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anosaur May 03. 2024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프롤로그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과 매뉴얼은 넘쳐날 만큼 지천에 깔려 있다.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면 결과가 나오고 급여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궁리할 필요가 없다.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통치약과 같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묘약이라고 해도 좋다.


일하는 것은 우리 삶에 닥쳐오는 시련을 이겨내고,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러니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더 자신이 맡은 일에 사력을 다해 전념하라고 말이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능하다면 무아지경에 빠질 때까지 몰입해 보라.


1장. 왜 일하는가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근면하다는 것이고, 일에 대한 태도가 언제나 성실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맛보는 진정한 기쁨은 일 속에 있다.

일은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일에서 충실감을 얻지 못하면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성실하게 일에 몰두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1000년을 생각하며 집을 짓듯이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기 위해 일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면을 성장시키는 것은 스님이 오랜 세월 엄격한 수행에 전념해도 이루기 힘들 만큼 상당히 어렵지만, 일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큰 힘이 있다. 일하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나무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나무라고 해도 말입니다. 나무를 베거나 다듬을 때면 반드시 그 영혼이 내게 건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1000년 된 나무를 사용할 거라면 이후로도 1000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일에 평생을 바치고, 진심을 다해 노력해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마음속을 파고드는 말을 할 수 없다. 그의 말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 삶에 대한 겸허,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감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나는 이 도편수처럼 평생을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고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깊은 감동을 느낀다.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올곧게 갈고닦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인격의 깊이와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을 마주할 때마다 일하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행위인지를 깨닫는다. 바로 그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일에 몰두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일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뉴브리튼섬에서 배운 일의 의미

"노동의 진짜 의미는 자기가 맡은 일을 달성하고 실적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면을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일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그 일을 하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연마하고 인성을 기르는 데 있다. 즉, 자신의 눈앞에 놓인 일에 온 힘을 다해 몰두한다면 우리는 내면을 갈고닦아 깊고 두터운 인격을 갖출 수 있다.

일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하루하루 충실히 일에 매진하면서 자아를 확립하고 인격적 완성에 가까이 다가간다.


일을 한다는 건 기술을 연마하는 것을 넘어 마음을 갈고닦는 수행이며 더불어 자아실현과 인격 형성을 이루는 정진의 과정이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지켜온 일에 대한 가치관도 크게 변화했다. 이 달라진 가치관이 바로 앞에서 말했던 '일은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끝내고 보수는 최대한 많이 받는 게 좋다'라는 사고방식이다.


간절한 몰입이 인생을 바꾼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저 막연히 불만을 품고 회사를 그만둔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에 간들 또 똑같지 않겠는가. 그래서는 인생이 잘 풀릴 리 없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회사를 그만둘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우선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불평불만을 내뱉는 대신, 일단은 당장 눈앞에 놓인 일에 철저히 몰두해 보자고 다짐했다. 쓸데없는 잡념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일에 정면으로 부딪쳐보기로 했다. 그러자 치열하게 싸워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그 뒤로 나는 정말 죽을힘을 다해 진지하게 일을 해나갔다.


내가 맡은 일은 나 혼자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일이었기에 배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됐다. 그래서 파인세라믹에 관한 최신 논문이 게재되어 있는 미국 전문 잡지를 구해 한 손에는 영어 사전을, 한 손에는 잡지를 들고 읽었다. 하루 업무가 끝난 밤 시간과 휴일에는 도서관에 가 전문 서적을 빌려 파고들었다. 읽다가 성에 차지 않을 땐 아예 통째로 외워버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일에 완벽히 몰두하자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풋내기가 하는 연구에서 잇달아 좋은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를 괴롭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고민과 갈등이 차츰차츰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심지어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일이 힘들지 않았고, 내가 하는 일에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되었다.


신이 손을 내밀어줄 때까지

그런데도 일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결과는 보이지 않았지만 일하는 동안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이렇게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싶었다. 그렇게 나는 최선을 다해 밤낮없이 실험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포스테라이트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숱하게 고민하던 문제가 단박에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신의 계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실제로 해결책을 생각해 낸 건 나 자신이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일에 몰두하며 고민에 싸여 있던 내 모습을 보고 신이 가엾게 여겨 지혜를 내려주었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그 후로 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이 도와주고 싶어 할 만큼 한결같이 일에 전념하게.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분명 신은 손을 내밀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네."


