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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로움 Jun 09. 2024

Going home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 봄밤 / 김수영 -


말할수록 더 외로워진다고

난 더 공감받고 싶다고

왜 서둘러 괜찮은척 하는 거냐고

난 여전히 강력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아기 새가 먹이를 기다리듯 입을 벌리고

사랑과 인정에 고파 종일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홀로 울며 속시끄러운 날들을 보낸다.


스스로에게는 참 모질게 굴며 냉정했구나.

나에게 주지화라는 방어기제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왔음을 알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키려고

논리와 설명, 지적인 분석을 통해 정서적 동요를 회피해왔다.


이제 더이상 연약한 속살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자신의 눈을 가리며 설득시킬 수 없고


조건과 판단없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면

보이지 않으려하는 저항마저 끌어안아

그 아래 최초의 감정을 만나야 하고


천천히 걷히는 슬픔의 빈자리에

꽃씨가 내려 앉아 필 때까지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느끼고 앓아야만 함을 안다.


이제 막 건너기 시작한 출렁다리 밑을 순간 봤을 때처럼 아찔하고

낯설고 어설픈 내가 얄궃게만 느껴지고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에 버거워하던 중

나를 찾는 전화가 울리고


지금 어디냐?는 나의 물음에

" 너의 집앞이다.  

보고싶으니  집으로 어여 돌아오니라!"는  


남편의 별말 아니지만 장난기 가득한 한마디에

이상하게 위안을 받으며 나를 다독인다.


그래 나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지.

집에 가면 나를 기다리며 반겨줄 누군가가 있지.  


내 삶도 그래.

집으로 가는 길임을 잊지 말자.  


나의 일은 맴돌기이고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인 것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춤추고 노래하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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