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샤머니즘페스티벌
비커밍스피시스 동료들과 무용예술가 등이 익스팅션리벨리언 'Befri Jordan 땅을 해방시켜라' 데모 준비를 한 창하고 있을 때, 나는 한국에서 오는 샤먼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간다고 말했다.
이번 데모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대신 샤먼을 만나 의식을 하면서 이 데모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이 만남을 향한 응원과 관심을 받으며 프랑스로 향했다.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지낼 것을 계획하고 온 가족들을 이끌고 수요일 저녁 파리에 도착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는 파리 북쪽, 벨기에 국경 가까이, 피스므Fismes와 소이손 Soissone이라는 작은 도시 사이에 있는 어느 외딴 장소였다.
페스티벌 장소와 제일 가까이에 있는 캠핑장에 전화를 걸어서 텐트를 칠 수 있는 자리가 있냐고 여쭈었다. 처음에는 이미 다 찼다고 하셨는데, 샤머니즘 페스티벌에 참여하러 왔다고 하니 나중에 다시 전화를 주시며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캠핑 드 라 포인트 (캠핑장)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텐트를 치고, 아들은 트램폴린에서 뛰어노는 사이,
나는 2시 반에 시작될 페스티벌 오프닝 세레모니를 보기 위해 페스티벌 장소로 향했다.
페스티벌로 가는 시골 길이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언덕길, 구불거리는 시골 길이 그리웠다. 덴마크는 너무나 평평하고 길도 정원도 고르게 관리되어 있기에, 다듬어지지 않고 엉킨 길과 나무, 덩굴을 보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길가에 샤머니즘 페스티벌이라고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길 모퉁이마다 긴 나무 막대기를 든 이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점점 위아래 하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등에는 너도나도 둥그런 가방이 달려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긴 나무 막대기와 둥그런 가방 안에 들어있는 드럼은 켈틱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의 소품이었다.
페스티벌의 커다란 잔디밭 공터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천막이 쳐져 있었다. 중앙에 큰 원형 울타리 안에는 곧 시작될 오프닝 세레모니가 준비되고 있었다. 꽃과 줄기, 잎으로 게이트가 꾸며져 있었고, 가운데에 캠프파이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쪽을 향해 걸어가는데, 북소리가 들리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점점 사람들이 원형 울타리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독특한 전통 복식을 입고 있는 샤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친숙한 몽골 복식을 입고 드럼을 든 몽골 샤먼들, 흰 옷에 여우 털을 허리에 찬 듯한 일본 샤먼, 긴 가운을 입은 모로코 그누아Gnoua 사람들 등등. 이곳저곳을 열심히 살피며 박성미 만신님을 찾던 찰나에 한국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여 인사드렸다. 바로 만신님과 동행하신 따님, 장구, 피리, 징을 연주하러 오신 악사님들이셨다.
영어로 아니고 프랑스어로만 의사소통할 수 있었던 곳이고, 샤먼이 아닌 참여자 중에서 아시아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 분들을 만나 더없이 반가웠고 그리고 드디어 박성미 만신님을 뵈었다. 2년 만에!
의식이 곧 시작되는 터라 만신님은 입장 준비를 하시고, 나는 일반 참여자들과 함께 원형 울타리 바깥에서 앉아서 의식을 지켜보았다.
흰 옷을 입은 켈틱 데오 수행자들이 게이트 옆으로 길게 줄을 지었고, 초대된 샤먼들은 그들 뒤로 대기하였다.
패트릭이라는 켈틱 데오 마스터와 켈틱 데오 수행자들이 드럼을 치며 시작을 알리자 문화권 별로 샤먼들이 켈틱 데오 수행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세레모니를 주관하는 켈틱 수행자들이 북을 치기 시작하자, 원형 울타리 바깥에 앉아있던 일반 수행자들도 자신이 가져온 드럼을 꺼내 함께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켈릭 수행자들의 리듬이 베이스가 되어 다른, 타문화권의 샤먼이 자기네 전통의 리듬으로 북을 치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입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리듬이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다 다른 리듬이 한데 어우러져 섞이기 시작했다.
샤먼들이 모두 입장하여 원형 울타리 앞에 서고 난 후에 켈틱 데오의 남성 여성 수행자 각각이 나와 꼬리를 먹는 뱀 우로고로스 형상의 캠프파이어에 불을 붙였다. 리듬이 더 강렬해지는 순간들에 샤먼들이 나와서 각자의 방법과 무구로 캠프파이어에 오퍼링?을 하였다. 어느 순간 한국의 악사들이 모두 공동의 리듬에 얹어 연주를 하시는데 그게 음악적으로 굉장히 풍성하고 격렬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에 불을 붙였던 두 수행자가 캠프파이어 속에 뭔가를 뿌리거나 입을 바람을 불어넣는 행위들을 하였다.
켈틱 데오의 마스터이자 이 페스티벌을 주최한 패트릭 씨가 프랑스어로 스피치를 하였고, 모두 '아웨 아웨 아웨'라는 말을 세 번씩 외쳤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중에 물어보기도 했는데, 프랑스어는 아니고 켈틱 전통과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이쯤 의식이 끝나나 싶었는데, 그때부터 더 본격적으로 일반 참여자들을 원형 안으로 초대했다. 약 200~300여 명 정도 되는 인원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나도 줄을 지어 울타리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서 샤먼들 앞을 지나 원을 만들어 섰고, 그다음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시 이전에 들어온 사람들 앞에 작은 원을 만들어 섰다. 결국 마지막에는 일반 참여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온 샤먼들에게 둘러싸인 형상이 되었다. 그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을 치는 소리가 메아리치듯이 진동을 하였다.
이후에 분위기가 물어익었을 때 누군가는 춤을 추기 시작했고, 누구 가는 다시 밖으로 나와 앉아서 쉬었다.
이 페스티벌에 온 샤먼들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샤머니즘 수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모습. 그들은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오고, 어떤 수행을 하는 사람들일까?
세계 각지의 샤머니즘 전통이 한 곳에 수집되어 모였기에 만국박람회와 같은 뭔가를 표면적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도 있었다. 허나 과거와 달리, 샤먼들끼리 만나서 대화가 생겨나고,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대개 새로운 샤머니즘 커뮤니티를 일시적으로 생성하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