"저 친구는 참 안 됐어."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불행한 상황에 한 번쯤은 놓여보는 것도 좋다. 겨울이 추울수록 그 겨울을 견뎌낸 나무가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독한 고민과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크게 성장하고 진정한 행복을 붙잡을 수 있다.


동기들이 제각기 영리하고 민첩하게 제 살 길을 찾아 회사를 나갔음에도 나만 갈 곳이 없어 홀로 회사에 남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 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불운과 시련은 내게 일에 전념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그것을 통해 나는 내 인생을 새롭게 바꿀 수 있었다. 쇼후공업에서의 시간은 가혹한 운명이 아니라 신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어떠한 역경에 부딪쳐도 우직하고 성실하게 맡은 일을 해나가는 것, 이 경험이 지금의 나를 키운 최고의 힘이자 영세기업 교세라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세운 토대가 되어주었다.


삶이 순조롭게만 흘러갔다면 나는 현실에 만족하며 안일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평탄한 인생도 좋다. 하지만 역경이 있는 인생이라면 그보다 더 좋다.


공짜로 주어지는 행복은 없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그때가 불행해 보일지도 모른다. 자유도 없고 여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인간은 더욱 견고해지고 숙련되는 법이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필사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련을 참고 견디는 힘도 커진다. 가난을 옹호하자는 말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일을 통해 나약한 마음을 단련하고 인격을 높여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잡을 확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아무런 목표도 없이 일도 하지 않고 나태하게 생활하다 보면 인격적으로 성장하지도 못할뿐더러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 썩혀버리고 만다. 그러면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에도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참된 의미와 보람도 찾기 어려워진다. 일하는 수고로움을 아는 사람만이 안락함의 소중함도 아는 법이다. 매일 열심히 일하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에, 인생의 시간이 더욱 즐겁고 귀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일을 통해 화를 다스린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삼독을 완전히 '무'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삼독은 육체를 가진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생물로서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에, 자연으로부터 본능으로부터 부여받은 마음이다. 자신이라는 존재를 지키고 유지해 나가려면 식욕을 비롯한 욕망과 자신을 공격하는 자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 데에 대한 불만을 깨끗이 떨쳐낼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것이 과도해지는 것이 문제다. 욕망, 분노, 어리석음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독소를 희석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무이한 방법이 바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우직하고 진실하게, 그리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지속함으로써 자연히 삼독을 억제할 수 있다.


'정진'이 바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심혈을 기울여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 그러한 노력이 인격 연마를 위한 수행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갈고닦아 인간을 성장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깊이 있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행동만 하려고 노력해도 의도치 않게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반성을 통해 조금씩 향상되어 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자신이 한 일을 겸허히 반성하고 내일부터는 새롭게 거듭날 것을 마음속으로 맹세하라.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야 우리는 일에서도 실패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깨끗이 갈고닦을 수 있다.


2장. 일을 사랑하는가

어떤 한 가지를 깊이 연구하고 끝까지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세상사의 본질에 눈뜨게 된다. 깊이 연구하고 끝까지 파헤친다는 것은 그것에 마음과 영혼을 바쳐 핵심을 파악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다해 달려들어보라.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반드시 진리와 만나게 된다. 일단 세상사의 본질을 이루는 진리를 알면, 어떤 일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마음가짐부터 바꿔라

어떻게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분야에서 일하며 살아올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내가 스스로 내 일을 좋아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마음가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상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내 일은 따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연구소 안에서 실험을 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달려가 공부를 하는 일이 매번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나는 파인세라믹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파인세라믹이라는 소재가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차츰 알게 되었다. 파인세라믹 연구에 목숨을 바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 내가 하는 이 일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품자 반복되는 실험과 단조로운 연구도 빛나 보일 정도로 근사하게 느껴졌다.

반쯤은 억지로 맡아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마침내 적극적으로 몰두할 만큼 일이 좋아졌고, 더 나아가 좋고 싫고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깊은 의의마저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천직'은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길은 아무리 멀어도 가깝게 느껴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제야 나는 비로소 그 말에 절실히 공감했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과 사랑에 빠져, 일하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야 한다. 아무 이유 없이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아야 한다.


