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estral tradition and climate
(For English Scroll Down)
2021년에 당시 춤인 편집장이셨던 김연임 선생님의 감사한 제안 덕분에 박성미 만신님을 인터뷰하는 기회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필름 <샤먼로드>와 춤인 인터뷰에서 만신님은 어떤 권위나 도그마가 없으신 진솔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무속이 미신으로 인식된 한국에서 무당으로서살아온 삶과,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러 온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피어난 깊은 통찰력이 있으심을 느꼈다. ‘한국의 여성 무당은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폭발’이라는 페미니즘적 성찰'과 ‘성과 연령이 다른 신들을 받는 무당의 몸으로 성소수자들을 바라보는’ 퀴어적 시선이 만신님의 경험 속에 담겨있었다.
(춤인 인터뷰 링크: http://choomin.sfac.or.kr/zoom/zoom_view.asp?type=IN&zom_idx=726&div=)
올해 초 라우렐 켄달의 'Things Fall Apart:Material Religion and the Problem of Decay'(2017) 논문을 읽었다. 그녀가 한국의 무구 및 무속화라는 물질에, 제인 버넷의 '생동하는 물질: 사물에 대한 정치생태학'(한국 발행일은 2020년)의 시선을 대입한 것이 신선하고 반가웠다. 제인 버넷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모두 얽히고설킨 생태계, 지속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받는 관계 속, 물질의 생기를 두드러지게 보이게 했다. 켄달은 그 물질성을 무구 및 무속화로 가져오면서, 조상신들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무구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생산되고, 사용 이후 부패하는 것에 주목한다. 신성이 깃든 물질에 입혀진 마술성이 물질의 부패와 함께 어떻게 해석돼야 할 것이며 환경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로 생각할 여지가 있음을 지적한다.
"... ensouled, numinous, or otherwise empowered materials are subject to material decay.... Questions of object efficacy are also linked to the prospect of decay, which may be hastened or postponed in relation to both individual choices and enveloping circumstances, from questions of climate to political economy. (Kendall, 2017)
영혼이 깃든, 신령한, 또는 다른 방식으로 강화된 물질은 물질적 부패의 대상이다.... 사물의 효능에 대한 질문은 또한 부패의 전망과 연결되어 있으며, 기후의 문제에서부터 정치적 경제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선택과 둘러싸는 환경 모두와 관련하여 서두르거나 연기될 수 있다.
샤머니즘과 부식. 전통과 부식.
‘부패’ 혹은 ‘부식’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반가웠다. 그 단어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죽음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계속 관계 맺고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Life is open ended, its impulse it not to reach a terminus but to keep on going." Decay is a process, a "keeping on going",..."our trash is not 'away' in landfills but generating lively streams of chemicals and volatile winds of methane as we speak" (Kendall, 2017 본문과 재인용)
"생은 끝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종착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부패는 과정, "계속 진행",..."우리의 쓰레기는 매립지에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생생한 화학 물질과 휘발성 메탄 바람을 생성하고 있다."
비롯 맥락은 다르지만, 나는 켄달이 가리킨 무구의 '부패'를 한국 샤머니즘에 특히 2011년에 살펴보았던 사라져 가는 마을굿의 '부패'에 대입하여 보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사라지고 있다고 여겼던 마을굿은 더 이상 사라지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겪으며 부패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행위자들(마지막 마을굿 지킴이들, 새로운 이웃들, 문화 보존에 책임을 진 동사무소, 구청, 정부, 학자들, 무당, 새로운 방식의 마을굿 지불방식 즉 화폐, 음식 재료들, 시장 등)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반응하는 중에 아직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변형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젖은 땅 속에서 부패하는 물질들은 그와 동시에 자라고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샤머니즘은 (뿐만 아니라 전통 및 문화재에 대한 연구는) 원본과 근본을 향한 리서치로 점철되어 왔다. 물론 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변명들은 너무나 많다. 식민주의의 인식론적 차별이 체화된 전통에 대한 자기 비하, 식민주의에 대한 반발로 전통의 뿌리를 (비포용적인) 국가주의, 민족주의로 장식하고 박제할 수밖에 없었던 탈식민주의, 그에 더해 압도되는 속도와 규모로 진행된 자본주의화는 상업적인 것들을 전통과 분리시키면서 다시금 전통을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으로 나누었다. 우리는 본질, 변하지 않는 속성, 그 안에 담긴 진리, 쉽게 닿을 수 없는 지식에 집착해왔고, 그것은 쉽게 수직적 권력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변화를, 변화하는 전통을, 또 우리 존재를 계속 흐르는 것으로 인정하면, 이 과정을 부패와 다시 자라남을 동반한 생성으로 볼 수 있게 되고, 그 속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The instability of certain things and substances is just as interesting as the stability of others because it shifts attention from a focus on representation to a more involved comprehension of materiality and material agency." (켄달 2017 본문 중 재인용, Joshua Pollard, 2004, The Art of Decay and the Transformation of Substance)
