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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 May 23. 2023

기후위기 시대 선조적 전통 5

프랑스 샤머니즘 페스티벌 속 한국의 굿



2시에 열린 만신님의 페스티벌 첫 번째 의식



페스티벌 첫날, 오프닝 세리머니가 시작되자, 나도 모르게  진귀한 광경을 찍어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이가 의식을 시작하면 사진 촬영은 안된다고 주의를 줘서 ‘아차했다. 일반 참여자들의 사진 촬영은 불가했지만  프레스로 참여하는 이들은 허락을 받고 촬영을 진행했다.


이 경험은 2013년에 방문했던 일 년에 한 번 있는 흡수골 샤먼의 의식에서 어떤 촬영도 불가했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천막 안에서, 카메라 빛은 물론 어떤 빛도 새어 들어오기를 불허했다. 나는 주의사항을 모두 잘 인지하고 조심하고 있었다. 헌데 의식이 시작되고 북소리가 들리자마자 뭐에 홀렸는지 그 소리를 녹음하고 싶다는 욕망에 핸드폰을 열었다 빛이 새어 나와 주변 이들이 내 폰을 막느라 소동이 일어났었다. 사진을 찍고 소리를 녹음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습과 소리를 가지고 있고 싶다는 소유욕일까.


위의 두 사례와 다르게, 페스티벌 둘째 날 있었던 박성미 만신님의 의식은, 훤한 대낮에, 야외에서, ‘사진 촬영을 해도 괜찮습니다’라고 안내까지 해 주시며 시작되었다.


이 부분이 계속 현재진행형 중인 한국 샤머니즘의 재미있는 부분이다. 사진을 촬영해도, 신령이 들어오시는 무구와 제의 소품이 플라스틱으로 공장에서 생산되어도, 공간이 바뀌어도, 그 신령스러움은 지속된다. 신령스러움과 신통성에 변함이 없다. 한국의 무인들도, 조상신들도 어쩜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력이 뛰어나신지!


첫번째와 두번째 거리


굿이 시작되자 악사님들의 연주가 주는 에너지가 대단했다. 문득 의식을 보다가 대나무에 동여매인 색동띠 너머 하늘을 보았는데, 투명하고 밀도있는 에너지가 무수히 쏟아져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다른 관객들의 얼굴을 보니 그들도 잠시 눈을 감고 악기의 진동이 증폭시켜낸 에너지의 쏟아져 내림을 맞고 있는 모습이었다.


 번째 거리에서  의식의 배경과 기원하는 것을 무가로 불러주신 것 같고, 옷과 무구를 갈아입으신  번째 거리에서는 재기 발랄한 스피릿을 받으신 것처럼 보였다. 말씀을 하시다가 어느 순간부터 머리의 장신구 모자가 다 날라가 떨어질 만큼 움직임이 흥겨워지기 시작했다.


무인님은 관객들이 어떻게 하면 굿 의식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구상하셨을 것 같다. 한 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의가 아닌 모두를 위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이 페스티벌에 적절한 제의를. 만신님은 특유의 유머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들 모두 음악에 맞춰 함께 춤추는 ‘대동’의 장으로 초대하셨다.

공수를 주시는 박성미 만신님


모두 한바탕 정신을 놓고 의식을 풀고 놀고 난 후, 관객 한 분 한 분 오방기 뽑기(신장거리)하며 재수를 점쳐주셨다.


( 페스티벌에  프랑스 사람들은 샤먼이 개인에게 점을 쳐주고 조언해주는 것을 ‘케어라고 표현했다. 이것을 기를 간절히 바라며  로렌스라는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시베리아 샤먼의 거처 뒤로 길게 줄을  사람들이 페스티벌 내내 지속되었는데  샤먼의 케어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


한 사람의 생김새와 기뽑기를 보고 그분의 인생과 고민을 알아보시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나도 오방기를 뽑게 챙겨주셨고, 어느 누군가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마음속에 계속 간직하고 있던 답답함과 고민을 만신님은 그냥 한 번에 알아보셨다.

문제가 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답답한 마음을 알아봐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마음이 시원해지던지.

만신님이 공수를 주시는 동안 나타난 먼 발치의 거위

후담으로 페스티벌 내내 만신님이 하시는 말씀을 프랑스어로 통역해 주었던 려아씨는 굿을 보는 동안 한 할아버지와 호랑이가 텐트 뒤편으로 나타난 것을 보았다고 한다. 만신님이 가져오신 무속화들 중에서 어느 분이었는지 찾아주기까지 했다.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와 달리, 그녀는 자신이 신령을 본 것에 놀라지 않았다. 살면서 스피릿들을 이미 보아왔다고. 그녀는 아마존 원주민들을 위한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아마존 원주민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스피릿들도 보아온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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