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인스타가 젊음의 상징이었어
하루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는데 열살짜리 사촌동생 A가 내 폰을 빤히 쳐다보는 거다.
올해 스물일곱, 족히 세 배의 인생을 자랑하는 나는 안 그래도 성인의 위엄을 맘껏 뽐내던 중이었다.
닌텐도 스위치를 가져와 A에게 동물의 숲을 시켜준 건 누가 봐도 든든한 사회인의 모습이었지. 나는 그제서야 성인으로 인정받았다.
채울 수 없는 욕망의 대리만족 수단이 나 아니었을까. 내 인스타를 바라볼 때 A의 그 눈빛이 되살아났다.
“인스타 하고 싶은데 엄마가 허락을 안 해줘.” A가 말했다. 훗, 인스타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나이라니.
나는 이 날도 어른의 포스를 뿜었다.
‘나는 인스타 유저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초딩과도 격의없는 남자라는 환상에 빠졌더랬다.
먼 미래 나의 2세가 사춘기를 맞아도, 너무나 당연하게 소통할 수 있으리라. 마음속으론 벌써 자식의 고민을 들어주는 든든한 아버지였다.
그런 나의 믿음이 무너진 건 불과 일주일 전. 과외교사를 하는 누나가, 가르치는 초딩으로부터 격세지감을 느꼈단다.
“인스타는 늙은이들만 쓰는 거예요-“
아니 그렇다면 내가 들은 말은 뭐란 말인가. 사촌동생 A는 인스타에 발톱만큼도 관심없는데 그냥 내 구색을 맞춰줬다는 말인가.
이미 사회생활을 배운 성숙한 A(10세)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동물의 숲 한판 더 하려고, 늙은이의 비위를 맞춰주는 젊은이...
어깨에 가득하던 근엄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아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나는,,이미,,,늙은이가,,다,된것인가!@
성인의 맵시가 빠진 나의 초라한 몰골. 팩트체크를 결심했다. 분명히 학생들도 인스타그램 얘기 많이 했단 말이다. 마침 오늘 밤, 나는 또다른 사촌동생을 B를 만날 수 있었다.
항상 인사만 나누었지만 큰 대화는 하지 않던. 서로 얼굴만 알던 건실한 고교생이었다.
목소리도 가물가물 하지만 다짜고짜 물었다. 일단 나이 확인을 하니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2003년생, 내 기준으론 매우 젊은 나이다.
“너흰 요즘 SNS 뭐 쓰니?”
“중학교까지는 페이스북... 고등학교부턴 인스타...”
현역 고교생은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인스타는 고딩때부터. 즉, 초딩의 “늙었다”는 말은 17세가 기준점이었던 것이다.
“어떤 초딩 친구가, 인스타가 늙었다고 말하더라”고.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건실한 고교생 B는, 아직은 어색한 나의 설명을 듣더니 함박웃음을 지었다.
‘인스타는 늙지 않았다’. 그런 의미를 내포한 웃음이라 굳게 믿는다. 처졌던 어깨가 되살아났다. 나는 아직 젊은 것이다.
인스타가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인스타로 초등학생 앞에서 허세 부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