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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만 Apr 11. 2020

7 of 185, 무난하게 잘 지나간 하루.

2020/03/20, 7 of 185

열심히 놀아줬다 라는 말로 첫 문장을 쓰고 보니, 놀아준다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이 확 또 느껴진다. 갈수록 이 표현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날 보면서 눈치 보기도 하고, 살살 속이거나 모르는 척 해 가며 기가 막히게도 벌써 기만책을 사용하려 드는 첫째와, 나를 하루 종일 쫓아다니며 그저 두 팔을 최대한 위로 뻗은 채 내 눈을 올려다보면서 안고 서서 돌아다니라고 울어대는 둘째를 보면, 놀아준다기보다는 이제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현실을 알아가면서 급속도로 사라질 아빠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내가 즐길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이 시간에 대해 내가 감히 놀아준다 라는 표현을 쓰는 건 매우 불경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여하튼 열심히 놀았다. 오전에도 TV는 한 시간 정도만 보면서 잘 놀면서 지냈고, 오후에는 안방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카봇 놀이와 침대를 오가는 온갖 놀이로 시간을 잘 보냈다. 재미있어해서 나도 정말 기뻤다. 매일 매 순간 느끼지만 아이들의 체력은 대박이다 정말. 단지 체력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피곤한 걸 모르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놀기 때문에 정말… 살벌하다. 눈이 반쯤 감기고 꾸벅꾸벅 졸아도, 머리를 벅벅 긁어가며 잠을 깨서 다시 놀지언정 낮잠은 절대 안 자겠단다. 아 누굴 닮은 건가 정말 (뜨끔). 오늘도 아빠의 체력을 소진시켜 주신 아드님! 리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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