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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빈 May 26. 2019

관계는 대부분 파도와 같다

학교와 직장에서 충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 때면 나는 불안하고 답답했다. 

작은 교실 또는 사무실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자주 '찾아지지' 않을때면, 마치 존재의 이유가 흔들리는 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찾아왔다. 

존감을 드러내고자 과장된 행동과 말이 나의 하루를 채우던 날이면 자신에 대한 측은한 마음과 혐오감이 동시에 나를 찾아와 잠을 설쳤다. 


나를 괴롭히던 관계와 소속감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것은 두 번의 이직을 경험한 후 였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함께 하던, 그렇게 친근하고 가깝게 부대끼던 관계의 8할이 소속된 그 곳을 벗어나는 순간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특별히 누가 싫고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충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예전만큼 자주 보지 않고 때마다 연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한 것도 아니었다. 

각자의 삶의 무게가 어느정도일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 나와 함께했던 그들의 삶도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바쁘고, 피곤하고, 즐겁고, 슬프고 그리고 또 살아가겠지. 

시간이 지나면 그런 관계들은 추억이 되고 일상의 한 켠에 문득, 그때 그랬었다고 미소짓는 기억의 조각이 되었다. 


대부분의 관계는 나를 중심으로 지나가는 파도와 같았다. 직장 동료와 같이 이해관계로 얽힌 인간관계는 더더욱 그러했다. 

지금은 정말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교실과 사무실 속 관계와 소속감은 

나의 상황이 변화하고 물리적인 거리가 늘어남과 동시에 지나가는 바람이, 그리고 파도가 되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 사이에 충분히 소속되지 못한 듯한 공허함에 괴롭다면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만약 당신이 지금의 관계들에 만족한다면, 있는 그대로 행복할테니 그것으로 좋다. 

만약 문득 공허함을 느낀다한들 스쳐갈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당신의 하루를 흘려 보낼 이유가 없다. 

좋아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따뜻한 샤워로 하루를 마무리 하기를. 

자신에게 집중하고 그것으로 충만하기를. 






보빈

Designer · Illustrator


Email : mia.bak03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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