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친짓(?) 대중교통을 이용해 상해 크게 한바퀴 돌기(후기)
도전일자 : 8월 7일
총 소요시간 : 16시간 25분(5:55 - 22:20)
이동 경로: 쟈딩난샹(嘉定南翔)-쟈딩남문(嘉定南门)-쟈딩안팅(嘉定安亭)-칭푸(青浦)-송쟝동(松江东)-진샨스화(金山石化)-펑시엔난챠오(奉贤南桥) 경유-펑시엔쓰퇀(奉贤四团)-구난후이빈하이고원(구南汇滨海古园)-펑시엔쓰퇀(奉贤四团)-구난후이후이난(구南汇惠南)-푸동촨샤(浦东川沙)-푸동차오루(浦东曹路)-푸동쥐펑루(浦东巨峰路)-총밍남문(崇明南门)-쟈베이원쉐이루(闸北汶水路)-쟈딩난샹(嘉定南翔)
총경비 : 89위안(버스, 교통카드 할인적용) + 47위안(택시) = 136위안
난이도: ★★★☆☆
힐링도: ★★★★☆
피로도: ★★★★★
05:55 쟈딩 난샹역 터미널 출발(嘉翔线 표가격 5위안)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의 이른 아침식사에 버스 안에 향기로운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출발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좀 있다. 본능적으로 뛰쳐나가 한그릇에 7위안하는 볶음면을 사서 돌아왔다. 위에 살짝 뿌린 새콤한 땅콩소스는 좀 별로였지만 그래도 나름 훌륭한 맛이었다.
06:51 쟈딩남문 터미널 도착
쟈딩에는 남문과 쟈딩서 두개의 큰 터미널이 있다. 서터미널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규모도 크고 제법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는 반면 남문 터미널은 우리나라 시골 터미널 같은 느낌이 난다.
07:00 쟈딩남문 터미널 출발(嘉亭线 표가격 4위안, 교통카드 환승할인 적용 시작)
주로 숫자 노선의 버스들이 운행되고 있는 시내에서는 도통 보기 힘든 버스들. 嘉亭线은 쟈딩(嘉定)과 안팅(安亭)간을 운행하는 노선이란 뜻이다. ‘OO线’ 또는 ‘OO专线’은 버스가 운행되는 지역간의 약자를 따서 명명하는데 예를 들어 松青线은 송쟝의 약자인 '松'과 칭푸의 약자인 '青'으로 봐서 송쟝과 칭푸 간을 운행하는 버스 노선임을 알수 있다. 여러개의 진(镇)으로 구성된 행정구역 특성상 교외 지역에 운행되고 있는 버스 노선은 진(镇)과 진(镇) 또는 진(镇)과 구(区)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대부분이다. (참고로 상해에는 총 108개의 진(镇)이 존재하고 있다.) 그 밖에 상해를 상징하는 '申'이나 '沪', '上'으로 시작하는 버스 노선들은 상해 시내와 교외지역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대표적인 노선으로 上嘉线(상해남역-쟈딩), 958번으로 이름이 바뀐 申闵线(쉬쟈후이-민항), 沪青专线(옌안동루-칭푸) 등이 있다.
07:54 쟈딩 안팅 터미널 도착
제일 규모가 아담했던 안팅 터미널. 11호선 안팅 지하철역이 개통된 후로 버스 노선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출근족으로 분주한 지하철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다.
