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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Nov 03. 2023

달랏은 뭐가 달라도, 달랏

냐짱에서 달랏으로 가기 위해 vexere에서 버스를 예약했다. 호텔로 연예인 밴이 왔다. 우리가 묵은 호텔로 픽업을 나와 우리가 묵을 호텔로 드롭오프를 해 주는데 단돈 22만 동(약 12,000원)이다. 앱에서 현재 버스 위치도 나온다. 한 열에 겨우 두 자리. 우등고속 같이 넓은 좌석이다. 남는 게 있을까 모르겠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참을 쉬는데 그 시간을 빼면 한 시간은 단축될 것 같기는 했다.


달랏에서 내리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이제 9월도 저물어 가는데도 가실 줄 모르던 더위는 달랏에 와서야 한풀 꺾였다. 오히려 좀 쌀쌀한 것 같다. 달랏을 벗어나면 다시 더울 테지만 말이다. 달랏은 덥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곳이다.


숙소에 짐을 놓고 걸어서 크레이지 하우스로 갔다. 그냥 특이한 건물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실상 전기장치 없는 어트랙션인데 엄청 무서웠다. 일종의 안전불감증 테마파크랄까.



높은 계단을 오르면 달랏 시내를 조망할 수 있기는 한데 상당한 용기와 무모함이 필요하다. 발 한 번 잘못 내딛거나 누가 살짝 밀기라도 하면 곧바로 사망이다. 난간이 사람을 보호해 줄 정도로 높지가 않다. 애들 데리고는 오면 안 될 것 같다.



달랏 시내 한가운데에는 쑤언후엉 호수가 있다. 가볍게 산책으로 한 바퀴 돌기에는 상당히 넓은 호수다. 그리 맑은 물은 아닌데 평일에도 낚시하는 남자들이 많은 게 특이하다.



호숫가에 굉장히 넓은 광장이 있는데 특이한 출입구로 들어가면 대형마트와 쇼핑센터가 나온다. 규모가 상당히 커서 장보기에 좋다.



낮에는 꽃 시장이었던 곳이 밤이 되면 야시장으로 바뀐다. 달랏 야시장은 베트남의 다른 지역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여기서는 긴 팔 옷도 판다. 특히 니트를 많이 파는데 예쁜 옷이 많았지만 니트는 세탁이 힘들어서 포기했다.



야시장 끄트머리에는 '나 혼자 산다'에서 나왔던 식당이 있다. 한국 사람이 하도 많이 찾아서 그런지 시키기도 전에 주인아주머니가 "갈비, 오징어, 모닝글로리?" 하면서 한국 사람이 잘 시키는 메뉴를 줄줄 말한다. 아주머니가 부르는 메뉴가 딱 취향이라서 그대로 시켰다.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으레 가격이 비싸고 양이 적은데, 이곳은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괜찮았다.


다음날 3개 폭포를 갈 수 있는 투어 상품을 신청했다. 베트남은 대중교통이 아주 불편하고 투어 상품이 저렴해서 이용할만하다.


처음에 간 곳은 다딴라 폭포였다. 이곳은 알파인코스터가 유명하다. 그 외에 무슨 어드벤처 코스가 있는데 그냥 유격장처럼 생겼다. 알파인코스터는 왕복이라고 되어 있기는 하나 내려가는 게 재밌고 올라오는 것은 그냥 손 놓고 있으면 알아서 슬슬 올라간다.


알파인 코스터를 타거나 그냥 걸어서 내려가면 폭포가 나오고 계곡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크고 시원하다. 물살이 아주 거칠기 때문에 들어가서 보기는 어렵고 근처에서 감상만 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투어 상품이기에 가 줘야 하는 커피농장을 갔다.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그냥 투어라서 구매 강요는 안 하고 가이드가 데려만 주고 신경은 안 쓴다. 커피 농장은 꽤 규모가 컸는데 커피는 엄청 비쌌다. 맛은 잘 모르겠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귀뚜라미 농장도 갔다. 술 하고 귀뚜라미 튀김을 시식할 수 있는데 술이 꽤 괜찮았고 튀김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때부터 속이 좀 안 좋았다. 


그다음으로는 링안사라는 절에 간다. 베트남에는 불교 신자가 매우 적은데도 절이 참 많다. 이곳도 베트남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대형 '레이디 붓다' 관세음보살상이 중심에 있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코끼리 폭포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수량이 많고 약간 무섭게 물이 쏟아진다. 아주 가까이서 보지는 못한다.



다음으로는 봉구르 폭포에 갔다. 차에서 내려 좀 걸어가야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리는 우비를 챙겨가서 잽싸게 갈아입었지만 우비나 우산이 없던 사람들은 비를 쫄딱 맞았다.


봉구르 폭포는 꽤 크고 아주 가까이까지 갈 수 있다. 다만 가는 길에 엉성한 다리가 아주 부실하고 폭포에 접근하려면 바위를 타야 하는데 그 길이 좀 험하다. 사고가 자주 나겠거니 싶었다.



그다음으로는 실크 공장에 갔다. 베트남 2,000동짜리 지폐에 나오는 누에에서 실을 뽑아 실크를 만드는 공장인데 신기하긴 했지만 아무도 사지는 않았다.



그렇게 투어를 마쳤는데 세 폭포 중에 봉구르 폭포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다음 날 그랩을 타고 달랏역으로 갔다. 기차역인데 실제 기차는 몇 대 안 다니고 보통은 그냥 옛날 기차 차량을 놓고 관람할 수 있게 꾸며놓았다. 기차 외에도 이것저것 사진 찍을 거리들이 좀 있어서 대단스럽게 볼거리는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는 있었다.



달랏은 덥지 않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가는 곳이다. 저녁에는 오히려 좀 쌀쌀해서 긴팔이나 바람막이 점퍼가 필요하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바람막이를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의 유명한 곳을 거의 다 다니면서 딱 두 번 꺼내어 써 봤는데 사파와 달랏이었다. 나머지는 더워도 너무 더웠다.


나처럼 더위에 약한 사람들은 달랏이 꽤 괜찮은 것 같다. 호찌민, 하노이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물가도 뭐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근처 볼만한 곳을 가려면 대중교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투어를 해야 하는데 투어를 하루 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뭘 할지가 좀 애매하다. 그래도 덥고 정신없는 다낭과 냐짱을 거쳐서 왔더니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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