나 역시 일을 사랑하고 일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쉽지 않은 일을 계속해올 수 있었다.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좋아하기 때문에 그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더 많이 해주고 싶어 진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이런 마음가짐이 그 일의 성공과 인생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일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지시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일하는 고통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부터 갖길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이라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저절로 추진력도 붙는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된다. 주위에서 칭찬해 주면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그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작은 일에도 크게 감동하라

나는 선천적으로 좀 단순한 면이 있어서, 실험을 해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자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다마는 그래도 자네가 꼭 알았으면 하는 게 있어. 소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동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지. 단조롭고 반복적인 우리의 연구를 지치지 않고 계속해나가려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뻐할 줄 알아야 해. 그 기쁨과 감동이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법이니까.


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일을 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동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한 감동에서 샘솟는 에너지를 양식으로 삼아 더욱 열심히 일하는 자세야말로 기나긴 인생을 강인하게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제품을 끌어안고 싶을 만큼의 애정으로

나는 무조건 하겠다고 선언했다. 애초에 우리 회사의 규모나 설비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그 회사 대표를 만나지도 말았어야 했다. 제안을 받고 승낙한 이상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약속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아무리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반드시 길은 보이는 법이다.


이렇게 궁리해 보고 저렇게 궁리해 본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무모한 짓이라 해도,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안 된다고 자포자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제품이 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들보다 먼저 그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랬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유능한 상사도 없던 내가 모두들 어렵다고 꺼린 일을 너무나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그 제품에 누구보다도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내가 하는 일에, 내가 만드는 제품에 애정이 없었더라면 그처럼 간단한 아이디어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업적은 사소한 데에서 시작하고, 그 사소한 것에 애정을 갖는 사람만이 위대해지는 법이다.


스스로를 태우는 사람이 되어라

물질은 불에 가까이 대면 타는 가연성 물질, 불에 가까이 대도 타지 않는 불연성 물질, 스스로도 잘 타는 자연성 물질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연성 인간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야만 행동하고, 불연성 인간은 좀처럼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씨까지 꺼버린다. 이에 반해 자연성 인간은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긴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타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동시에,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명백한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기업이든 스포츠팀이든 뜨거운 열의가 없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한 사람 때문에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불연성 인간은 어렵거나 힘든 일을 귀찮아하며, 앞서 가는 것은 남들에게 찍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저 아무 탈 없이 편하게 지내기만을 바란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외면하고 굳이 그런 데 신경 쓰려고도 하지 않는다.

'불연성 직원은 회사에 없어도 된다.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알아서 타오르는 자연성 직원으로 회사를 채우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타오르고 있는 내가 다가갔을 때 마음이 통해 함께 타오를 수 있는 가연성 직원이라도 곁에 두고 싶다!'


불연성 직원은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목적과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일의 속도도 더디고, 당연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업무 트러블이 자주 생기는 것도 자기 일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자연성 직원은 지시를 받기도 전에 스스로 알아서 적극적으로 일을 찾는다. 그를 보는 사람들이 덩달아 신이 날 정도다. 맡은 일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이루고자 하는 책임감도 대단하다. 설령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결코 불평불만하지 않는다. 그런 자연성 직원에 힘입어 가연성 직원들도 함께 타오른다.


지시한 대로만 일하지 마라. 스스로 타오르지 않고 끌려만 다녀서는 아무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설령 일을 마무리했다고 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남에게 지시를 받고 일하기보다는 그 일의 중심으로 들어가 리더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일을 끌고 나가라. 스스로 '소용돌이를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일하라. 스스로를 활활 태울 수 있는 자연성 인간이 되어야만 일이 즐겁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인생 역시 더욱 알차고 풍요롭게 가꿀 수 있다. 그런 자연성 인간만이 성공할 자격이 있다.


3장. 무엇을 꿈꾸는가

꼭 이루겠다고 간절히 마음먹어라

"... 댐 경영은 이렇게 치수(수리시설을 이용해 하천이나 호수 등의 범람과 가뭄의 피해를 막는 일)에 관한 사고방식을 경영에 응용한 것입니다."


"강연 잘 들었습니다. 댐 경영으로 훗날을 대비해 여유 있게 경영해야 한다는 점도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쓰시타 씨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우리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생각처럼 안 되니까 골치가 아픈 거지요. 어떻게 해야 훗날을 대비해 여유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

질문인지 항의인지 모를 발언이었다. 마쓰시타 회장은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으면 되지" 하고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아무 말이 없었다.


