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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02. 2018

여행하는 디자이너, 싱가포르 취업기 02

Grab UX Designer Interview Case

이 글은 여행하는 디자이너, 싱가포르 취업기 01과 이어집니다.



면접 준비하기


Grab을 보기 전 다른 회사 면접을 볼 땐, 서류 지원 시 제출했던 포트폴리오를 리뷰하는 방식으로 면접을 봤다. 사실 포트폴리오는 발표에 최적화된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면접에서 발표를 하다 보면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생기고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또, 여러 프로젝트를 소개하다 보니 예상 질문도 너무 많았고, 다 외워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면접에선 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서 읽고 난 후, 카카오에서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ssup을 상세하게 풀어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하지만 ssup은 10-20대의 마이너한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여, 한국어로 설명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결국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데이팅 앱 '커피 한잔'으로 발표 자료를 다시 만들었다. 디자인 자체가 ssup처럼 디테일하거나 양이 많진 않았지만, 내가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지 쉽고 간결하게 알려 줄 수 있었다. 또 소셜미디어 보단 데이팅 앱이 O2O인 Grab 택시 앱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발표를 앞두고 뭔가 확실하게 면접을 통과할 만한 포인트가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면접관으로서의 경험이 있던 남자 친구의 조언을 듣고, 배달 서비스인 Grab Food를 리디자인하기로 했다.


포트폴리오 발표 구성은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간략히 설명 후, 예시로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발표 초반에 내 업무 프로세스를 도식화하여 보여주며, 일하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는지, 팀원들과 어떤 식으로 협업하는지 이야기했다. 다음으로는 커피 한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발표 내용은 Design thinking을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그 아이디어에 대한 리서치와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풀었는지 상세히 설명했고, 결과물은 프로토타이핑 툴로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Grab Food 리디자인을 소개했다. 이것도 커피 한잔 프로젝트 리뷰처럼, 문제점에서 결과물까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면접


면접에는 팀장급 디자이너 2명이 들어왔다. Good cop, Bad cop 전략이었는지, Grab driver app 팀장은 계속 포커페이스였고, Grab Ventures 팀장은 매우 호응을 잘 해주셨다. 받았던 질문으로는 대부분 데이팅 앱 기획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아무래도 UX 직군으로 면접을 보니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GrabFood를 리디자인한 것에 대해 매우 흥미로워 했다. 나는 Grab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UX와 UI 디자이너 롤이 어떻게 다른지를 물었다. 사실 카카오에선 UX와 UI 디자이너의 구분이 없고, 기획, UX, UI에 모두 참여하여 프러덕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싱가포르 회사의 면접을 보니 UX와 UI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이 되어있었고, Grab에서는 어떻게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 질문을 하니, 나에게 스스로 어떤 롤이라고 생각하냐고 질문이 돌아왔다. 나는 스스로 Product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데 UI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UX 역량을 더욱 전문적으로 키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Grab은 두 역할이 나누어져는 있지만, 두 역할을 함께 하는 디자이너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얘기해줬는데, 입사해서 보니 오히려 UI만 하는 디자이너가 굉장히 소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리디자인 과제


첫 면접 말미에 곧 과제가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가 되었다. 사실상 다음 단계를 진행하겠다고 얘기한 것이다. 해외 회사 면접에서는 인터뷰가 끝나면 항상 Thank you mail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맙다. 같은 내용으로 보낸다.)을 보냈는데, 거의 몇 분 지나지 않아 과제를 보내줬다. 과제는 승객용 Grab Taxi 앱을 리디자인 하는 것이었고, 1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른 디자이너들의 면접 후기를 보니, 첫 면접 직후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고 과제를 하게 한 후 다시 짧은 면접을 봤다고 한다. 나는 아무래도 리디자인해서 간 것 때문인지 그 과정이 생략된 것 같았다.


사실 최근 업데이트 이전의 Grab 앱은 한눈에 보기에도 좋은 디자인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UI 디자인 측면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근본적인 UX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한국에 있기 때문에, Grab 택시를 사용해볼 수 없었다. 유튜브에서 사용자들이 Grab 택시를 리뷰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VPN으로 스마트폰이 인식하는 위치를 변경해, 여러 나라에서 다르게 나오는 UI를 체크하기도 했다.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플로우는 택시를 부르는 것까지였다. 또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택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지인을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하였다. 이런 리서치들을 통해 몇 가지 문제점을 뽑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4일 정도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한 후, 3일 동안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플린토로 만든 프로토타입과 프로토타입을 녹화한 영상, 작업을 설명하는 PDF를 보냈고, 일주일이 넘어서 다음 단계로 가겠다는 메일이 왔다.



세 번째, 팀원 면접 


2차 면접은 내가 지원한 Grab 승객용 앱 디자인 팀장과 시니어 디자이너가 들어왔다. 면접이 잡힌 후, 두 분이 링크드인으로 나의 프로필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을 미리 알 수 있었다. 과제를 보내고 16일 만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자가 달라져 포트폴리오 설명이 또 필요한지 HR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다시 한번 리뷰해주면 좋다고 했다. 그래서 1차 면접과 동일하게, 내 프로젝트 진행 방식과 데이팅 앱 프로젝트 리뷰, 마지막으로 과제 리뷰를 준비하여 발표했다. 데이팅 앱 리뷰는 1차 면접에서 버벅거렸던 부분이나, 면접관이 어렵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보강했기 때문에 발표가 조금 더 수월했다. 그래서 첫 번째 면접보다 면접관들의 질문에 어느 정도 잘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과제에 관한 질의응답이었다. 한국말로도 면접에서 당황하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데, 영어로 깊이 있는 UX 질문에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받았던 질문으로는, 프로젝트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어떤 과정으로 이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었는지, 데이팅 앱을 만들었던 자세한 과정, 그리고 왜 싱가포르에 오고 싶은지 였고, 나는 Grab 택시의 향후 디자인 방향에 대해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디자인이 많이 개편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속사정도 모르고 이미 사용자가 굉장히 많은 상태에서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면접과 비슷하게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면접이 어땠는지를 물었는데, 꽤 재밌었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지옥의 한 달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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