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한 쪽짜리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하다 보니 반쪽짜리가 되었습니다.
일본, 동남아, 유럽만 딱 갔다 왔습니다.
시간과 비용의 문제보다는 나이를 먹어가니까 챙겨야 할 게 많아지더라고요.
저희가 갔던 국가는 이렇습니다.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튀르키예
그리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아부다비
여행 비용은 정말 생수 한 병까지 다 기록했는데, 따져보니 한국에서 생활비보다 덜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생활해 보니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더라고요. 왜 외국에서 놀 때 돈이 덜 들어갔는지는 이것저것 자세히 따져봐야겠습니다만, 어쨌든 여행경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곳은 일본 미야코지마였습니다.
일단 바다가 너무 예뻤고, 사람도 적었습니다.
얕은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귀여운 흰동가리도 많이 보았고, 스노클링을 하지 않더라도 물 위로 고개를 내미는 거북이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자연환경은 최고입니다.
사람이 워낙 적어 조용하고, 마트도 잘 되어 있습니다. 물가도 쌌고요.
스페인도 볼거리도 많고 물가도 싸서 좋았습니다.
스위스는 물가는 비쌌지만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멋진 자연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튀르키예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물가가 너무 급격히 올라서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의외로 관광지 입장료가 비싸고 음식점 바가지가 좀 있었는데, 일단 볼거리가 워낙 많았고 사람들도 친절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오로라를 보았는데 운이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의외로 동남아가 많이 실망스러웠는데요. 호텔이 확실히 싸긴 하는데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관광지는 통제가 안 되는 서양인들로 넘쳐나고, 풍광이 좋은 곳도 있지만 가령 부모님 모시고 다시 오고 싶냐고 한다면 선뜻 ‘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10년 전, 그러니까 2014년에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독일이 물가도 안 비싸고 안전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많이 망가졌더라고요. 저녁이 아니라 낮에도 길거리 돌아다니는 게 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이탈리아는 예나 지금이나 인종차별이 심했습니다. 경찰은 백인이 옆에서 소매치기를 하건 노상방뇨를 하건 가만두는데, 누가 봐도 여행자인 동양인들은 꼭 붙잡아서 여권 검사를 하더군요. 국가 차원에서 인종차별을 하라고 경찰을 배치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기차 시간 때문에 경찰을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네요.
프랑스에서는 하필 세네갈이 축구 뭐를 우승했다며 사람들이 뛰쳐나와 상점을 부수고 부탄가스를 던지고 차에 불 지르고 난리를 치더군요. 물어보니 축구를 져도 그런다네요.
옛날엔 유럽 어디를 가도 신라면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다 불닭이네요. 한국 라면은 어디를 가나 있어서 정말 라면을 엄청 많이 먹었습니다.
과일은 어디를 가도 한국만큼 비싼 곳은 없었습니다. 일본이 좀 비싸기는 했는데, 다른 먹거리들은 쌌으니까 괜찮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사과를 참 많이 먹었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한국 사과보다 껍질이 두껍고 크기는 작았습니다.
핸드폰은 전화올 데가 많이 로밍을 했습니다. 요즘 로밍 싸고 편합니다. 그래도 데이터는 아쉬워서 이심을 썼는데요. 한국과 음성통화는 로밍으로 무제한할 수 있고, 데이터는 이심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편했습니다. 요즘 세상 참 좋네요.
숙소에서는 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봤습니다. HDMI 케이블로 연결해서 봤는데 속도는 좀 느리지만 엄청 끊기는 곳은 별로 없었습니다. 국내 OTT는 VPN으로 접속이 되는 곳도 있고 안 되는 곳도 있는데 되더라도 워낙 느려서 그냥 안 보는 게 속이 편했습니다. 외국에서는 접속 지역에 따라 넷플릭스 콘텐츠가 다릅니다. VPN을 이용하면 한국에서처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너무 느립니다.
아무튼 올해 3월 17일에 귀국했는데, 다시 사무실 오픈을 준비하면서 보니 법률시장이 엉망이 되어 있네요. 예전에는 별 이상한 사람 몇몇이 이상한 광고를 해서 제가 변협에 신고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이제는 국내포털에서는 정상적인 광고를 찾아보기가 힘드네요. 특히 대형업체가 어마어마한 자본으로 정말 기가 막힌 거짓말들을 쏟아내는데, 이 업체들이 변협보다 힘이 센 것 같습니다. 통제가 안 되나 보네요.
사무실을 다시 오픈한 지 이제 한 열흘 되었으려나요. 벌써 사건 의뢰가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손님은 별로 없습니다. 대형업체에 속아서 바가지 쓰고 있을 분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긴 한데, 뭐 어쩔 수 있나요. 평범한 곳도 많은데 굳이 바가지 씌우는 데를 골라가는 것도 다 나름 의도가 있는 것이겠죠.
시간이 좀 남아서 이전에 베트남까지만 작성했던 여행기를 다시 작성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베트남 편은 바빠서 성의 있게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정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핑곗거리도 있는데, 독일에서 맥북이 든 가방을 통째로 도난당했는데요. 한국에 와서 아무래도 법원 전자소송과 호환 문제 때문에 윈도 노트북을 구입했더니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기가 참 불편합니다. 사진을 봐야 기억도 나고, 여기 올리기도 편한데요.
아무튼 곧, 진짜 여행기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