어느 사물과 본질의 불지속성은 다른 것의 지속성만큼이나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것은 재현에 초점을 둔 관심을 사물의 행위성과 물질성의 이해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샤머니즘을 개인의 이기적 성공을 위한 굿으로, 공장에서 상업적으로 비환경적으로 생산된 무구로 변질되었다고 비하하는 눈이 아닌, 그 흐름마저 무엇인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
이러한 긍정성은 어떠한 방식과 모습으로든 인간이 샤머니즘적 행위에 끌리고 있는 마음속에 기술과 자본, 상업주의의 합성마저도 다시 마술주의로 환원하는 힘이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가 잠식한 자리를 샤머니즘을 통해 역탈환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 현재 진행 중인 인간너머, 신유물, 포스트휴먼적 사유들과 대화를 이어나가며 미래를 상상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의 샤머니즘의 변화 양상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또 다른 동기는 북미 인디언이자 생물학자인 로빈 월 키머러와 도나해러웨이의 저서들 덕분이기도 하다. 로빈 월은 북미 인디언의 코스몰로지와 생물학적 지식을 너무나 아름답게 블렌딩하며 그들의 세계관 속으로 자본주의에 지친 우리를 초대한다. 해러웨이의 사유는 원주민들의 코스몰로지 뿐만 아니라 그들의 터전, 자연을 지키기 위한 액티비즘과 엮여 연대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가 원했던 것처럼 씨앗을 틔우는 물질적 힘을 지닌 단어들, 개념들을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연대를 요청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선조적 전통이라 할 수 있는 무속은 이 상황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은가?
신유물론과 포스트휴먼이 뒤늦은 서구의 원주민적 지식이라면(혹은 그 지식의 회복이라면)*, 비서구 문화권의 원주민적 지식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고, 요구하고 있을까? 이 원주민의 프랙티스와 지식과 코스몰로지가 서구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이 아닌, 이론이 될 수 있을까?
(*위의 질문들은 2022년 코펜하겐 댄스할레네가 주최한 아트오브디투어에서 강의했던, 멕시코/비엔나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아만다 피나와 이후 그녀와의 대화 중에 자극을 받았다. 또 아시아 출신 학자로 포스트 휴머니즘 이론을 연구에 적용하고 있는 이들이 동양철학 혹은 사상에서 이론을 가져올 수는 없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아카데미의 글 쓰는 방법, 리즈닝reasoning 자체가 지닌 서구 우월적인 지형을 고려했을 때, 원주민의 사상, 동양의 사상에 다시 주목함으로서 이 지형이 바뀌기를 상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Sensorial감각적인, Somatic한 연구 방법 및 스토리텔링의 글쓰기 또한 그 대안이고, 이들이 또 다시 원주민적, 애니미즘과 샤머니즘적 몸적 수행, 세계를 다시 짓는 신화, 구전의 스토리텔링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음도 유추할 수 있다. )
어지러운 생각들 중에 박성미 만신님께 한국의 샤머니즘에 대해서 계속 리서치를 이어가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고 반가운 답장을 받았다.
우선 2023년 4월 말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샤머니즘 페스티벌에 오신다고 하셨다.
<샤먼로드>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왔던 페스티벌이었다. 그 필름 속에서 만신님이 외국인들 속에 둘러싸여 의식을 하셨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곳에 가서 만신님을 뵈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지 않을 수가 없는!
한국, 몽골, 시베리아, 네팔, 아마존, 미국과 캐나다 인디어, 켈틱 전통 등등 세계 다양한 문화권의 샤머니즘 프랙티스너들이 초대된 페스티벌이었다. 페스티벌의 웹사이트는 프랑스어로만 되어있어서 정확하게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만신님을 다시 뵙는다는 기대와 다른 문화권의 샤먼들을 만나서 그들의 의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기다렸다.
In 2021, thanks to the suggestion of Kim Yeon-im, the chief editor of the Choomin (dance magazine by the Seoul Foundation of Art & Culture) at the time, I had an opportunity to interview Park Seong-mi Shaman. In the documentary film <Shaman Road> and her interview, Park Shaman showed her humbleness and honesty without any authority or dogma. I felt her a deep insight from her life experience as a shaman in Korea, where shamanism was regarded as superstitious, and in her encounters with various people who came to seek help from a shaman. Her experience as a shaman contained a feminist manifesto that 'Korean female shamans are an explosion toward the patriarchal society' and a queer perspective of 'understanding LGBTQ+ through the body of a shaman who receives multiple spirits of different sex and age'.
