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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Aug 07. 2022

제조 스타트업 MVP 생각해보기

제조업 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지난주 수요일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저녁 스터디 모임에 참석했다.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의 저자 이복연 대표님이 발제자로 전체 스터디를 진행하시면서 먼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하시면서 아이스 브레이킹이 진행되었다.


그 이후 참석자들의 사전 질문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과 상호 간에 이야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제조 스타트업의 MVP에 관한 현시점의 생각을 기록해본다.


오늘의 관점에서 기록일 뿐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1) 제조업이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한가?


강의 중에도 이야기가 되었지만, 제조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선택한 순간. 그 길을 선택하신 분들의 고생길이 시작된다. 어떤 사업이나 쉬운 것은 없지만 제조업은 다른 사업과 다른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직접 생산을 하자니 초기 CAPEX 투자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외주 생산 방식을 선택해 OEM, ODM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 MOQ(최소 주문 수량)의 부담이 있다.

시제품 형태로 최소 수량을 만들게 되는 경우 경쟁 제품 또는 대체 제품과 제조 원가 차이로 인하여 가격 경쟁력이 현실적으로 없다.

물리적 제품만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S/W 개발과 연계한 제품을 만드는 경우...(더 서술하기 마음이 슬퍼서 이하 생략)


무언가 물리적인 실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고 도전하시는 분들에게 제조업은 분명히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길 자체가 너무나 험난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초기 스타트업, 특히 사업 경험이 없거나 최소한 자본금을 "억" 단위로 출발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제조업을 초기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선택하는 것을 확률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선택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2) 제조 스타트업의 입장에서의 MVP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PoC(개념 증명), MVP(최소 기능 제품/서비스)라는 단어의 개념도 이제는 대기업에서조차 편안히(?) 사용하지만, 적확하게 사용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 보니 이와 관련하여 어떤 선택들을 할 때 MVP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 지점들과 업무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초기 창업팀이 열심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여 MVP까지 만들어서 시장 반응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경우 "돈을 받고 판매해야 하는가?"라는 의사결정에 대하여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인하우스 개발자가 있는 경우 코드 수정 등을 통해서 내부 인원만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수정해나갈 수 있지만 제조 스타트업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 초기에 생산 시설까지 갖춘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며, 갖췄다고 하더라도 "금형"이 바뀌는 순간 MVP를 위해 투자한 금액의 많은 부분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리게 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물리적인 제품이 생기기 때문에 재고 관리 및 최종 처리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MVP를 돈을 받고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업종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실제로 고객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결제를 해야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받고 판매하고 싶지만 사전에 소비자의 반응만을 보기 위해서 판매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만드는 제품/서비스는 개인적으로 MVP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시장 반응이 너무 좋아서 해당 고객 반응을 위한 수준의 제품/서비스를 그대로 MVP로 확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반응 역시 실제 고객이 지갑을 열어서 결제까지 하는 반응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종 리스크는 확률적으로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의 경우 기능 차별성을 두고 무료 고객은 트래픽과 유료 결제 잠재고객으로 관리하고, 초반에 해당 내용을 정확히 명시한 이후 기본 기능은 무료로, 고급 기능을 유료로 결제하되 기간 한정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서 초기 MVP를 "무료"로 오픈해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제조 기반 스타트업의 물리적인 제품은 현실적으로 이런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 


만약에 제품을 먼저 보내주고, 선 결제 또는 후 결제 방식을 제안하며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최종 구매 확정 시점에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물류비용까지 비용에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제조 기반의 스타트업을 선택하시는 분들께서는 시작품 - 시제품 과정을 진행하며 MVP의 과정까지 도착하는 시점이라면 그것이 얼마가 되었던지 반드시 "고객이 결제를 하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시장 검증을 위하여 반드시 판매하는 방식을 고려해보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고객은 거짓말을 잘한다.




3) 그럼 제조 스타트업의 MVP의 가격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가격 결정의 시점까지 도착하면 이런 고민이 시작된다. 시장에 완벽하게 없는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낸 경우라도 필연적으로 시장에는 "대체재"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객은 최종적으로 가격을 지불하는 의사결정을 할 때 대체재와 비교해서 최종적인 소비를 결정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여러 가지 원가를 산출하여 1차적으로 제조원가를 산출하고 나면 여기에 "이익"을 붙여서 최종적인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이다.


그러나 제조 스타트업의 MVP 결정 시점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경쟁업체와의 원가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를 떠나서 "생산 물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제조원가에 이익까지 더해서 가격을 결정한 경우 시장 가격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 가격의 관점에서만 보면 2가지 중의 하나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1안) 손해를 보고 판매할 수는 없다. 시장의 반응이 전혀 없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단위 이익은 플러스한 가격을 산정하여 시장에 판매한다.

2안) 경쟁 업체의 가격보다 높은 경우 판매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 검증을 받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손해가 되더라도 경쟁 업체와 유사한 가격을 책정하여 시장에 판매한다.


어느 것이 더 옳은 판단인지는 결과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누구도 확정 지어서 말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느 시장 영역을 공략하는 제품인지, 원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도 전부 케이스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1안 / 2안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은 아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1번 체크리스트 - 시장 반응이 있는 경우 우리가 구조적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최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다고 해서 제조업의 경우 원가가 0으로 수렴할 수는 없다. 시장에 검증을 받아서 생산 밸류체인의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는 경우 단계별로 원가가 어느 정도까지 낮아질 수 있는지 1차적으로 예측이 필요하다. 