07:57 쟈딩 안팅 터미널 출발(青安线 표가격 4위안)
본격적으로 도심을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바깥 풍경과 버스안 승객들. 여기부터는 버스가 정해진 정류장을 무시하고 운행된다.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버스에 오르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 막무가내로 소리를 질러 길가에 내리기도 한다. 어느 밭에서 따오신건지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잔득 들은 바구니를 들고 버스에 오르신 농부 아주머니. 살아있는 닭 목아지를 붙들고 버스에 오르셨던 할아버지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08:57 칭푸 터미널 도착
무려 30여개 노선의 버스가 정차하는 대형 버스 터미널. 상해에서 물이 가장 풍부한 지역 답게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버스 노선들이 많다. 주자각(朱家角)이나 디엔샨호(淀山湖) 등의 관광지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며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09:05 칭푸 터미널 출발(松青线 표가격 8위안)
전혀 상해스럽지 않은 시골길을 달리고 있노라면 맘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힐링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산 위에 살짝 보이는 서산 성당의 모습. 핸드폰 카메라로 그것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찍는 사진이라 그때 그때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살짝 아쉽다.
10:25 송쟝동 터미널 도착
당초 계획은 진샨주징(金山朱泾)을 거쳐 진샨스화(金山石化)로 가는 것이었는데 대충 시간을 계산해보니 여유가 별로 없어 바로 스화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참고로 교외 지역 버스는 막차가 밤 9시 정도에 끊긴다.
10:30 송쟝동 터미널 출발(松卫线 표가격 10위안)
버스가 점점 시내에서 멀어질 수록 도로 위의 노란색 중앙선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 문득 도로 위를 가득 채우던 수많은 선들이 사라져 버렸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로 위의 차들이 무질서하게 엉켜버려도 조급해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 이곳 사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질서만를 유지한채 조금 단순하게 살아가는 이들만의 방식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내가 속한 곳에서는 지켜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 사실이 문득 서글프게 느껴진다.
11:57 진샨 스화 터미널 도착
펑시엔과 함께 상해에서 유이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 버스에서 내리니 길가에 튜브와 수영복을 파는 노점상들이 가득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해남도에서 직접 공수해 만들었다는 모래사장과 생각보다 깨끗한 바닷물을 보면 이곳이 정말 상해인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기분이 묘해진다.
12:15 진샨 스화 터미널 출발(石南线 표가격 9위안)
둑을 경계로 바깥쪽이 원해 상해 바닷물, 안쪽이 해수욕장 조성을 위해 공수해온 깨끗한 바닷물.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중국은 인공, 인조로 무엇이든 만들수 있는 무서운 나라다. 멀리 보이는 진샨 3도(岛) 아쉽게도 직접 연결되는 대중교통을 찾지 못해 가보지 못했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결과 상해의 대표적인 야생식물 서식지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고 한다. 가끔 해변가에 고깃배로 섬에 대려다준다는 아저씨들이 출몰한다고 하는데 왠만한 담력이 아니고서는 어찌 배에 오를 수 있을까? 바닷바람, 바다냄새, 갯벌, 갈매기떼,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는 어선들, 길게 늘어진 어시장... 매번 이곳에 오면 인천 소래포구가 생각난다.
13:15 펑시엔 난챠오 터미널 도착
차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고 했지만 상해 최동남단인 루차오항(芦潮港)까지 직접 연결되는 버스가 난챠오 터미널에는 없어 쓰퇀(四团)까지 가서 내리기로 했다
문화재 수준의 작품을 시골 도로변 벽에 묵묵히 그리고 계신 할아버지... 요걸 이분이 다 그리신 거다. 글씨도 명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셨다면 달인이나 인간문화재로 유명해지셨을텐데 안타깝게도 중국엔 이런 재주 많은 사람이 너무 많다.
14:10 펑시엔 쓰퇀 도착
시골 읍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쓰퇀
14:20 펑시엔 쓰퇀 출발(龙平芦线 표가격 2위안)
14:45 빈해고원(滨海古园) 도착
루차오항(芦潮港)에 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탄 건데 버스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다 내리란다. 종점까지는 아직 세정거장이나 남았는데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루차오항(芦潮港)까지 가는 승객이 거의 없어 이곳을 임시 종점을 정해 여기까지만 운행한다고 한다. 결국 같은 버스를 타고 쓰퇀까지 가서 난후이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시간을 좀 낭비하긴 했지만 빈해고원(滨海古园)이라는 숨겨진 관광지를 하나 발견하는 수확을 올리게 되었다.