바로 이 한마디로 마쓰시타 회장은 이런 말을 전하려고 한 게 아니었을까?

"당신이 미래를 대비하며 경영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 그렇게 경영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당신 회사에는 당신 회사에 맞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단 한마디로 제 의견을 드리자면, 반드시 그렇게 경영하겠다고 당신 스스로 진지하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간절한 마음과 절실한 다짐이 경영의 시작이니까요."


잠재의식에 닿는 순간 기회가 찾아온다

잠재의식이란 스스로가 알지 못한 채 활동하고 있는 정신세계로, 인간의 의식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의식을 말한다. 평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각지 못한 순간에 불현듯 나타나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반면 평소에 발휘되는 의식을 현재의식이라고 한다. 사실 인간의 의식 중 현재의식보다 잠재의식이 차지하는 영역이 훨씬 크다. 또 과거에 반복해서 체험한 일이나 강렬한 경험이 잠재의식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잠재의식을 활용해 순식간에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잠재의식은 잠들어 있을 때도 작용해, 우리의 행동을 목표로 이룰 수 있는 길로 이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하였는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면, 그 이후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땀 흘린 과정에서 보람을 찾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나 높은 목표를 달성해 나갈 때에는 '자네가 그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 없군!' 하고 신이 손을 내밀어줄 정도로 철저히 몰입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라. 자기 일에 대한 집념과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진짜 성공의 길에 오를 수 있는 법이다.


같은 속도로 달려서는 먼저 도착할 수 없다

이렇듯 단거리를 달리는 속도로 장거리를 달려 나가는 맹렬한 노력이 바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이다. 그저 평범한 노력으로는 남들보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인생과 일에서 성공하지 위한 강력한 원동력이다. 그것이 나를 키우고 교세라를 키운 것처럼.


4장. 노력을 지속하는가

사람은 원래 편안한 상태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내몰아보라. 자신도 놀랄 만큼 능력을 발휘하며 성과를 거둘 것이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지속의 힘

한순간, 한순간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의 1초가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거듭 쌓여 일주일, 한 달, 1년, 그리고 일생이 된다. 제아무리 위대한 일도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이 축적된 결과다.

사람들이 놀랄 만한 큰 성과나, 어떤 천재가 해낸 일인지 궁금해지는 위대한 업적도 알고 보면 아주 평범한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내디딘 결과다.


회사에서 조금도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고, 그저 꾸준하고 우직하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갔던 평범한 사람, 더구나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지식도 기술도 없었던 사람.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고 더 열심히 일을 사랑했다는 그. 그런 그가 비범한 인재가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요행을 바라지 않고, 한순간에 결과를 얻으려 하지 않고, 미미하고 단순한 일일지라도 싫증 내지 않고 오랫동안 노력을 거듭해 온 '지속의 힘' 덕분이지 않을까.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라는 토머스 에디슨의 말처럼, 성공의 요인에서 영감이나 재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미미하며, 착실한 노력과 땀 흘리는 일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교세라는 10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

내가 장기 경영 계획을 세우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뜬구름을 잡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이야기는 대개 거짓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사진과 현실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다. 그렇게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환경 변화나, 생각지도 못한 사태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해야 하고 목표를 하향 수정해야 하며 간혹 계획 자체를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처음 세운 계획이 중도에 변경되다 보면 아무리 경영자가 훌륭한 목표를 세워도 직원들은 그 목표를 믿지 않게 된다. '어차피 도중에 또 바뀔 텐데 뭐?' 하며 목표를 가벼이 여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직원들의 사기와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만다.


또한 목표가 원대할수록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아무리 끈기를 갖고 열심히 노력해도 그 목표에 다다르기까지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아' 하고 스스로 타협하기 쉽다.

이런 인간의 심리로 볼 때 목표에 다다르는 과정이 너무 길면 중간에 변수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도달 지점이 너무 먼 목표는 좌절로 끝나는 일이 허다하다. 나는 도중에 물거품이 될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세우지 않는 편이 낫다고 확신했고, 그래서 교세라를 창업한 이후부터는 1년간의 경영 계획만 세우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처럼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면서 작은 산등성이를 하나씩 넘어가야 한다. 그 작은 성취감을 계속 쌓으며 끝없이 나아가는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높고 큰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단기간의 실천 목표를 세우지만, 가야 할 곳은 언제나 높아야 한다. 나는 항상 목표를 세울 때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운 목표를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달성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현재 자신이 가진 능력이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때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신은 인간을 모든 면에서 진보할 수 있는 존재로 설계했다.

