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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피스 Nov 16. 2018

나는 정말이지 안 괜찮다

글쟁이의 도망치듯 떠나온 교토 여행1

문창과를 졸업하고 글을 쓰며 살 줄 알았던 지난 날.

하지만, 나는 작은 회사 마케터로 살아가고 있다.

이 일이 적성에 맞는지, 재미있는지 모르고 3년을 꼬박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정신없이 일만 하고,

광고주가 그리고 회사 동료들이 나를 의지하고

업무적으로 나를 찾을 때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뿌듯함을 느꼈다.

퇴근 후에 업무 연락을 받는 것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척도로 여겼다.


그런데, 내가 요즘 정말이지 안 괜찮다.

회사와 삶이 분리되지 않아 늘 불안하다.

퇴근이란 개념이 없이 온통 일만 생각한다.

막연히 두렵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에 불면에 시달린다.


동료들의 질문도 너무 버겁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이 회사에서 사라지고만 싶다.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나는... 방향조차 모르겠다.

꿈이 없고, 방향이 없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길이 없는 곳에 서 있는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고 도망치면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어

교토로 도망치듯 떠나왔다.

이곳에서 하고 싶은 건 없다. 그냥 회사가 아닌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회사 일로 내가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이라는 걸 하고 싶다.







"내가 만난 교토"


철학의 길을 걷고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밥을 먹고,

야무지게 디저트도 챙겨 먹었다.

구제샵에 가서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지 않고

내가 마음에 드는 옷들을 샀다.

회사에 입고 갈 수 있는지, 돈이 많이 드는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시간과 돈을 썼다.


내가 만난 교토는 나에게 그래도 된다고 말하듯

아주 고요하고 적막했다.

나를 떠밀지도 않고, 재촉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카톡은 계속 울렸다.

업무 연락. 연차를 써도, 대한민국을 벗어나도 끊어지지 않는 굴레.

너무 답답했다.


교토에 더 있으면 나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제발... 이곳에 있는 시간만큼은

오직 나에게 집중하고, 업무 연락은 받고 싶지 않다.

회사 생각은 안하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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