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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영 Oct 11. 2016

뮤지컬 더맨인더홀

기획에서 촬영까지

    


창작일 경우는 대본만 나와있는 경우가 있다.

대본을 읽는다. 미팅을 하고 회의를 한다. 컨셉을 정한다. 촬영을 한다.


대본은 캐릭터의 내면묘사가 주를 이룬다.

이미지로 만들어 갈 때 가장 어려운 경우다. 내면묘사를 시각화시키기에는 시각정보가 부족하다.

굵직한 단어들을 덜어내 본다.

프로이트의 억압이론.

이드(ID), 에고(EGO), 슈퍼에고(SUPER EGO)

두 개의 달, 그 속의 나. 

맨홀 사이의 새벽 여명.

도시의 그림자.

늑대의 하울링.

습기 찬 도시의 지하.

엉켜 붙은 피.


촬영을 하기 전 미팅 때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가를 만나게 된다. 모르는 게 많아서 물어보고 찾아본다. 많이 알아가야 하고 많이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이번에는 프로이트다...

(대학 때 동양철학이든 서양철학이든 좀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종종한다. 그리고 책장의 책은 조금씩 쌓여간다.)


대본을 본 뒤 미팅 전까지 잠시 묵혀둔다.

머릿속에 맴돌다 보면 이미지가 하나씩 떠오를 거라는 기대를 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도 생각나고 트와일라잇도 생각나고 복잡하다...

그러다가 1999년 파이트클럽 영화에 맞춰 W 잡지에서 브래드 피트를 찍었던 스티븐 클라인의 사진이 떠올랐다.

곰과 브래드 피트의 모습. 그리고 그린과 레드와 블루로 가득 찬 이미지.

 


톤 앤 매너를 라이팅에 컬러를 입혀 어두운 톤으로 입힐 생각을 하고 좀 더 깔끔하게 보일 수  시안들을 서칭 했다.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정리를 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루에 촬영해야 할 배우가 10명이 넘고 이미지 컷뿐만 아니라 다른 사진들도 10명을 찍어야 한다.

그래서 자유분방한 라이팅으로 촬영을 하려면 시간이 매우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좀 더 대중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해서 너무 실험적이어서도 안된다. 중간점을 찾는 것은 역시 또 어려운 일이다.


미팅 때 설명했던 것은 트와일라잇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스타일링과 헤어 메이크업을 잡을 것을 생각하면 그 이야기가 서로 이해하기에 수월하다.


이전에도 몇 번 호흡을 맞췄던 임강성 배우


하루라는 캐릭터는 나약하기도 하지만(이건 또다시 위의 언급된 억압이론이 첨부되어야겠지만) 극 후반부에는 큰 변화를 이룬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양면성을 가진 모습으로 이미지를 만들어가게 되었다.


또 다른 하루 캐릭터의 김영철 배우.

다양한 감정선을 하나씩 요구했는데 하나씩 하나씩 적극적으로 찾아가 준다.

블루톤을 베이스로 해서 딥옐로우와 그린이 들어갔다.


늑대 역의 고훈정 배우

처음 작업인데 많은 시도와 준비를 해 준다. 이미지에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늑대 역의 김찬호 배우

큼직한 이목구비로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명의 캐릭터 샷.


 

촬영이 끝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 촬영을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고는 당연히 빠질 수 없다. 그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사진 작업을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뮤지컬 배우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스튜디오 안이 감당할 수 없을 에너지가 흘러넘쳐 그들이 가고 난 뒤에도 스튜디오에 에너지가 남아있다.

이 배우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무대에 담겨 있기에 이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공연을 보고 이들을 응원하는 게 아닐까??


장황하게 쓰려했지만 싱겁게 마무리되어버렸다.

사진가가 글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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