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행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온라인 행사, 비대면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의 행사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최근에는 비대면행사 서비스 요청이 많아지니, 진행자이기보다는 기획자로 일하는 날이 많다. 의뢰요청을 받아 상담을 진행해 보면, 그간 계속되던 행사의 포맷을 그대로 온라인에 적용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기획하면 '안됩니다'
지금이야 초기단계이니 행사 참가자들도 '이 행사는 이렇게 진행했었지'라는 관성이 남아 아직은 그럭저럭 굴러가지만,
몇 번의 행사를 경험한 참가자들이 겪는 경험은 '이걸 내가 왜 듣고 있어야 하지?'라는 물음일 거다.
강사의 50분 강의에 질의응답 10분을 진행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할까? 정말로 이 포맷을 통해서 시청자가 무언가를 배우고 느끼고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
선사시대 제사장들이 기틀을 잡은 이벤트의 형태, 즉 '특정된 시간과 물리적인 장소, 군집된 인원'이라는 조건이 무너진 현재에는 기존의 방식대로 이벤트를 개최할 수 없다.
사람들은 특정된 시간에 모이기 어렵고
물리적인 장소는 마련할 수 없으며,
온라인상에서 인간의 행동은 무척이나 변덕스럽다.
이러한 조건을 가지고 온라인에서, 사람들에게 기획의 의도를 전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유튜브 내의 다른 영상들과 경쟁해야 한다.
템포가 빠르고
한시적이지 않으며,
인터랙션이 훨씬 강해져야 하고,
더 나아가서 시청하는 그룹자체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일간 열리던 콘퍼런스는
1개월 간 열릴 수 있어야 하고,
전문가 10명이 순차적으로 나와 발제하고 그들끼리 토론하던 포맷에서 벗어나, 실제 청중이 알고 있는 눈높이에서 이야기할 수 있고, 이 대화를 위한 자료는 사전에 공유되어야 한다.
참여자는 댓글, 투표로 상징되는 참여의 과정을 끊임없이 수행하며 능동적인 행사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기획자는 이 과정을 만들고 쉽게 흐름에 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강당에서 한날한시에 모여 진행하던 행사는 수십여 명 작가의 텍스트로, 영상으로, 댓글로, 이미지로 분산되어 존재하게 될 거다.
'행사'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지금 머릿속에 그려진 그 모습을 일단 부숴놓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기획의도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은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2천 년의 관성을 뒤집어엎는 도전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