1,000개 생산할 때 > 10,000개 생산할 때 > 100,000개 생산할 때 > .... > 물리적인 최대치를 생산할 때 


이렇게 단계별로 예측되는 원가를 반영하고, 초기에 손해를 보고 판매하더라도 시장 반응이 유의미하게 나오는 경우 고객이 지갑을 열었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 있게(?) 생산 규모를 늘려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굳이 프로세스를 정의하자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1안)으로 결정하여 시장 반응 테스트 

- 1안)에서 성공하면 베스트, 빠르게 프로모션과 생산 물량 증대를 통해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 

- 1안)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빠르게 2안)으로 전환하여 쿠폰 적용, 할인 프로모션 적용을 통하여 2차 시장 검증 테스트 진행

- 2안)에서 반응이 확인되면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서 빠른 투자 집행을 기반으로 재고 관리 역량 수준에 대한 판단을 기반으로 원가 절감 요인을 최대한 반영하여 단위 판매당 이익까지 빠르게 진행

- 2안)으로 진행해도 반응이 없는 경우는 과감하게 중단하고 제품 피봇팅 진행, 자금 여유가 있다면 추가적인 프로모션 기간을 잡고 시장의 반응이 있을 때까지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는 있을 수 있으나 Stop or Keep Going을 결정하는 시점과 지표는 확정하고 진행해야 함


2번 체크리스트 - 우리의 제품이 "브랜딩"을 통해서 무형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제품인가?


일반적인 B2B 제품에서는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타 기업의 구매 결정 프로세스에 의존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체재조차도 없는 상황이 아닌 경우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기업의 구매 결정 프로세스에는 반드시 "원가"에 집중한 최소 마진을 검토하여 최종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B2C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경우는 해당 제품의 물리적인 편익에 브랜딩이라는 무형의 요소를 더하여 추가적인 가격을 고객에게 수용시킬 수 있는 어떤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쉽게 예를 들어, 티셔츠를 생산하는 경우 "무지" 티셔츠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만들어서 원가 기반으로 경쟁할 수도 있겠으나 기업 자체에서 기획한 디자인을 반영하거나, 소량으로 생산하였으나 ESG와 연계한 무형적 요소를 반영하는 등 제품 생산 단위별 원가가 아닌 "1회성 원가"를 반영하여 이것에 대한 반응이 있는 경우 빠르게 이익으로 전환되는 생산 밸류 체인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볼 수 있다. 


제품에 반영되는 브랜딩에 대한 원가는 제품 생산의 원가와 다르게 고객에게 지갑을 열게 할 수만 있다면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적으로 절감 반영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구분할 것은 "브랜딩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단위 생산 원가"와 "브랜딩을 위해 투입된 원가"는 반드시 구분해서 산출해야 한다. 




4) 처음부터 이겨놓고 싸울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


제조업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초기 생산 밸류체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CAPEX 투자이며, 이것을 초기부터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외주 공장과의 계약을 통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외주 공장과의 계약은 MOQ(최소 주문 수량)에 따라서 진행의 가부가 결정되거나, 원가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를 낮추기 위하여 시장 반응에 대한 명확성 없이 추진하는 경우 "재고"라는 유형의 짐짝(?)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사실 자기 자본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초기 기업의 경우에는 금융 조달 비용 역시 원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아직 제품은 없지만, 제품 설계(안)를 가지고 주문 수량 및 결제 대금 지급 방식을 확정하고 제품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면?


매우 이상적으로 보이는 질문이지만, 사실 이미 많은 제조 스타트업들이 시도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방식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하여 진행되는 경우에 해당하며, B2B의 경우에도 내부 생산 밸류체인에서 해결이 안 되는 경우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는 경우 해당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약정"을 기반으로 아직 어떤 제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발주가 일어나서 선금 지급이 되는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작동할 수 있는 제품 영역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생각을 확장하여 "고객을 처음부터 확정해놓고, 결제까지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우리 기업의 초기 프로세스를 확립할 수 있는가?"는 반드시 던져봐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제조업은 고용 유발효과가 가장 크고 특정 국가의 산업 기반을 지탱해나간다고 생각한다. 일부 업종의 경우(대표적으로 금융업) 소수의 인원으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경제라는 것은 일부 구성원들로만 작동하는 체계가 아니다. 이왕이면 전후방 산업의 성장을 함께 견인할 수 있으면서 삶의 조금 더 피부로 와닿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제조업의 가치를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한다. 


 생산 밸류체인 기반의 일정한 수준의 전략적 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진입장벽을 형성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까지 확보하는 단계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대표적인 사례 - ASML, TSMC 등) 제조업의 마의 영업 이익률이라는 10%를 넘는 단계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어렵다. 꼭 선진국이 아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중진국 수준만 되더라도 제조업의 가장 핵심인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생산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신규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따라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제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새로운 꿈을 꾸시는 분들을 개인적으로 참 많이 존경하고 그 끝이 창대하길 일면식이 없더라도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모두 창대하시길 바라며 2022년 8월의 어느 주말. 제조 스타트업에 관련된 개인의 관점 기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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