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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201. 깔끔한 죽음

by 이문연

주말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큰외삼촌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추석 즈음에 폐암 4기로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계시다고 했고, 다녀온 여동생으로부터 큰외삼촌의 성대모사를 듣기도 했으니 잘 버티고 계시다 생각했다. 3,4일 전쯤 증세가 갑자기 악화되었다고, 병원으로 옮긴 후 토요일에 일이 있었던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큰외삼촌을 다시 한 번 보고 왔다. 일주일이 고비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은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큰외삼촌은 돌아가셨다. 어릴 때만 외가집을 자주 방문했고, 30살 넘어서는 왕래가 없어서 큰외삼촌의 죽음이 슬픔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큰외삼촌이 그나마 대화가 될 때 여동생에게 '생존이 아닌,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걸로 봐서는 가족들은 슬프겠지만, 이것만큼 깔끔한 죽음도 없겠다 싶었다. 가족, 친인척과 인사를 나눈 후 연명하는 것이 아닌, 고통을 최소화하는 죽음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모두가 원하는 죽음이다. 가족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고, 본인 역시 짧은 고통만 느끼다 가는, 보고 싶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직후 곧 죽음에 이르는 것. 큰외삼촌이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너무 빨리 가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죽음이 큰외삼촌이 원했던 죽음이었다고,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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