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건에 관한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그냥 법률 상식 비슷한 글입니다.**
제가 얼마 전 이 문제로 한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굳이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건에도 타당할 수 있는 그런 그냥 일반적인 말씀을 드렸는데요.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혼전문변호사로 이 사건 판결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우선 이혼 소송은 일반적인 민사 소송과는 많이 다릅니다. 일단 법에 별 다른 규정이 없습니다. 이혼 사유라고 하는 민법 제840조의 6가지 사유도 굉장히 추상적입니다. 재산분할도 명확하게 어떻게 나누라고 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판례와 관행으로 재판이 이루어지는데, 또 꼭 그것을 안 지켰다고 해서 틀린 판결이라고도 할 수도 없습니다.
가령 재산분할을 할 때 분할대상인 재산의 기준 시점은 판례에 따르면 ‘사실심 변론종결 시’입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요. 만약 항소(2심)가 있었다면 항소심 마지막 재판일이고, 항소가 없었다면 1심 마지막 재판일이 됩니다. 그런데 이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피고의 재산은 원고가 사실조회 같은 것을 해서 파악할 때가 많은데,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때는 소송 중입니다. 그래서 가령 5월까지의 재산내역만 파악이 되었는데 변론종결일이 8월이라면, 8월을 기준으로 재산을 다시 파악해야 하는 문제점이 생깁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기준시점을 소 제기일로 합니다. 소 제기일 이후로는 부부가 서로의 재산에 대해 기여가 없다고 간주하는 것인데, 이게 딱 맞아떨어지는 논리는 아니라서 판례가 현실에 맞지 않아 생긴 관행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혼 소송에서는 법규정이 명확히 딱딱 맞지 않다 보니 그 결과가 판사의 재량에 좌우되는 때가 많습니다. 가령 판사가 판결을 했는데 위자료가 왜 1100만 원이 아니고 1000만 원인 지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재산분할 비율 역시 왜 5.9:4.1이 아니라 6:4인지도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판사는 그것이 적당해 보이니까 그렇게 판결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법원 내부에서는 기준을 만들어 놓긴 하였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잘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제 사건은 규칙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니까요.
이러한 이혼 소송의 특성상 문제의 그 사건도 1심의 판단과 항소심의 판단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단 항소심에서는 위자료가 무려 20억 원이나 인정되었는데요. 위자료 액수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는 법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대 1억 원이 아니겠느냐 하는 말은 많았습니다. 보통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사건에서 위자료로 인정되는 금액은 2,000만 원 안팎일 때가 많았고, 우리 법원에서 정신적인 손해에 대해서는 금액을 좀 인색하게 인정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판결의 위자료 금액은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에 가깝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억 원이 많은지 적은 지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거액의 위자료는 누가 되더라도 언젠가는 한 번 나올 수밖에 없는 판결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재산분할에서 여러 가지 쟁점이 많았습니다만, 핵심은 특유재산 인정여부였던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사건처럼 SK라는 대기업집단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저 남편이 아버지로부터 오래전에 물려받은 한 2~3억 정도 되는 주식이 문제였다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이혼전문변호사는 “당연히 분할대상인 거 아니야?”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혼인 전부터 부부가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부부 일방이 상속·증여·유증으로 취득한 재산 등은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으로서(민법 제830조 제1항)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만, 다른 일방이 그 특유재산의 유지·증가를 위해 기여했다면 그 증가분에 대해 재산분할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특유재산의 유지와 증가에 기여했는지는 굉장히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가령 자녀 양육이나 가사활동도 특유재산 유지에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녀 양육이나 가사활동이 부부의 공동재산의 증식과 유지에 기여한 것은 너무도 명백합니다. 왜냐하면 주양육자가 있기 때문에 나머지 일방이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 형성된 공동재산은 결국 특유재산을 유지하는데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세금은 내야 하니까요.
그러면 이혼 직전에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면 특유재산이라도 분할대상인 재산에 포함을 하되, 다만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에는 상속, 증여 재산이라는 점은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의 이 사건에서 특유재산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은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여가 있었는지를 따졌을 것입니다. 그 기여자가 꼭 당사자 자신일 필요는 없으니까 친정아버지인 전직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거액의 자금이 시아버지의 회사인 당시 선경에 들어갔다면 기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기여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증여나 상속이 오래전에 이루어졌고 혼인 기간도 상당하다면 일단은 분할대상으로 보고 재산분할 비율에서 감안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사건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액수가 크다고 달리 판단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재산분할 비율이 그게 맞는지는 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개된 자료가 무엇을 판단하기에는 너무 적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인터뷰에서도 이러저러한 판단의 요소 없이 그냥 이혼전문변호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번에 대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올지 참 궁금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건은 대법원에서 겨우 5줄짜리 이유를 써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거든요. 소송가액이 많은 유명한 사건이라고 굉장히 긴 판결문이 나올지 아니면 다른 평범한 사건들처럼 꼴랑 5줄짜리 이유도 적시 안 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기각이든 파기환송이든 긴 판결문이 나오지 않을까요?
https://youtu.be/1wjAdItckqQ?si=DrneEXR8xdEOqd5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