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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피디 May 24. 2020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완벽한 방법

... 을 araboza.

일단 먼저 이야기해두자면, '완벽한 데모데이 진행'은 사회자에게 달려있지 않다. 혹여라도 의뢰를 진행하고자 할 때, 많은 부분이 기획의 여지가 있는 초기단계라면 그 초기단계부터 의뢰를 주시길 바란다. (기획 내용에 의견을 드릴 수 있다)


이미 다 기획된 행사에 사회자 하나 얹는다고 해서 행사가 나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오늘의 글은 사회자보다는 데모데이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에게 더 의미가 있는 글이 되겠다.


1. 피치덱 디자인은 어떻게 하셨어요

데모데이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 중 하나가 피치덱 디자인을 그저 발표자에게 오롯이 맡겨버린다는 점이다. 데모데이를 자주 겪지 않은 창업자는 최대한 상세한 사업소개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무슨 메이저 컨설팅업체가 몇 달 걸려 만든 장표처럼 텍스트사이즈 8에 이리저리 휘황찬란한 화살표가 붙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복잡한 자료를 가져올 수 있다. 이거 한 장 설명하는데 5분 걸린다. (데모데이 발표시간이 7분인데) 아니면 기껏 만들어 놓고 발표자 스스로도 ' 아 이건 좀....' 싶어서 '예 이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라고 하거나.


내가 만들었지만 이건 발표하기엔 좀


대회의 성격에 맞추어서 시장크기, 전략, 초기진입방법, 팀워크 등 핵심적인 내용을 7~10매 정도로 정리해야 한다. 괜찮다면 템플릿이나 좋은 샘플을 전해주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아 뭐야 이 좋은 사업을 5분 안에 어떻게 설명해'라는 참가팀의 핀잔을 듣게 된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서 물을 냄비에 넣고 끓이고 그릇에 담아내는 데까지가 5분이 조금 넘는다.(꼬들면 좋아하는 사람 기준) 그 5분의 시간 동안 사업 하나를 설명하는 건데, 무대에서 당황한 발표자를 옳은 길로 인도할 내비게이터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바로 '잘 만든 피치덱'의 역할이다.


2. 심사위원의 구성

각 심사위원의 전문성에 대해서 나 같은 광대가 뭐 드릴 말씀이 있겠냐마는. 확실히 데모데이 심사를 자주 보신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은 차이가 난다. 어차피 심사는 심사표에 하는 거지만, 데모데이는 하나의 가능성을 대중 앞에 소개하는 '쇼'이기도 하다. 기왕에 만든 행사, 핵심적인 내용을 대중과 공유한다면, 객석에서도 보고 듣고 배우는 것들이 많아질 거다.


해당 산업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오신 심사위원이겠지만, 굉장히 제한된 시간 때문에 '음... 이런 걸 이런 자리에서 물어봐도 되는 건가?'라고 망설이시는 경우가 많다. 혹은, '내가 너무 오래 이야기해서 다른 질문자의 시간을 뺏는 게 아닐까?'라고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성과 관계없는 전혀 다른 성질의 문제다.


행사 전, 심사위원에게 '질문의 권한'에 대해 상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질문'에 이어서 '재질문'을 해도 되는지, 시간을 반드시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지, 발언권한을 얻는 것은 자유로운지, 혹은 발표자와 비슷한 산업군에 있는 위원에게 더 많은 질의권한을 줄 것인지 등 Q&A세션에 대해 미리 많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덧붙여, 질문시간은 발표시간의 1.5배 ~2배 정도가 적합해 보인다. 발표를 간단하게 하고 중요사항/디테일을 질의응답에서 유도하는 것이 훨씬 전달력이 좋다. 핵심내용을 발표자가 일방향 소통하게 되면 단어의 선택이나 내용의 심도를 정하기 어렵다. 질문자를 통해서 이러한 답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이 좋다고 본다.


3. 질의응답의 진행권한에 관해

사실 데모데이에서 사회자의 역할을 크게 두지 않는 곳이 많다. 99%는 그런 듯.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 심사위원의 질문에 발표자가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당황해서 동문서답을 한다거나). 그리고 심사위원은 '음... 원하는 답이 이게 아니지만... 또 재차 물어보기는 좀 그런가?' 싶어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 발표가 익숙하지 않은 창업자와 심사가 익숙하지 않은 위원들이 한 자리에 있다(제일 힘든 상황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발표를 마치지 못했고 일단 Time Over. 근데 한 30초만 있으면 하던 이야기 중 중요한 포인트를 다 짚어내고 갈 수 있다. (보통 숙련된 심사위원은 질문권을 얻은 후, '하던 얘기 계속해보세요'라고 본인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땐 어떻게 하지.


뭐 기타 등등. 진행이 매끄럽지 않은 상황은 이외에도 수만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사회자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기획자의 권한을 사회자에게 어느 정도로 위임할 것인가?


데모데이에서의 사회자 역할을 '순서 안개'에 국한시킨다면, 이 상황은 그냥 어색한 상태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 뭐 어쩔 건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본선진출 팀에 대한 이해를 함께 쌓고, 각 팀 별 특성, 사업의 연차 등을 미리 사회자와 공유하고, 각 단계별로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일임하자. 믿을 수 있는 사회자라면 말이다.



4. 관객을 질문에 참여시키자

데모데이에서 관객을 참여시키는 방법 중 가장 흔한 것이 '모의투자' 방식이다. 구체적인 질문권을 주지는 않지만 관객 또한 잠재 고객이기도 하고, 비슷한 씬에서 감을 길러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평가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행사 전문 프로그램을 활용해 객석의 질문을 수합하고, 이 중 적절한 질문을 그룹화하여 사회자가 1~2개 정도 전달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VC나 해당 산업의 리더가 던지는 질문과 대중의 질문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질'의 문제가 아니다', '시선'의 문제다) 비교적 편안한, 그렇지만 핵심적인 질문을 질의응답 세션을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프로그램은 이벤터스, 심플로우를 많이 쓰고, 해외 서비스는 Slido가 유명한데, 웬만하면 국산제품 쓰자. 사람들이 접속하기 어려워한다. (*이벤터스 event-us.kr 서비스에는 경품추첨 같은 부가기능도 있다.)



일단 네 개만 쓰고 다시 쓰도록 하자. (늘 그렇지만 2편은 언제 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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