Seamless하고 품질관점에서 No-Fail 수준까지 고도화하여 연계 적용되는 것은 서비스의 가능성과 수익성이 스마트폰 App 기반으로 먼저 증명되었을 때 착수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애플이, 아마존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여 실제 시장에 등장할 경우 개인적으로 무서운 지점이 바로 저 영역이다.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업에 대한 레거시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게임 체인저가 되었듯이 원래부터 대고객 UX/UI 설계에는 엄청난 역량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 지점을 생각보다 잘 할 것 같다는 것... 또한, 테슬라의 성장기에는 오로지 머스크라는 CEO의 리더십과 매력의 투자유치가 핵심적으로 작용했지만, 애플/아마존은 이미 충분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두렵다는 것...)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왜 우리는 In-Car에 한정하여 고객을 이해하려고 하는가?


 물론 이렇게 얘기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전개되는 자원의 투입과 이를 통한 아웃풋을 고려해보면 우리는 스스로가 In-Car 중심으로만 고객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 이상을 얘기할 때는 여전히 우리는 자동차 회사인데 왜 그런 걸 해야 하냐는 문화적 장벽을 느낄 때가 의외로 많다. 


 이제는 In-Car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고객의 삶의 매우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깊게 인식하고, 관점을 전환하여 자동차 제조사 관점으로의 기본기는 충실하되, 고객을 진정으로 360도로 이해하기 위해서 자동차를 역설적으로 내려놓고 고객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역설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 심지어 우리가 개발하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자동차와는 아무 연계 없이 작동할지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탑승하는 고객이 음악을 듣길 원한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를 한번 동기화해놓으면 자동차를 탑승했을 경우 자동으로 켜지기도 하지만, 음원 서비스 공급자는 다른 기업이고 우리는 오직 자동차를 판매할 때 프리미엄 사운드 옵션만 추가로 판매하고 스피커 사양을 좋게 만드는데만 집중한다.


 그런데, 우리가 제공하는 대고객 채널 App 서비스에서 직접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1. 고객은 차량 탑승 여부와 관계없이 현대자동차가 제공하는 음원서비스 App을 통해서 평소에 음악을 듣는다. 우리는 이를 통해 해당 고객의 음원 재생 빈도, 취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2. 고객이 차량에 탑승하면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매개체로 App이 자동차와 약속된 시그널로 알려주고 자동으로 연결되어 스마트폰으로 듣던 음악을 그대로 자동차에서 연결하여 재생한다. 고객 차량에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없을 경우 스마트폰의 스피커 스펙을 판단하여 스마트폰 자체 재생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3-1. 운전 중에 고객이 졸음운전을 하면 자동차가 이를 감지하여(이건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대화를 시도한다. "피곤하신 것 같은데, 음악마저 발라드네요. 잠을 깨울 수 있는 경쾌한 음악을 재생해볼까요?"

3-2. 운전 중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 날 듣기 좋은 플레이 리스트를 틀어드릴까요?"

3-3. 뒷좌석에 시트에 있는 압력센서를 통하여 자녀가 탑승했다는 것을 인지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할까요?"

3-4. 음악 취향이 뚜렷하지 않은 고객이라면 "요즘 xx대가 많이 듣는 인싸 음악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4. 이런 데이터들을 종합하여 고객이 차량을 재구매하는 경우 음악 재생에 민감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사운드 옵션을 추가시키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5. 향후 이런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는 FoD(Feature on Deman)가 In-Car 기반으로 상품화되었을 경우에도 데이터를 활용하여 적극적인 맞춤형 선택 권유를 할 수가 있다.

6. 그리고 음원 구독서비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금액 역시 수익화를 할 수 있으며, 콘텐츠 유통 및 사업적인 확장도 고려할 수 있다.
지니뮤직의 Dart 공시자료,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이익률은 낮을지라도.


 이제는 사회적 합의만 이뤄지면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될지도 모르는 자율주행의 시대, 그럼 고객이 직접 운전하는 것과 관련된 HMI 설계는 전면 다르게 설계되야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강점을 살려 이런 지점을 잘 대응해야 할 것이고, 이것을 잘 해낼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차량 내 공간 설계에 대해서만은 전 세계 탑클래스 수준의 역량을 가진 현대자동차는 오히려 고객이 운전대를 내려놓는 시대의 In-Car-HMI에서 최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In-Car 기반의 미래를 대비하는 것과 병행하여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관점을 변화시켜 In-Car라는 제한된 사고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고객의 삶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고, 이것이 결국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궁극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더욱 빠르고 수익성 있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이다. 


 In-Car 헬스케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의 헬스케어라고만 관점을 변화시켜도 충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App 채널을 활용하여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이오닉 App을 마케팅 관점으로만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고객의 러닝 데이터를 연계하고 목표 달성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제휴 마케팅 및 커머스 연계로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

 

 In-Car-Payment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의 Payment라고만 관점을 변화시켜도 충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App 채널을 활용하여 테크핀 서비스를 제공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오히려 차에서 벗어나서 간편 결제를 사용할 곳이 훨씬 많은데 이를 확대하여 제휴처나 당사 위탁대행 Mall에 적용하는 것이 선행되는 것이 사업적인 역량을 더욱 쌓을 수 있는 길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관점을 생각할 때 자동차를 내려놓고 오직 채널 영향력 확대라는 더욱 넓고 미래를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관점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해당 채널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 서비스들이 PoC로 검증되고 확장되어 고객의 삶의 체류시간을 확대해가는 현대자동차가 되길 바란다는 얘기와 함께 마지막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 기존에 정리한 2가지 내용의 링크는 하단에 연결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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