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네피스 Aug 25. 2018

[초보팀장상처기] 직급이 무슨 상관, 팀장도 사람이야.

팀장도 상처받고, 눈치본다.

팀장도 상처받는 사람이다


나는 3개월차 초보 팀장이다.

흔히 또라이 팀장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텐데

세상의 모든 팀장이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는 사원들에게 매일 당하고

상처받는 한낱 미물, 마음은 뽀시래기 아니 그냥 상처 잘 받는 소심한 인간이다.




팀장이 괴롭혀서 그만두었다는 사원, 주임, 대리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텐데,

사원 때문에 그만두었다는 팀장의 이야기는 많이 없다.

도대체 나는 그 이유를 모르곘다.

나는 오늘도 팀원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이런 내가 이상해 보여도 진짜 그랬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그 팀원의 얼굴이 떠오르면 답답하고 회사에 가기 싫다.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중



팀장이라면 으레 그래야 한다?


팀장이라면 으레 생각나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정확히 그 단어들과 반대되는 단어만 가진 팀장이다.


소심하고, 상처를 많이 받고, 눈치를 많이 보고

윗 직급의 사람들과 아래 직급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인다.


팀장이 이것도 못해, 라는 말이 제일 싫다.

팀장이 되어보고 그런 말을 내뱉는다면 무슨 뜻인지 이야기를 물어보겠지만

팀장이 되어 보지도 않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당신은 얼마나 이 위치에서 잘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보라고 하고 싶다.

팀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까.



작은 회사 + 자유로운 분위기가 만나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조그마한 광고대행사인데,

자유롭고 억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포장하는 아주 체제가 없는 곳이다.


직급에 상관없이 의견을 내고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분위기를 지향하지만

결론적으로 책임은 직급이 높은 자들에게 더 요구되고,

어떤 상황에서 본인이 불리할 땐 직급을 떼기도 붙이기도 참 쉬운 곳이다.


나는 주임으로 입사를 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직급은 있다)

수직적 구조를 못견뎌하는 본성이 호로새끼인 탓에

이런 회사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즐기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면서

회사 생활을 해 왔다. 적어도 승진이 되기 전까지는.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중


2년 동안 팀장이 없었는데? 내부 승진이라니?

내가 입사한 후 2년 동안 우리 팀엔 팀장이 없었다.

아 입사한 한 달 정도는 있었다. 나와 하루 차이로 입사한 팀장이.

그녀가 퇴사한 후 쭉 팀장이 없었다.

생긴지 얼마 안된 회사에 이 회사가 처음인 직원들은

그렇게 팀장이 없는 체계에 익숙해져 갔고,

갑작스럽게 내부 승진이 결정되자 다들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그렇게 회사에 관심이 없었고,

엄청 친한 동료도 없었으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욕하는 자리도 은근슬쩍 피해다녔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 내부 승진자일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상처 받는 팀장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씬하고 싶지만 다이어트는 싫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