(Choom in interview-in Korean- link: http://choomin.sfac.or.kr/zoom/zoom_view.asp?type=IN&zom_idx=726&div=
Earlier this year, I read Laurel Kendall's paper 'Things Fall Apart: Material Religion and the Problem of Decay' (2017). It was refreshing to read that she applied the perspective of Jane Bennett's '' (2010) to the shamanic objects and drawings. Jane Bennett highlighted the vitality of matter in an ecosystem in which both human and non-human beings are intertwined and in a relationship that continuously influences and receives each other. Applying the materiality to shamanic objects and drawings, Kendall pays attention to the fact that the shamanic objects believed to be inhabited by ancestral spirits are also produced by someone's hand and decay after use. It points out how the magicality in ensouled material should be interpreted along with the material decay and ethical issues related to the environment.
"... ensouled, numinous, or otherwise empowered materials are subject to material decay... Questions of object efficacy are also linked to the prospect of decay, which may be hastened or postponed in relation to both individual choices and enveloping circumstances, from questions of climate to political economy. (Kendall, 2017)
Shamanism and decay. Tradition and decay.
The word 'decay' was unfamiliar at the same time, refreshing. The word makes death, which was thought to be the end, an ongoing, ongoing relationship.
"Life is open-ended. Its impulse is not to reach a terminus but to keep on going." Decay is a process, a "keeping on going,"..." Our trash is not 'away' in landfills but generating lively streams of chemicals and volatile winds of methane as we speak" (Kendall, 2017, Bennett, 2010)
Although the contextual difference, I came to apply Kendall's 'decay' of the shamanic objects to the 'decay' of the disappearing village shamanism in Korea that I researched in 2011. By doing so, village shamanism, which was thought to be disappearing, will no longer disappear or cease to exist. In the process of death and decay, various actors (the last followers of the village shamanism, new neighbors, village offices, district offices, and government responsible for cultural preservation, scholars, shamans, new methods of payment for village ritual, i.e., money, food ingredients, market, etc.) reacting chemically, while transforming or growing into something unknown yet. As if the substances decay in the wet soils, has the power to grow simultaneously.
Korean shamanism (as well as research on tradition and cultural assets) has been dominated by originality and essentialism. Of course, there are so many excuses we can make for this. Self-abasement of one's own tradition embodied by epistemic discrimination of colonialism. Postcolonialism had to decorate and stuff the roots of tradition with (exclusive) nationalism and nationalism as a reaction against colonialism. In addition to that, the overwhelming speed and scale of Capitalization separated commercialism from tradition and subdivided it again into the essential and the non-essential. We have been so obsessed with the essence and unchanging substances, the truth and untouchable knowledge that easily created sheer power. However, suppose we acknowledge the change, changing tradition, and our existence flowing. In that case, we can see this process as becoming accompanied by decay and re-growth, allowing us to pay attention to the relationships within it.
"The instability of certain things and substances is just as interesting as the stability of others because it shifts attention from a focus on representation to a more involved comprehension of materiality and material agency." (Kendall 2017, Joshua Pollard, 2004, The Art of Decay and the Transformation of Substance)
Instead of demeaning Korean shamanism, which continues in the high-tech capitalist society, as a ritual for individual selfish success or a commercially non-environmentally produced shamanic object in a factory, how about seeing the change as a flow something is going on?
This positivity sees power in the human mind attracted to shamanistic behaviors, which may draw the synthesis of technology, capitalism, and commercialism back to magicism. The place that capitalism encroached on is recaptured through shamanism. In the era of the climate crisis, it allows us to imagine and talk about the future by continuing the conversation with the ongoing discourses, More-than humans, new materialism, and posthumanism.
Another motivation to look at the changing aspects of Korean shamanism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is from the North American Indians and biologists Robin Wall Kimerer and Donna Haraway. Robin Wall beautifully blends the American Indian cosmology and biological knowledge and invites us who are tired of capitalism into their worldview. Haraway's thinking was intertwined and in solidarity with the indigenous cosmology and their activism to protect their land and earth. Thus, she created words and concepts with the material power to plant seeds, just as she wanted. Amid this request for solidarity, what kind of voice is shamanism, Korea's ancestral tradition, willing to make in this situation?
Among these dizzying thoughts, I contacted Park Seong-mi shaman, hoping to continue researching Korean shamanism, and received a welcome reply.
First, she said she would attend the Shamanism Festival in France at the end of April 2023. It was a festival shown in the documentary <Shaman Road>. I remembered the images in the film where the shaman performed a ritual surrounded by foreign audiences. I felt that I had to go there and meet her. I can't help but go!
It was a festival where shamanistic practitioners were invited from various cultures worldwide, such as Korea, Mongolia, Siberia, Nepal, the Amazon, American and Canadian Indians, and Celtic traditions. The festival's website was written only in French, so it was difficult to understand the information accurately, but I waited with anticipation of seeing her again and of seeing shamans from other cultures and their ritu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