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또는 아내(그냥 배우자라고 하겠습니다)가 집을 나간 경우에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까요?
몇 가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피고는 2000년 10월경 부부싸움을 한 후 옷가지 등 짐을 챙겨서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후 몇 번 집에 들르기도 했지만 2000년 12월부터는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부모님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후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양육권 등을 청구하였고, 원고는 이에 대응하여 양육비를 포함한 부양료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에서는 피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의 반소를 일부 받아들여 2000년 12월 1일부터 부양료로 매월 500만 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원고는 위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부부로서의 동거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로 2004년 12월에 가정법원에 동거심판청구를 하여 동거장소를 **동에 있는 30평대 아파트로 정하여 2005년 5월 말부터 동거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조정이 성립하였음에도 피고가 동거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결과 - 위자료 1,000만 원 인정
피고는 2002년경 가출하여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2003년경 원고를 상대로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06년경 최종 패소하였습니다.
원고는 2003년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역시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06년에 일부 승소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러자 피고는 2010년 다시 이혼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2년 기각되었고, 그러자 2017년 다시 이혼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한편 원고는 2016년경 피고 동거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여 위자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결과 - 위자료 1,000만 원 인정
첫 번째 사례는 부부 사이에서 이미 동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 법원에서 조정조서로 작성이 되었음에도 피고가 이행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동거의 장소는 법원에서 정해줄 수 있으나 이를 강제하는 것을 불가능합니다.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면 왜 굳이 소를 제기하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송을 꼭 어떠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부가 동거할 장소를 무려 소송(정확하게는 비송)까지 거쳐 정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 법원에서는 1회 적인 위자료를 지급을 명할 수는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피고가 명백하게 유책배우자인 경우입니다. 피고는 무려 2002년부터 무려 15년째 이혼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기각이 되면 또 청구하고, 또 기각이 되니까 또 청구를 하는 것입니다. 소송만 무려 15년째 하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더 이상 부부로서의 실체가 있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법률혼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피고는 첫 번째 사례의 경우는 소송을 통해 합의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까지 확대해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에서는 부부의 동거의무는 그 자체로 법률적 의무이므로 소송여부와는 관계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사례는 공통적으로 피고가 혼인관계의 파탄을 주장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첫 번째 사례는 법원에 이혼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고, 두 번째 사례는 유책배우자로 이혼 청구가 인용될 수 없었던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정되거나 상대방이 유책배우자라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동거의무 불이행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가령 여러 가지 이유로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는데 상대방이 유책배우자도 아니라면 동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만약 배우자가 외도를 하다가 가출을 하였거나 상간자와 함께 사는 경우라면,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와 별개로 배우자에게도 동거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인정되는 위자료 금액이 많지 않아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1,000만 원 정도가 인용되었으니 2,000만 원이나 1,500만 원 정도를 청구하면 소액사건이 됩니다. 정작 당사자들은 자세한 판결문을 받고 싶은데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판결이유를 적시하지 않아도 되고, 또 실제로 소액사건은 좀 빨리빨리 해치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사례는 위자료로 1억 100만 원을, 두 번째 사례는 2억 100원을 구하였습니다. 소제기 당시를 기준으로 합의부 사건으로 올리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승소하더라도 피고의 소송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상대방 소송비용 중 일부를 물어주고 변호사비도 내면 결국 손해 아니냐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이런 소송은 돈 때문에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때 만약 위자료가 인정된다면, 이 위자료는 나중에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특유재산으로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봤자 얼마 안 되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