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고 있는 범인과 진짜 범인
보도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보는 사람들 몫이야.
그들이 진짜라고 믿으면 그게 진실인거야.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는 잘못된 보도로 인해 발생되는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다.
소재도 재미있고, 전개도 빠르고, 연기도 좋다. 재미있는 영화였다. 특히 수진(이하나 분)과 허무혁(조정석 분)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허무혁의 기자생활 도중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평행을 이루며 진행되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백국장(이미숙 분)의 말과 대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한 사건이 떠올랐다. 2004년 대한민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쓰레기 만두'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쓰레기 만두는 누가 만들었을까?
2004년 대한민국에서 다수의 만두 회사가 불량한 재료로 만두를 만들다 적발되었다. 한 매체에서 이에 대한 보도를 시작하자 모든 매체들이 너도나도 1면을 '쓰레기 만두' 사건으로 뒤덮었다. 뉴스와 기사를 접한 국민들은 분노했고, 만두 제조업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 등에서도 한국산 만두 수입을 전면 금지하여 국제적 파장도 작지 않았다. 수많은 만두 제조업체가 파산 위기에 처했고, 결국 쓰레기 만두로 보도된 한 회사의 젊은 사장이 결백을 주장하며 유서와 함께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뉴스와 기사를 접하고 있다.
그러면서 별다른 의심 없이 이것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쓰레기 만두는 사실 '쓰레기로 버려지는 무'가 일부(30%) 들어간 만두를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만두소에 들어가는 무의 자투리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이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TV에 방영된 비위생적인 만두업체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즉, 쓰레기 만두는 언론에 의해 과장된 보도였던 셈이다.
약 1개월 뒤, 식약청은 무의 자투리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을 냈고, 쓰레기 만두를 제조했다고 의심받던 25개의 업체에 대해 무혐의 판결 또한 내려졌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만두 제조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이후 보도된 정정기사들은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라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쓰레기 만두'를 검색해봤다. 10년도 더 지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만두 사건이 잘못된 보도였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제대로 된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를 했던 기자들과 그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만두 제조업체 종사자들. 과연 쓰레기 만두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진실은 사실을 이긴다.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의 결말은 찝찝하다. 허무혁 기자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론은 이를 진실로 받아들였다. 범인은 피해자가 되었고, 피해자는 범인이 되었다.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침묵했고, 침묵으로 인해 그 사실을 사라졌다. 허무혁은 친자확인을 하지 않았고,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되었다.
언론은 검증된 사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할 의무가 있다. 자신의 오보로 인한 결과를 전부, 보는 사람들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 또한 언론을 접하는 우리들도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의심없이 믿은 진실에 대한 책임도 자신의 몫이며, 익명성을 등에 업고 마구잡이로 써내려간 댓글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의 몫이다.
언론에 몸담고 있는 분들 모두 자신만의 신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현실과 너무 타협하지 않고, 좋은 기사를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