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안다.
잘하고 있다는 걸.
그런데 자꾸만 마음 어딘가는 깊은 곳으로 숨고 싶어 한다. 좀 어둡고 외롭고 고독한 곳이다. 내 발로 걸어간다기보단 저절로 그곳으로 기운다.
이런 상태를 외면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도 잘 안된다. 어쩌면 다행이다. 외면해 버리면 나의 일부는 심연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알고 있다. 에너지를 대부분 아이들에게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소외되기 때문이다.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마음의 일부는 채찍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엄마니까, 엄마가 되고 싶었잖아,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잖아, 그런데 왜 우울해지려고 해."
그래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의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마음을 고스란히 느껴보려고. 그렇지 않으면 이유도 모른 채 슬프거나, 대책 없이 억울해지거나, 엄한 사람 탓하며 분노하게 된다.
머무르는 것만이 내 마음을 구제하는 일이다. 그리고 엄마의 자리에 건강하게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