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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 Dec 26. 2022

가족을 위한 공간, 덴마크 교회

친가족형 사회공공재와  기반시설 _교회, 놀이터, 도서관의 삼위일체.


우리 아파트 앞에 작은 교회가 있다. 그 앞을 오고 가며 누군가의 결혼식을, 또 어느 고인의 장례식이 행해지는 것을 보았다. 나 또한 결혼식을  교회에서 할까? 시청에서 할까? 고민하기도 는데, 아이를 낳고 3개월이 되던 , 아이에게 이름을 주는 name day 혹은 일종의 세례식을 하기 위해 교회에 처음 문을 두드렸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아기의 세례란 더 이상 종교적 의미가 아닌 덴마크 문화전통 행사이다. 한국으로 치면 백일잔치에 가깝겠다.


아들의 세례식을 인연으로 이 교회의 목사수잔나를 만났다. 그녀 사교적이었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능이 있었다.

1시간 내내 덴마크어로 진행되던 세례식에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앉아있나와 나의 가족을 위해 지겨울만한 때면 한국을 콕콕 언급해 주었다.


세례식 이후에도 그녀는 동네에서 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니는 나를 마주칠 때마다 아주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아기 성가 부르기 클래스

Anna Kirke Babysamlesang 아나 교회 아기성가부르기

출처: https://www.annakirke.dk/det-sker-i-anna/babysalmesang



아들이 3개월에서 16개월이 되는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교회에서 열리는 아기 성가 부르기 참여하였다

무료에다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어서 부담이 없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노래 부르며 나름 부모의 기분도 업 시켜주는 이벤트였다. 약 30분 정도, 아기를 눕히거나 앉혀놓고, 쉬운 찬송가와 동요들을 부르며 율동하고, 오색의 손수건과 비눗방울로 부모가 아이에게 온갖 재롱을 보여주었다. 매 시간 동요 부르기가 다 끝나고 나면, 교회에서 준비해주신 커피, 차, 간식들을 먹으며 다른 부모와 이야기를 나눴다.

스펙터클한 오락거리가 있지 않은 소박한 시간이지만, 종일 내내 아기를 보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소중하고 유일무이한 사회활동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백화점 문화센터의 아기 수업 정도 되겠다.


다른 점이 있다면 누구나에게 열린 무료행사라는 것, 아기의 오감을 자극하기 위한 재료와 완벽한 대사를 미리 연습한 선생님의 마이크 쓴 내레이션이 다는 것이 이  나라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의 차이와 특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든 것이 너무나 편리하고 윤택하게 자본화 상업화되는 한국과 사회주의적으로 공동의 기반시설을 만들어왔던 덴마크. 눈이 휘황찬란한 상품을 전자가 만들어낸다면, 후자는 공과 사가 느슨하게 섞이며 함께 있고 함께 릴랙스 하며 즐긴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비스와 결과물의 완벽함보다, 주는 이와 받는 이가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큰 가치를 두는 사회


(여러 한국 예술가들이 덴마크 공연 작품의 스타일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볼 때면, 나는 종종 명상적이고 느슨하고, 공연의 형태가 완벽하게 계산되어 갖추어지지 않은 워크숍과 공연의 중간의 형식을 띤 작업들을 많이 봐왔다고 대답했었다. 왜 이런 스타일일까? 스스로 반문했었는데, 어쩌면 위와 비슷한 연유일 수도 있겠다.)


이런 덴마크인들의 성격을 더 두고 봐야겠지만 참 독특하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가족 행사 활동을 자본가가 제공해주는 서비스에 기대거나, 사유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 크다. 한국과 덴마크의 사이에 있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개인이 돈을 내고 사야하는 소비재일 수 있는 영역이, 모두가 공동으로 함께 쓰는 공공재로 국가에서 그것을 제공해었을 때, 한 개인이 느끼는 매일의 감정, 정서, 삶에 대한 여유와 마음가짐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 느껴진다. 


가족과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는 곳


우리 아들이 아기에서 유아로 자라면서부터는 교회가 덴마크의 가족들을 위해 꽤 많은 일을 더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덴마크 문화와 전통과 관련한 연중행사를 도맡아 했다예를 들어, 아이들의 카니발과 같은 지극히 비기독교적인 페간 전통의 Fastlavn페스트라운부터 핼러윈 파티까지. 또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을 위한 미사도 따로 열어준다. 이후 어린이에서 청소년 연령대의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카우트 활동도교회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또 어르신들을 위한 뜨개질, 커피 미팅, 노래부르기 이벤트 등도 교회가 하고 있다. 


덴마크 교회의 이러한 활동은 그들의 정치당의 성격에서부터 보인다. 덴마크에는 크리스천 민주당이 국회에 존재한다. 그들은 크리스천의 교리를 전파한다기 보다, 그들의 사회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들, 바로 가족, 문화, 전통,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 강령이고 그들이 신자유주의적 정치당이 아닌 전통의 가치를 이어가는 보수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크리스천 민주당의 리더였던 이사벨라 인터뷰. 2022. 7월, 방사능이 말한다 프로젝트 중. ) 

아나 교회의 아이들의 카니발, 페스트라운 행사 포스터


비교종교학을 전공했던 나로서는 교회의 행사에 어떤 무슬림 가족들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눈에 띄었다. 교회가 하는 활동들이 종교적이기보다 문화와 전통을 보전하는 것이지만, 기독교 교회라는 표면은 그들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벽을 만들었을 것이다.


실은 이슬람과 크리스차니티는 어느 종교보다 서로 가까워서, 중세 십자군 전쟁으로 양쪽이 피폐해졌을 , 이스라엘의 어느  지역에서는 무슬림의 모스크를 반을 나눠서 크리스천들과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절에서 산신당의 자리를 따로 마련해준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종교  만남, 분리되지 않음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글의 주 내용과는 별개로;

* 덴마크에서 아기를 둔 가족을 위한  다른 재미있는 제도는 마더스 그룹이다. 한국으로 치면 조리원 동기 그룹 정도가 되겠다. 이 역시 조리원이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산모를 위한 돌봄 서비스를 받고 그때 만난 이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그룹이라면, 덴마크는 시에서 같은 지역에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을 묶어서 그룹을 만들어준다. 개인비용이 들지 않는다. (주제와는 별개로 덴마크 의료시스템에서 출산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가 축소가 된 부분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덴마크가 자유주의적 경향으로 바뀌어가는 일면을 보여준다. )


아기를 낳고  1-2개월 이후부터 비슷한 출산시기의 엄마들이 모여서 날 수 있게 한다. 육아 과정을 공유하며 사교 친목 활동을 한다.  또한 아기를 혼자서 종일 봐야 하는 핵가족 사회에서는 너무나 소중한 제도였다. 나의 경우는 영어로 소통이 필요한 외국인 엄마들의 모임에 속하게 되었다. 다만 외국인 엄마들이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은 많았지만, 각자 고국으로 여행을 가거나, 직업에 따른 관심사의 차이, 특히 영어가 모국어인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 사이의 격차가 커서, 우리의 모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더스 그룹에 대한 각자의 만족 여부는 그룹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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