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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Dec 23. 2023

유레일 패스로 폼페이 다녀오기

오늘(2023. 12. 22.) 오전 나폴리 첸트랄레 역 앞에서는 꽤 큰 규모의 시위가 있었는데 폭죽인지 뭔지 빵빵 터뜨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다만 이탈리아 자체가 아시아인에게는 위험한 곳이라서 특별히 더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나폴리 역은 9년 전에 왔을 때와 확실히 달랐는데, 예전에는 엄청 위험해 보였지만 지금은 그냥 위험해 보였다. 경찰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어차피 이탈리아 경찰은 동양인에게는 도움을 안 주고 오히려 단속을 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는 주변 소매치기와 이상한 사람들도 조심해야 하고 경찰도 조심해야 해서 아주 피곤하다. 괜히 경찰 눈에 띄면 이것저것 검사한다고 시간이 지체되어 기차를 놓칠 수 있다. 대부분의 범죄는 자국민이 저지를 것이고 동양에서, 그것도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보다 경제적 사정이 나을 동아시아 여행자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다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그냥 인종차별일 것인데 흑인들도 종종 단속한다고 하지만 체감상 대개의 타깃은 그냥 만만한 동양인인 것 같다.


아무튼 예전에 폼페이를 갈 때는 사철을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사철로 갔다가 돌아올 때는 유레일 패스를 써먹기로 했다. 사철로 폼페이 스카비 Pompei Scavi 역까지는 3.3유로. 돈이 좀 아깝지만 여행자 대부분이 이용하는 입구에서 가까운 역이라 우리가 사놓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앱 역시 이 역 근처 입구에서부터 이용해야 편했다.(폼페이 공식? 오디오 가이드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폼페이 스카비 역 쪽 입구로 들어갔다면 대각선으로 반대쪽에 원형경기장이 있는데 그쪽 출구와 폼페이 Pompei 역이 가깝다. 폼페이 역은 트랜이탈리아가 다니는 역이라 유레일 패스를 쓸 수 있다. 그러니 갈 때는 폼페이 스카비 역으로 가서 돌아올 때는 폼페이 역을 이용하면 그나마 덜 걸어도 된다.


우리는 현장에 가기 전에 의문이 있었는데 유레일 패스를 쓰면 사용해야 하는 레일플래너 앱에서는 폼페이 역에서 나폴리 피아짜 가리발디 Piazza Garibaldi 역(나폴리 첸트랄레 역과 사실상 같은 곳)까지 가는 기차를 검색하면 아래처럼 좌석 예약 필수라고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좌석을 예약해 보면 예약이 되지 않는다.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표값이 3유로인데 예약수수료 2, 3유로를 내고 좌석예약을 한다는 게 좀 이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무작정 폼페이 역에 가서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좌석 지정은 따로 없고 그냥 유레일 패스만 보여주면 된다고 한다. 하여튼 레일플래너 앱은 기차 편 검색도 잘 안되고 맞지 않는 게 너무 많다.


참고로 레일 플래너에서 검색하면 로마에서 나폴리로 갈 때 15유로씩이나 주고 좌석을 예약해야 하는데 이탈리아레일에서 검색하면 3유로에 예약할 수 있는 기차 편이 나온다. 소요시간은 2시간으로 1시간 정도 더 걸리기는 하는데 10유로나 아낄 수 있다. 이탈리아레일은 레일플래너 앱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레일에서 예약하면 보통 좌석 예약하면 보내주는 PDF 파일이 아니라 메일 자체에 예약번호가 나오는데 검표할 때 그 번호를 보여줘야 해서 좀 헷갈린다.


아무튼 폼페이 역에서 기차를 타 보니 확실히 사철보다 쾌적하고 깨끗한 데다가 승차감도 좋았다. 좌석 번호가 없고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처럼 그냥 빈자리에 앉으면 되는 식이었다.


승무원이 돌아다니는데 정작 표 검사는 하지 않았다. 랜덤으로 하는 것 같긴 했다. 생각해 보면 폼페이 역에서 탈 때도 검사하지 않고 나폴리에서 내릴 때에도 검사하지 않는데 무임승차가 꽤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동양인은 항상 단속의 대상이니 무임승차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 희한하다. 동양인을 차별할 것 같으면 주머니를 털질 말던가. 동양인이 가진 물건과 돈은 엄청 좋아하면서 차별은 또 차별대로 한다. 그러고 보면 인종차별은 일종의 피해의식의 결과물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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