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농업박람회 나네나네
오늘은 음베야의 한국인 소풍날이다. 나네나네라 불리는 농업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행사기간 팔 일 중 다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하루를 잡았는데 그게 오늘이다.
한국인이라고 해봐야 선교사 가족 네명과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 넷, 달랑 여덟명이었는데 최근에 선교사님을 도우러 온 미래씨가 합류해 아홉명이 되었다. 선교사님 가정이 구심점이 되어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도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큰 행사가 있는 날은 예외없이 우리의 축제일이 된다.
느즈막히 점심을 먹은 후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곧 차가 서며 미래씨가 손짓을 한다. 김 선교사님은 니엘과 나엘이 갑자기 열이 나서 동행을 하지 못하고 강목사님과 미래씨만 오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후 신자씨가 합류하고, 마지막으로 창우씨와 학섭 선생님이 합류한다.
나네나네 버스 정류장을 지나자 곧 행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자, 길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부스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이 행사는 이곳에서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민의 80퍼센트가 넘는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는 곳이니 너무나 당연하다. 4개월 전부터 농작물을 재배하고 준비를 시작해 행사 기간에 선을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의 꽃 박람회 같다고나 할까?
농업 박람회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의 부스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초입에는 가전용품들이 자릴 잡고 있다. 우리에게는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제품이지만 이곳에서는 첨단 용품이 되어 진열되어 있고, 옆에서는 제품 시연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구경만 할 뿐 구매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듯하다.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화덕이다. 어느 건축가의 아프리카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제법 유명세를 타던 그가 어느날 아프리카로 왔고, 열악한 부엌 환경 때문에 병에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생적이며 간편한 화덕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 당시만해도 돌 세개를 삼발이처럼 놓고 그 안에 숯불을 피워 조리를 했기에 실내 공기를 더럽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 다시 방문한 그는 화덕을 잘 사용하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마을을 돌아보았는데 정작 화덕은 장식품이 되어 있었고 예전의 생활 방식으로 돌아가 있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많은 노력 덕분인지 지금은 화덕을 모두 사용하고 있을 뿐더러 진보를 거듭해 다양한 모양과 방식으로 변해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소와 돼지, 닭, 토끼 등도 있었는데, 나의 호기심을 끈 것은 동물의 분비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등을 밝히는 시스템이었다. 나처럼 문외한도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그림을 겹드린 설명을 읽으며 신기해 하고 있었더니 학섭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사용되고 있다고 하신다.
약재도 있었는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 중 하루 한 두개의 열매만 먹으면 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식물이 특히 인기가 있어 한국의 가족들을 위해 샀다.
견과류 코너와 유제품 부스도 우리에겐 좋은 쇼핑 장소였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마카다미아와 치즈 등을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니 뭐니 해도 박람회의 꽃은 오래전부터 공을 들인 농작물들. 나름의 방식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 시선을 끌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먹음직한 딸기를 보며 하나 따먹으면 안 되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로 듣고 순진한 아가씨는 난처한 표정을 짖는다. 농담이라고 하자 다행이라는 듯 얼굴이 환해진다.
파, 마늘, 양파, 상치, 무우, 당근, 양배추 등을 비롯해 다양한 야채가 재배되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것은 쌀포대에 흙을 담고 중간중간에 구멍을 뚫고 다양한 종류의 채소 모종을 심어 실내 농장용으로 꾸며 놓은 것이다.
전시장을 돌아보느라 피곤해진 우리는 향토 음식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음식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이곳의 국민음식이랄 수 있는 칩시 마야이(튀긴 감자에 계란물을 부어 빈대떡처럼 부친 음식)와 꼬치구이, 음료수와 맥주가 전부였다. 농업 박람회답게 각 지방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향토 음식이나 음료수, 손으로 빚은 전통술 같은 것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나나나 사탕수수 등으로 빚은 술이 있다고 들었던 까닭이다.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잠시 쉬어갈 겸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단체관람을 온 듯한 중고등학생들이 떼로 몰려와 우리를 에워싼다. 한국 배우 이름을 대기도 하고 한국어 몇 마디를 건네기도 한다. 그들 사이에 이민호가 인기가 있는지 너무 멋지지 않냐고 묻는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거나, 언젠가는 꼭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며 이곳의 한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 상사가 직접 진출해 있지는 않지만 삼성이나 엘지 등의 가전제품이나 스마트 폰은 수입상을 통해 많이 들어와 있고 한국 제품은 이곳에서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만 굉장히 인기가 있다. 비싼만큼 제값을 한다고 믿을 뿐 아니라, 한국의 제품을 쓰고 있는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마저 느낀다. 아직은 몇가지의 제품에 한정되어 있지만, 값싸고 질좋은 화장품이나 생활용품들도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8월14일
탄자니아에서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