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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Dec 30. 2023

유레일 패스로 류블랴나에서 블레드 다녀오기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아봐도 안 나오길래 누군가 찾아볼까 싶어 남겨 놓는다.


이탈리아에 있다가 슬로베니아로 왔더니 확실히 긴장이 풀린다.


슬로베니아의 경제 수준이나 소득 수준은 한국과 비슷하니 이탈리아와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적고 도시가 깨끗하다. 이탈리아에서는 흔히디 흔한 관광객 상대로 사기 치는 사람들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누구나 알 법한 굉장한 유적지는 없지만 나름대로 잘 꾸미고 가꾸어 놓아 나라와 도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낮에는 그렇게 없던 사람들이 밤이 되니 모여들었다. 류블라냐 성 프란체스코 성당 앞


어제 류블랴나에 왔다가 오늘은 근처 블레드라는 곳에 가 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해 봐도 다들 버스를 타고 간다고 나왔다. 기차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내려서 또 버스를 타야 한다고 했다. 류블랴나는 기차역에 버스터미널이 붙어 있어서 버스 타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겠지만 비싸게 주고 산 유레일 패스가 아까워서 기차를 타고 싶었다.


블레드에 기차역이 몇 군데가 있고 그중 하나는 약 이름이 아예 블레드 호수 Bled jezero 역으로 호수와 아주 가까이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나오는 것처럼 꼭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어서 그냥 기차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기차를 타면 한 번 갈아타야는 하지만 어렵지 않고 시간도 1시간 반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류블랴나 역에서 블레드 예제로? Jezreo 역을 하려면 중간에 예제니체 Jesenice 역에서 갈아타야 한다. 안내방송이 따로 없으니까 알아서 잘 내려야 하는데 지도 앱을 봐도 되고 또 그 역에서 꽤 오래 정차한다.


예제니체 역에서 내리면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열차가 한 대 서 있는데 따로 플랫폼 안내 같은 게 없고 기차 앞에 Nova Gorica행이라고 쓰여 있었다. 다만 다시 되돌아올 때 탄 기차는 굉장히 아늑하고 조용한 새 기차여서 오래된 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예제니체에서 블레드 갈 때 탄 기차


Bled jezero역은 표를 파는 사람도 관리하는 사람도 보리지 않는 굉장히 작은 역인데 그냥 유럽 여느 게스트하우스 건물처럼 생긴 역에서 나오면 바로 호수가 보인다.


역 앞에 있는 안내판에 순환버스가 무료라고 쓰여 있던데 7,8월에만 운영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2월이라 그림의 떡이었다.


역에서 보이는 블레드 호수의 풍경


우리는 먼저 블레드 성에 가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찾아보니 루트는 여러 개가 있었는데 중간에 뷰 포인트가 있는 길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청소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길에 낙엽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고 잡초하나 삐쳐 나오지 않았다. 멀리에는 반쯤 눈이 덮인 산이 보이고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 탁 트인 시골 마을이었다. 스위스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기차역에서 걸어가는 길. 조용하고 깨끗하다.


구글 맵에서 당연히 인도로 알려줄 줄 알았는데 중간에 이게 길인가 싶은 산속으로 안내했다. 산길도 완전 그냥 쌩 산길로 누가 길로 만든 것도 아니라 사람이 오고 가며 자연스럽게 생긴 통로 같았다. 가는 길에 노루도 한 마리 지나갔다.


표지판에 분명 블레드 성까지 걸어서 30분이라고 되어 있고 구글 맵에서는 그 보더 더 짧게 나와 있었는데 실제로는 한 시간 가까이 산을 탔다. 역시 산에 있는 표지판은 믿을 게 못 된다.


산길을 오르는 것은 꽤 많은 체력을 요해서 한 겨울 날씨에도 땀을 흠뻑 쏟았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보이는 블레드 호수와 멀리 보이는 설산의 풍경이 아주 좋았다. 이런 풍경은 정작 블레드 성 근처로 가면 볼 수 없다.


산을 타야만 볼 수 있는 풍경


블레드 성은 입장료가 무려 15유로인데 리뷰를 보니 평이 좋지 않았다. 아마 3에서 5유로쯤 했다면 평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사람은 대부분 단체 관광을 온 어르신들이었고 젊은 사람은 그냥 근처만 맴돌다 돌아가는 것 같았다. 우리도 굳이 비싼 돈을 내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동안 워낙 벅쩍지끈한 성들을 많이 보아서 흥미가 별로 없었다.


에펠탑에 오르면 에펠탑을 볼 수 없듯 절벽 위에 세워진 블레드 성 전체를 보려면 멀리 호수까지 내려와야 한다. 블레드 성까지 가는 산길에서 본 풍경은 굉장히 멋졌는데 정작 블레드 성 근처에서 본 풍경은 그저 그랬다.


블레드 성에서 호수까지는 잘 닦여진 인도로 금방 내려갈 수 있는데 정작 호숫가에서는 호수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수도원의 모습이 산길에서 봤을 때처럼 환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호수는 산책로가 잘 닦여 있어 걷기 좋다. 물은 굉장히 맑아서 맨눈으로도 수초들이 훤히 보인다.


호숫가에서 본 풍경.


호수까지 워낙 고생해서 왔기에 류블랴나로 돌아갈 때는 그냥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다. 버스비가 부담될 정도로 비싸지도 않고 정류장도 호수에 딱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비수기라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고민을 하다가 그냥 걸어서 기차역으로 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산길이 아니라 주택가의 길을 택해 갔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구글 맵에서는 40분이 넘게 걸린다고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처음 한 5분 10분 정도는 오르막이 있지만 이후로는 계속 평지여서 걸을만했다. 돌아가는 길은 산길이 아니어서 호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설산과 그에 딱 어울리는 농촌의 풍경이 꽤 멋있고 환상적이었다.



류블랴나로 돌아갈 때는 왔던 것과 딱 반대로 하면 되는데 기차 간격이 들쭉날쭉이라 1시 차를 놓치면 4시 차를 타야 한다. 비수기에는 버스도 배차간격이 일정치 않고 요일이나 날짜마다 버스 시간이 다른데 배차 시간 안내도 보기 불편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버스정류장에 안내판을 좀 자세히 봐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면 바로 호수에 도착해 정작 블레드의 아름다운 모습은 볼 수 없으니 다리가 좀 아프더라도 기차가 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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