"나는 공부를 안 해서 지식도 기술도 없어. 그러니 나는 할 수 없어"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라. 

반대로 생각하라. 

"나는 공부를 안 해서 지식도 기술도 없어.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욕이 충만하니 반드시 내년에는 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그 생각을 실천하라. 공부하여 지식을 쌓고 기술을 습득하면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발휘되어 미래에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 않을 뿐 못할 일은 없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일을 스스로 맡아서, 그것을 실제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겠다는 무모한 안간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무모한 안간힘이 교세라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실적을 만들어 결국에는 성공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 미리 가늠할 절대치도 없다. 능력은 어디까지나 '미래진행형'으로 인식해야 한다. 도달해야 하는 미래의 지점부터 역산해서,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고려해 이를 어떻게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그 미래의 한 지점, 즉 도달해야 할 목표를 항상 자신의 능력의 120% 혹은 130% 지점으로 정하길 바란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새로운 출발점이다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시작했다면 그 일을 성공할 때까지 해내는 자세, 그리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끝없이 도전하는 지속의 힘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더는 안 되겠다고 한계를 느껴도 그때를 마지막이라고 여기지 마라. 오히려 그 순간을 다시 시작하는 새 출발점이라 믿고, 성공을 손에 넣을 때까지 정진하라. 포기하지 않는 강한 끈기, 그리고 자신에게 한계를 긋지 않는 도전 정신, 바로 이런 마음가짐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실패마저도 성공으로 연결 짓는 에너지가 아닐까.


고난도 행운도 영원하지 않다

힘들게 고생할 때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라. 역경만큼 사람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순풍에 돛 단 듯 모든 일이 잘 풀릴 때는 오히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칫 실수를 저지르기 쉽기 때문이다.


실패나 고난을 맞닥뜨렸을 때,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남을 질투하는 것만큼 초라한 일도 없다. 아무도 그런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시련을 담담하게 견디고, 오늘보다 내일 더 노력해 작지만 확실한 성공을 하나씩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과 행운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교만하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하며 더욱 노력을 거듭해 그 성공을 오래 유지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인생에서 고난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일은 없다. 물론 행운 또한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이 잘될 때는 교만하지 말아야 하고, 실의에 빠져도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매일매일 꾸준히 열심히 일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시련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을 계속하는 그 시간이 성공의 씨앗을 소중히 키우는 시간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분명 인생에는 갖가지 고민이 따른다. 하지만 설령 더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과거의 일로 마음을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감성적인 마음이 불러일으킨 괴로움은 없애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 새로운 행동을 일으켜야 한다. 이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자세다.

인간은 실패와 실수를 되풀이하며 성장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실패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그것을 교훈 삼아 새로운 행동에 도전하라. 그런 사람만이 설사 궁지에 몰리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정면으로 맞서라

전 세계에 통용되는 기술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마쓰시타 그룹으로부터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았던 덕분이며, 어떻게든 그들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였다. 마쓰시타 그룹이 예기치 않게 우리에게 준 시련이 우리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까지 갖추게 해 주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반발과 원망하는 마음만 키워갈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요구라도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오직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착점은 크게 달라진다. 일도 그렇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다.


산이 가파를수록 정상도 가깝다

'타협이라는 유혹에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 신념을 굽히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현실과 타협해 적당히 안주하는 순간, 내일은 없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진짜 내 모습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맹세했다.


나는 손쉬운 길은 걷지 않기로 했다. 완만한 길을 택하는 순간, 정상과는 더 멀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안전한 방법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에 험난한 정상까지 도달하려는 의지를 잃을지도 모른다. 혹은 의지를 잃거나 현실과 타협할 것이 분명하다.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현실에 타협하고 쉬운 길을 택한다면, 비록 그 순간은 편할지 몰라도 꿈과 목표는 점점 멀어진다. 나중에 반드시 그 한순간의 타협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직하게 매일 내딛는 사람은 아무리 먼 길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다. 바로 내가 그러했듯이.


