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볼 게 없는 건가? 그럼 독서는 어때요?
큰 일이다. 유튜브에서 볼 게 없다. 검색, 새로고침만 한창이고 새로운 클립을 재생하질 못한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니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 귀결된 사항은 다시 보기 혹은 놓친 Well-made 작품을 찾아보는 상황이다. recommend를 단순하게 살펴보는 것에 염증이 생겨버린 것이다. 결국 나는 검증된 무언가를 선택했다. 왜일까? 나만 그런 것일까?
잘못된 콘텐츠 선택은 시간 낭비와 감정 상함까지 이를 수 있는 공포가 있다.
유튜브의 경우 재생목록 추천으로 새로운 유튜버가 제안될 때가 있지만 종종 재생 후 '보지/듣지 말걸!'이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말투, 뉘앙스, 사상 등에서 맞지 않음을 느낀다. 그 경우 100% 가까운 확률로 이내 콘텐츠 소화불량(마상: 마음의 상처)에 시달렸다. 결국 보던 유튜버의 클립만 도돌이표로 보게 되는데 그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 역시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니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고갈된다.
넷플릭스는 유튜브보다 정제된 많은 콘텐츠가 있지만 긴 호흡이 필요한 작품이 많다. 그래서 잘못 선택하면 너무 긴 시간을 허비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넷플릭스 역시 검색만 한창 하다가 꺼버리는 날도 늘어만 간다. 결국 돌아돌아 선택하는 것은 '이미 아는 맛'인 봤던 것을 반복 감상하는 날도 있다.
넷플릭스도 같은 고민인 건지 23년 가을에 '요즘 넷플 뭐봄'이라는 마케팅을 펼쳤다.
주변에 나의 취향을 아는 지인으로부터 콘텐츠나 유튜브 추천을 받는 게 알고리즘으로부터 제안받은 것보다 좋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렇게 최근에 소개받아본 작품인 '맨프롬어스(쿠팡플레이에 있음, 발행일 기준)'는 정말 좋았고, 생각할 거리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 되었다.
요즘 보신 것 중에 소개해줄 만한 거 있으세요?
좀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었겠지만 나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다들 콘텐츠 홍수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 소비는 이제 다시 텍스트로?
나는 독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텍스트로 보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경험을 하고, 좋은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 나눌 때의 즐거움은 또 새롭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