14:50 빈해고원 출발(龙平芦线 표가격 2위안)
15:10 펑시엔 쓰퇀 도착
15:13 펑시엔 쓰퇀 출발(石南线 표가격 2위안)
난후이 터미널까지 가는 그 많은 노선 가운데 공교롭게도 제일 먼저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는 아까 진샨에서 타고왔던 石南线. 해가 점점 지고 있는 하늘을 보니 아까 그 버스를 타고 바로 난후이까지 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약 한시간 반가량을 낭비한 셈이다.
15:43 난후이(후이난) 터미널 도착
예상했던 시간보다 두시간 반이나 늦게 난후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침에 볶음면 하나 먹고는 차에서 과자 몇개 먹은게 전부였는데 머릿속으로 막차시간 계산하고 이동경로 생각하느라 배가 고픈줄도 몰랐던 것 같다. 난후이 터미널에 도착해 갑자기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자 극도의 배고품이 찾아왔다. 결국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16:05 난후이(후이난) 터미널 출발(川芦线 표가격 4위안)
멀리서부터 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다시 긴장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17:00 푸동 촨샤 도착
여기부터는 지하철 노선이 운행되는 지역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 무모한 도전을 멈추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집에 갈 수 있다. 잠시 이런 생각에 젖어 있는데 버스가 도착했다.
17:03 푸동 촨샤 출발(浦东17路 표가격 1위안)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버스는 큰길로 나왔다 좁은길로 들어갔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칠뻔 했던 근사한 성당 두개. 오른쪽은 쉬자후이 성당, 서산 성당과 함께 상해 3대이라는 탕쩐 성당. 왼쪽 성당은 지나가면서 몇 번 본적은 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17:55 푸동 진까오루(金高路) 도착 -> 曹路2路 환승(표가격 1위안)
18:15 푸동 쥐펑루(巨峰路) 터미널 도착
어두워진 하늘에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는 총밍도행 버스. 가장 부담스러운 일정을 가장 부담스러운 시간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까지 달려온 길들을 떠올리며 용기있게 탑승!
18:40 푸동 쥐펑루(巨峰路) 터미널 출발(申崇六线 표가격 18위안)
상해 대륙(?)에서 창싱도(长兴岛)까지는 터널(약 8.9km)로 창싱도에서 총밍도(崇明岛)까지는 대교(약 9.97km)로 연결되어 있다. 터널을 빠져나오니 급속도로 어두워져 있는 하늘... 시간을 계산해보니 총밍도 터미널을 바로 찍고 나온다해도 바오샨-쟈딩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오를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였다. 이 허무함이란...
20:05 총밍도 남문 터미널 도착
비록 계획은 틀어져 버렸지만 총밍도에서 노숙을 할 수는 없기에 서둘러 섬에서 빠져나가는 버스를 찾아 타야했다.
20:20 총밍도 남문 터미널 출발(申崇三线 표가격 19위안)
총밍도로 운행하는 버스는 별도의 매표소를 운영하고 있다. 교통카드를 소지하고 있더라고 반드시 매표소를 방문해 표를 구입해야 한다. 무턱대고 버스에 올라타려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기억하시길...
21:58 쟈베이 원쉐이루 도착
바오샨을 찍고 쟈딩까지 버스로 가려고 했었는데 중간에 생각지도 못한 몇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택시에서 잠이 쏟아져오기 시작한다. 엉덩이랑 어깨, 허리 안쑤신데가 없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무려 16시간을 넘게 편하지도 않은 좌석에 앉아 있었으니 몸에 무리가 올만도 하다. 귀한 하루를 낭비했지만 그 어느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좋은 경험과 귀한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는 것으로 이번 도전은 꽤 큰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