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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un 19. 2024

방에 콕 있지는 못할, 방콕

제가 도착한 때는 2023. 10. 6.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씨엠립 공항까지 툭툭을 탔는데 가는 길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라서 포장을 잘해 놓은 것 같습니다.


방콕에서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방콕에 사는 친구는 아니고 평택에 사는 친구인데 일부러 서로 일정을 맞춘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10월쯤에 방콕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서로 대화를 하다 보니 일정이 겹쳐서 며칠은 같이 다니기로 했습니다.


방콕은 여행하기 좋은 곳일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저도 겨우 며칠 갔다 온 게 전부라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실제로 가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도 있고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것도 있고 해서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덥습니다.


정말 많이 덥습니다. 제가 더위에 약해서 일부러 10월로 일정을 잡았는데도 우리나라 한 여름처럼 덥습니다. 내륙국가 중에는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서 체감하는 기온은 낮은 때가 있는데 방콕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여름처럼 습하고 덥습니다.


돌아다니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버스, 지하철, 택시, 그랩 다 이용해 봤는데 지하철이 그나마 좋았습니다. 다만 노선이 무진장 헷갈립니다. 가뜩이나 글자 읽기도 힘든데 도대체 이게 몇 호선인지 어느 방향에서 타야 하는지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정말 사소한 배려만 있어도 편할 것 같은데 아쉬웠습니다.


버스를 타면 옛날 중국처럼 사람이 와서 요금을 받는데 거스름돈을 꼭 맞출 필요는 없지만 너무 큰 금액을 내면 서로 곤란합니다. 구글지도를 보면 버스 도착 예정시간이 나오는데 하나도 맞지 않습니다. 정말 맞게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더워 죽겠는데 길거리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한 번은 정말 오래된 버스를 탔는데 길이 막혀도 너무 막히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와 약속시간이 늦어 중간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려고 걸어가면서 보니 차가 막히는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한 차선 도로였는데 택시들이 사람을 태우려고 그냥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택시가 손님 하나를 태우면 딱 그 택시가 빠져나간 만큼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택시들이 차로를 막고 있는 것을 모두가 그냥 보고만 있다니, 우리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어렵더군요.


음식은 다 괜찮았습니다. 저는 태국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긴 합니다. 특히 피시소스 비린내를 싫어하는데 정작 태국에서는 괜찮더군요.


쇼핑은 정말 편했습니다. 아주 쾌적한 쇼핑몰도 있고 짜뚜짝 시장처럼 거대한 재래시장도 있습니다. 살 거리가 넘치고 종류도 많은 데다가 비싸지도 않으니 장기여행이 아니라면 참 많이 사 들고 왔을 것 같습니다. 더우면 쇼핑몰로 들어가면 되고 안 더우면 재래시장을 가면 되니까 선택의 폭도 넓습니다.


대마초 때문에 좀 불편했습니다. 그나마 방콕은 좀 나은 편인 것 같은데 서양 관광객이 많은 다른 도시는 온 동네가 그냥 대마초 냄새로 가득합니다. 요즘 다시 규제한다고 하니까 좀 달라질 것 같기는 합니다.


방콕은 좀 특이한 게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본 방콕과 좀 젊은 사람들이 본 방콕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몇 해 전에 단체 여행으로 방콕에 다녀오셨는데, 도대체 그런 건 어디에 있나 싶은 곳만 골라서 다녀오셨더라고요.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사람의 연령대가 좀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여행사에서는 어르신들의 편견에 맞게 코스를 짰던 것 같습니다.



남들 다 가는 사원


방콕에도 태국의 다른 도시처럼 불교 사원이 정말 많습니다. 숙소를 어디로 정하든지 그냥 지나가다가 몇 군데씩은 꼭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척 신기합니다. 우리나라 절과는 많이 다릅니다. 장식도 화려하고 건축물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유명한 사원은 관광객으로 넘쳐나서 종교시설이라기보다 그냥 관광지의 느낌이 들고, 또 입장료가 비싼 곳도 좀 있습니다. 종교 시설인데 입장료를 받는 게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긴 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할 수 있습니다. 비닐봉지 하나 챙겨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원은 처음에는 참 신기한데 몇 번 보다 보면 익숙해져서 잘 안 가게 되기는 합니다. 특히 그늘이 많은 게 아니라서 더위를 피할 수도 없고 종교시설이라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왓포
왓 프라깨오

룸피니 공원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시간이 남아 근처에 공원이 있길래 가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크고 잘 관리된 공원이었습니다. 인공호수가 있고 그 호수에는 이 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물왕도마뱀이 살고 있습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헤엄치는 도마뱀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물왕도마뱀은 태국 다른 지역에 가도 물이 있으면 그냥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로 치면 탑골공원에 이렇게 큰 도마뱀이 돌아다니는 셈이니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짜뚜짝 시장


짜뚜짝 시장은 재래시장 비슷한데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한 번 들어가면 같은 곳을 다시 되돌아가기 힘듭니다. 돌아가려면 갈 수는 있지만 다리가 아픈 이유가 더 크긴 합니다.


