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komtle Sep 26. 2022

나중을 위해, 나를 위해 만드는

시간은 가고 있다.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아

가정을 가지고 시댁이 생기면서

처음 시부모님을 초대해 '요.알.못(요리 알지못하는)'

새내기 며느리가 만만하게 대접한 것은

월남쌈이었다.

재료를 썰어서 싸먹으니

준비할 때 비용이 좀 들지만 만족스러운 요리(라기 보다는 플레이팅)였다.

하지만 문뜩 친정부모를 위해서 이리 정성스럽게 요리를 대접한 적이 있는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른 둥이 딸을 키우면서 금지옥엽 기르는데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길렀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제서야 애를 키워봐야 어른이 된다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것 같았다.


며칠 전 50대 중반이신 지도교수님을 찾아갔는데

장모님이 호스피스에 계셔서

문자나 전화 연락이 오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위중하시다고 했다.

이제 곧 70세인 아빠, 아직도 내가 24개월인 우리 똑띠가 아프다고

병원에 차로 데려다 주고 급하게 애도 봐준다.

나한테는 우리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얼마 남았을까?

결혼하고 사니 애키우기 급급하고 돈 벌기 급급하고 빚 갚기 급급하다.

나중, 나중을 외치기엔 정해진 끝을 향해 가는 시간이

'틱톡틱톡' 흐르고 있다.

누군가 말했던 기회의 뒷 머리처럼 미끄럽고 빨라 잡을 수가 없다.

건강하게, 노후 걱정없이 살게 해드리고 싶지만

(어제 유명 연예인이 부모님을 위해 독채를 지어드렸다고 함)


현실은 나 살기에도 빠듯하다.

핸드폰 카메라엔 내 자식 예쁜 모습만 수만, 수 천개인데 늙고 초라해진 부모님은 내 자식 봐주는 모습만 잠깐 잠깐 등장할 뿐이다.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시간은 가고 있다.

하지만 그리 절박하지 않게 주어진 현재를 부모님과 추억을 남기고 영상을 남기고 소중한 일상을 남겨보려고 한다. 부모님께 많은 돈은 못 드리지만 (조금 마음을 다잡고)퉁명스럽지 않게, 친절하게, 기쁘게 하는 말 한 마디를 매일 하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