5장. 현재에 만족하는가

대담함과 세심함은 서로 모순된다. 하지만 이 둘을 모두 갖고 있어야 무슨 일이든 완전하게 해낼 수 있다. 마치 천을 짤 때 씨실과 날실이 필요한 것처럼 각자의 특징을 잘 살려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세로로 내려오는 날실이 대담함이라면, 가로로 질러가는 씨실은 세심함이라 할 수 있다.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치닫는 두 요소를 교차시켜 만나게 하면 비로소 아름다운 천이 완성된다.
일을 할 때에도 대담함은 추진력을 주고, 세심함은 작은 것까지 챙기면서 실패를 막을 수 있게 해 준다.
99%도 부족하다

제품을 만들 땐 99%까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마지막 1%의 노력을 게을리한 탓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파인세라믹 제품은 아주 미세한 흠집만 있어도 불량 판정을 받는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실수나 아주 사소한 부주의도 일으키지 않으려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든 제품을 만드는 데는 99%의 노력도 부족하다. 한 가지 실수, 한 번의 타협, 한순간의 날림도 허용하지 않는, 100%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1%의 노력을 게을리해 불량품이 발생하면 재료비, 가공비, 전기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때까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 지혜 등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만다. 여러 단계의 제조 공정 가운데 단 하나의 공정에 아주 작은 실수라도 생기면 그때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또 아무리 사소한 과정이라도 100%의 집중력을 발휘해 몰입하여 일해야 한다.

이렇게 의식하고 집중하는 것을 '유의주의'라고 한다. 유의주의란 '뜻을 가지고 뜻을 기울이라'는 의미로, 뚜렷하고 진지하게 의식과 신경을 대상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반면,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야 돌아보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무의주의'라고 한다.

이런 유의주의를 당장 몸에 익혀 일에 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평소에 유의주의를 늘 의식하고 모든 일을 유의주의로 하려고 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의주의를 몸에 익혀 정신을 집중해 일에 매진하면 실수가 확실히 줄어들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 해결할 수 있다.


'유의주의', 이것은 내가 완벽주의에 이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창이었고, 지금도 나를 지켜주는 방패다.


잘못된 일은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

"회사의 재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나중에 지울 수 있도록 연필로 숫자를 쓰고는, 나중에 잘못되면 지우개로 지우고 고쳐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으니 언제까지고 단순한 실수가 없어지지 않는 게 아닙니까!"

나의 불같은 화에 경리부장은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쳤다. 그리고 그 이후 장부에 연필로 숫자를 쓰거나 계산이 틀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한 번 혼을 낸 사람이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무한한 격려를 보낸다. 그 일 덕분에 나는 그에게 완전히 회계 업무를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한 것일수록 더 신중하라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라는 독일의 격언처럼, 일의 본질은 세세하고 단순한 데 있다. 일의 성과는 세세한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섬세한 감각을 연마하라

섬세한 감각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감각이 둔하면 제품에 결함이 생겨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 해결책을 애써 일러줘도 해결하지 못한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각형 책상 위에 네모난 서류가 여기저기 흩어져 여러 방향으로 놓여 있는 모습을 보고도 불안정하거나 부자연스럽다고 여기지 못한다면, 일에서도 완벽하게 해내기는커녕 완벽한 일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주 작은 결함도 놓치지 않겠다는 정신, 그리고 그것을 알아채는 날카로운 감각, 그런 섬세한 감각을 지녀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바로 알아차리고 대책을 세워 완벽하게 일을 매듭지을 수 있다.


6장. 창조적으로 일하는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

내가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나는 단 한 번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익숙한 길'을 걸어온 적이 없었다. 어제 지나온 길을 오늘 다시 걸어간다거나, 다른 사람이 이미 지나온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영 성격에도 맞지 않아서, 항상 아무도 지난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굳이 선택해 걸으며 지금 이 자리에 이르렀다. 물론 그 길은 아무도 지나지 않은 길이었기에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매끈하게 포장된 길은 누구라도 걷고 싶은, 안전하고 편리한 길이다. 하지만 그렇게 포장된 길을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 걷는다면 세상에 없던 놀라운 성취를 만날 기회는 영영 없을 것이며, 늘 같은 것만 보고 같은 것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미 걸어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평탄한 길을 걷기보다는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고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자.'

나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가?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선택은 오직 당신의 몫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과, 그 선택으로 얻을 결과의 크기 역시 오직 당신의 몫이다.