섹션별로 나눠져 있기는 합니다만 엄격히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이 다 다르니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몇 군데 돌아봐서 대강의 가격을 파악하는 게 좋긴 합니다만, 맘에 드는 걸 발견했는데 다른 곳에서 안 팔 때도 있었습니다.


물건의 품질은 천차만별입니다만, 아무래도 비싸고 좋은 제품을 굳이 여기서 살 이유는 없겠지요. 괜찮은 바지와 티셔츠를 골라왔습니다만 물이 아주 쭉쭉 빠져서 같이 세탁한 다른 옷 몇 벌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굳이 뭘 사려고 하지 않더라도 구경해 볼만합니다.


다만 실내는 참 좁고 실외는 참 덥습니다.



까오산로드


한 때 배낭여행자의 성지였습니다. 싸고 좋은 카페와 음식점이 꽤 있습니다만 교통이 아주 불편합니다. 싸고 괜찮은 숙소가 있길래 저희는 아무 생각 없이 까오산로드 쪽으로 숙소를 정했습니다만, 정말 어디를 가더라도 불편했습니다. 지하철 다니는 곳에 숙소를 정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택시비 아끼려고 버스를 타고 다니긴 했는데 버스가 잘 오지도 않을뿐더러 교통체증을 한 번 만나면 정말 답도 없습니다. 그냥 돈 더 주고 지하철 역 근처 숙소가 더 낫습니다. 까오산 로드 쪽 숙소가 더 저렴하긴 하지만 택시비가 많이 들 수 있습니다.


다만 과거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답게 이런저런 맛집들이 많습니다. 빨래방도 아주 많고요.


임파와 시장, 반딧불 투어


방콕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과 함께 신청한 투어였습니다. 오후쯤에 출발해서 먼저 시장에 갑니다. 대단히 특별할 것은 없는 그냥 관광객용 시장입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하기에 괜찮습니다. 친구 하나는 꿀을 사 왔는데 웬 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가격은 생각보다 싸지 않았고 오히려 좀 비싸다고 느껴졌습니다.


해가 지랑 말랑하면 보트에 나눠 타는데 그냥 나무배입니다. 그래도 구명조끼는 줍니다. 유럽에서는 구명조끼를 잘 안 주는 데 말이죠.


배에서 보는 풍경도 꽤 괜찮았습니다. 정말 아주 멀리 나가는데도 반딧불이 잘 안 보여서 오늘은 글렀나 싶었는데 명소가 따로 있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너무 안 나와서 아쉬웠습니다.


반딧불이 특히 좋아하는 나무가 따로 있어서 그쪽에 몰려 있습니다. 반딧불 스폿이 개인 집 근처일 때가 많아서 집주인들이 시끄럽다고 나무를 베어버린다고 하니, 일종의 관광공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꽤 괜찮았고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가격도 엄청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고요. 다만 차를 꽤 오래 타고 가야 합니다.



반얀트리 호텔 루프탑 바


반얀트리 호텔 루프탑 바는 호텔에 투숙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높아서 경치가 좋습니다. 다만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고 가격이 살인적입니다. 친구가 가자니까 갔지만 아마 그 돈 내고 제 스스로 가지는 않았을 것 같긴 합니다. 음료 하나에 500밧 정도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숙소가 1박에 1,000밧이 안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야경이 정말 좋긴 합니다.



각종 쇼핑센터


방콕엔 쾌적한 쇼핑센터가 참 많습니다. 시암 센터, 시암 파라곤, 파라다이스 어쩌고 등... 제가 갔을 때는 총기 난사 테러 직후였기 때문에 출입통제를 흉내 내고 있었습니다. 경계를 삼엄하게 하는 척만 하는 거라 사실은 그냥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갔습니다. 외국인이라 그런 걸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다시 가게 될까?


6박 7일 정도의 짧은 기간이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습니다. 다만 도시 여행이 제 취향은 아니어서 아마 다시 갈까 싶기는 합니다.


그래도 화려한 사원을 볼 수 있고, 깨끗한 곳만 골라 다니면 꽤 쾌적하게 도시여행을 할 수 있고,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 숙소비가 참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하고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었고요.


제 친구는 방콕을 워낙 좋아해서 일 년에도 몇 번씩 갑니다만, 저처럼 더운 것 싫어하고 도시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취향에 안 맞을 것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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