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도 렌탈을 하다니
캐리어를 촬영해달라는 의뢰가 왔다.
리모아 캐리어 이미지가 레퍼런스에 있어서 그와 비슷한 브랜드를 런칭하나 싶었다.
미팅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캐리어 렌탈시장에 창업하려 한다는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리모아는 100만 원대를 형성하며 10년 전에는 일본에서 유행을 시작했었고, 그 후에는 한국 소수의 얼리어답터들이 경제력과 트렌디함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연예인의 공항패션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고, 그와 유사한 카피캣들도 많이 등장했다.
몇 년 사이에는 중국인들이 다 휩쓸어가서 매진 기간이 꽤 오래 지속되기도 했었단다.
캐리어를 렌탈한다니...
이미 사업을 꽤나 잘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머리로 이해가 안 되어서 미팅 중에 역으로 생각을 해 보았다.
집이 좁아 보관하기에는 자리를 크게 차지하는 캐리어를 1년에 한 번 정도 끄는 사람이라면.
직장인이라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여유는 있고, 해외 갈 때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쇼핑몰 촬영으로 가까운 나라에 가서 촬영 소품으로 사용한다면.
그냥 SNS에 한 번 정도 남기기 위해 기꺼이 빌린다면.
상상이 이 정도밖에 안되었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캐리어들을 렌탈로 이용하며 소유하지 않는다니 렌탈의 개념이 많이 확장되어가는 것 같다.
지금 렌탈시장의 강자는 쏘카가 되겠다.
그리고 위워크와 같은 공유사무실이 매우 인기를 끌고 있고, 얼마 전 현대카드에서는 공유사무실 블랙 스튜디오를 공개했다.
의류 렌탈시장은 자리를 잡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들었고,
웅진에서 하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그 밖에 요즘은 안마의자도 렌탈을 한다.
사용기간이 일회성이나 장기적이나 렌탈시장은 점점 더 활성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좀 더 깨어있는 마음으로 렌탈을 확장할 수 있으면 더 많은 것들이 공유경제에 힘입어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다.
촬영 장소로 썼던 곳도 렌탈스튜디오니 이것도 공유경제에 일환으로 봐야겠다.
오히려 내가 사용하는 스튜디오는 공유의 개념과는 좀 동떨어져 보여서 최근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한 생각들을 곰곰이 하기도 했다.
강남 지하에는 스튜디오가 많다.
가격은 정말 비싸다.
내가 사용하는 스튜디오도 강북의 웬만한 1층 카페의 월세금액이다.
그런데 요즘 강남 지하 스튜디오에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다.
월세에 비해 스튜디오를 구하는 포토실장들의 체험 물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하는 분들이 하는 말은 포토실장과 건물주의 갭이 제일 극대화된 시점이라고 한다.
70평 정도 지하 새 건물이(물론 상권과는 거리가 먼 골목 안에 들어가 있는 곳들이다) 700만 원 정도이니 월세가 만만치 않다.
하나의 추가 변수는 몇 년 전부터 지상의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찍는 컨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한몫을 한다.
트렌드가 자연광으로 넘어간 지가 오래라 지하에서 자연광을 연출하면서 찍는 힘든 작업을 할 필요가 덜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다음 공간에 대한 생각은 지하는 아닐 것이다.
조금씩 내 주변에서, 바깥에서 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비싼 것들을 꼭 소유할 필요는 없겠다.
내 나이 또래는 차를 당연히 소유하지만 요즘 20대 친구들은 필요할 때만 쏘카를 이용한다.
훨씬 경제적이고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사진들을 의뢰한 곳은 잘 될 것 같다.
20대인데도 생각을 거대포장하지 않고 현실을 잘 파악하면서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20대에는 저렇게 전체적인 맥락을 바라보진 못했다.
내가 제품을 찍는 비중은 1년에 3%도 안 될 것인데 요즘은 광고성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이미지의 조합으로 구성을 하다 보니 그나마 촬영하기 수월한 것 같다.
제품을 전문적으로 찍는 실장님들의 실력을 절대 따라갈 수 없으니까. 기술적으로만 접근한다면 나는 촬영의뢰를 거절했을 것이다.
렌탈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 항상 여유분의 라이팅 장비를 가져가면 효과적으로 쓸 수 있고 다양한 느낌의 촬영을 할 수 있으니 좀 무겁더라도 꼭 챙겨가자.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라이트는 내가 쓰는 게 아니다 보니 익숙한 장비를 항상 챙겨간다.
어시스턴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캐리어만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