오늘은 어제와 같을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적극적으로 해내고,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하고, 현재 상황을 개선하려고 늘 머리에 짜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장기적으로 보면 놀라울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그것은 현재 상황에 싫증 내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황을 꿈꾸고, 날마다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기도 하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보다 더 크게 성공하는 이유

문외한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날리고, 그 회사가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전문가에 비해 지식도 경험도 없는 문외한이 유독 빛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발상' 때문이었다.

문외한은 기존의 개념이나 관습, 관례에 얽매이지 않는다. 초보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자유롭게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교토의 전문 기업들이 성공한 비결이자, 새로운 일에 맞서는 그들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초심자이지, 그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많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아닙니다. 모험심이야말로 창조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고, 배운 것이 많지 않다고 실망하거나 주저앉지 말길 바란다. 오히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과 충만한 의욕을 갖추고 있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동기가 선하고 사심이 없는가

꺾이지 않는 열망만 있으면 기술이나 노하우는 나중에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 나는 '통신 요금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춤으로써 정보화 사회에 국민들에게 공헌한다'는 절실하고도 진실된 대의명분을 세웠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이니덴덴을 설립했다. 또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내 염원이 진실로 기개 높고 순수한 것인지 아닌지를 점검하기 위해 '동기가 선하고 사심이 없는가?' 하는 물음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20세기 초 영국의 계몽사상가 제임스 알렌은 그의 책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기적인 사람이 패배를 두려워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순수한 사람은 두려움 없이 발을 들여놓고 매우 쉽게 승리를 거머쥐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순수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에너지를 더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간절히 품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목표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


생각을 밝게 계획은 꼼꼼하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 일을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미래에 매우 낙관적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지금은 부족하지만,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야. 그러니 다시 시작해 볼까?'

이런 낙관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 성공으로 성큼 다가갈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상황을 예측하고, 그 일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대략적인 판단을 세운다. 숱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때 비관론자들은 금세 앞날을 예측하고 미처 실행해 보기도 전에 그 일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단정 지어 버린다.


낙관론자는 그 반대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 전망이 어둡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추진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인한 힘이 있다. 그 앞이 아무리 진흙투성이일지라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앞에 진흙이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다음 사람은 조심해서 걷게 된다며 흐뭇해한다. 지나친 낙관론은 문제가 되겠지만, 프로젝트의 구상 단계나 착수 시기에는 낙관론자의 추진력을 높이 사 그들에게 견인 역할을 맡기는 것이 좋다.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며,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이것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 가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자, 교세라가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을 성공시켜 온 원칙이다.


혁신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

기술 개발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과 축적된 기술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없으면 안 된다. 특히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것을 만들고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매일 방심하지 않는 힘과 창의적인 고민이야말로 혁신에 도달하는 가장 분명한 지도이자 성공에 도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 길이 지금은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겠지만, 다 걷고 난 다음 뒤를 돌아보면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에필로그
인생과 일을 대하는 나의 가치관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인생과 일 = 능력 x 열의 x 사고방식


이 방정식은 인생과 일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으로 '능력', '열의', '사고방식'을 들고 있다. 먼저 '능력'은 선천적인 지능이나 운동신경 또는 건강 등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을 뜻한다. 우월한 재능을 타고났다면 인생의 출발점부터 큰 자산을 물려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능력은 각각의 의지와 책임과는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받은 재능이므로,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능력에 '열의'를 곱한다. 열의는 다른 말로 '후천적인 노력'이다. 이 역시 의욕이나 패기가 없는 사람부터 일에 대해 타오르는 열정을 지니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까지 그 개인차가 있고, 능력과 마찬가지로 0부터 100점까지 폭이 넓다.

다만 열의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선천적인 능력이 부족했던 탓에 열의를 최대한 키우려고 노력했고, 선천적인 재능을 열의로 대신하기 위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여기에 '사고방식'을 곱해보라. 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앞으로 잘될 거라고 믿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사고방식이 긍정적이므로 '양의 사고방식'을, 반대로 세상을 탓하고 남을 질투하며 열심히 살기보다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은 '음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방정식이 곱셈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양의 사고방식'을 지녔다면 인생과 일의 결과는 한층 더 높은 플러스 가치를 만들어내고, 반대로 조금이라도 '음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면 아무리 능력이 좋고 열의가 높아도 인생이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능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열의가 강하면 강할수록 인생과 일이 안 좋은 방향으로 질주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권으로 끝내는 재무제표 읽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