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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대신 내향으로 향합니다.

추석 인사

by 무아제로

요즘은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뉴스 화면에는 고속도로보다 공항이 더 자주 비칩니다.

차 안에는 오래된 습관과 말하지 못한 마음이 실립니다.

창밖의 풍경은 달라지지만, 마음은 제자리에 머뭅니다.

명절의 풍경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누군가는 부모님께, 누군가는 해외로 향합니다.

명절의 의미는 돌아감에서 떠남으로, 의무에서 선택으로 옮겨갔습니다.


해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바깥세상이 그리 궁금하지 않습니다.

내면이 더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로,

명절은 ‘귀향’이 아닌 ‘내향(內向)’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딘가로 가기보다,

내면으로 향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밥을 챙기며 하루를 보냅니다.

시리고 흐릿한 병든 어른의 눈으로 그들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또 누군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작은 감정의 물결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그 얼굴들 속에 또 다른 자신이 비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몇 안 되는 인연들이 떠오릅니다.

안부 인사를 건넬까 하다 멈춥니다.

평소에도 연락이 드문데,

지금 인사를 건넨다 해도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 것 같지 않습니다.


떠올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얼굴을 하나씩 그려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빕니다.

“부디 평온하시길.”


사찰에 들러 절을 세 번 올립니다.

이름을 속으로 되뇌며,

말보다 깊은 인사가 오갑니다.


『장자』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

진실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말했습니다.

“가장 위대한 여행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이번 추석,

바깥으로 향하기보다

동네 카페와 사찰을 경유해

내면으로 향합니다.

세상 대신, 사람 대신,

조용히 자신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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