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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단 Jan 19. 2016

일상과 정치 단상

들이네 야옹이들 춘천이, 강릉이다
이름이 왜 춘천 강릉이냐면
들이는 춘천에서 학교를 다니고, 들이 동생 울이는 강릉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들이는 원주에서 프랑스로 갈 준비를 하고 있고 울이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프랑스 가기 전 여행을 하려고 짐을 싸던 들이가 보내준 사진인데
야옹이들 덕분인지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여행채비를 관뒀다고 했다
지금 춘강이(춘천이 강릉이 애칭이다) 사진을 올릴 자격이 내게 있는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 번째로 난 춘강이의 엄마가 아니고
두 번째로 춘강이 어머니께 허락을 구하지 않았고
세 번째로 춘강이는 날 집사 취급도 해주지 않기 때문인데
여하튼 올려 버렸다
들이는 프랑스로 떠날 날이 이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얘기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슬퍼졌다
들이와 나는 열흘 후면 적어도 일 년 정도는 보지 못하고 살아야한다
어쩌면 춘강이도 그걸 안 게 아닐까
그래서 프랑스로 떠나는 짐이라 생각하고 만류한 게 아닐까
가지마 인간 넌 내 아침밥을 챙겨줘야지
(들이의 역할은 아침밥 주는 인간 정도다 아니, 인간 취급도 안해줄 때가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들이가 프랑스를 가는 게 그녀에게 훨씬 좋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잘 다녀 오라고 보내줄건데
막상 들이가 없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니 막막해졌다
들이는 프랑스에 있고
남자친구는 복학해서 학교를 다닐 테고
나는 한 번 더 휴학해서 여기 이렇게 있을 텐데
남자친구는 내가 보러갈 수 있지만
이 지저배를 보러 가는 건 원할 때마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이제야 이 이별의 의미가 심각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들이가 견디는 시간 만큼 나도 견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견디고 있다
나도 견디고 있다
앞으로도 견딜 것이다
삶은 곧 견디는 것이니,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견뎌야 한다
인간은 강한 존재는 아니지만 누구라도 견뎌야 한다
견뎌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친구에 대한 걱정도 늘기 시작했다
얼마 전 휴학생 주제에 오빠들이 초대해서 전공 엠티를 다녀왔는데
남자친구가 같은 과 학생인지라 왠만한 과사람들이 그를 알고 있는데
하필 신입생들이 이쁜 애들이 많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하지만 난 남친을 믿는 사람이고, 또 남친이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남친을 믿는다 말했더니 학회장을 했던 오빠가 하는 말이
"남자 너무 믿으면 안 돼"
라고 했다
참고로 학회장을 했다는 그 오빠는 학생회를 했던 나를 잘 챙겨준다
심란해졌다
얼마 전 얼굴도 봤는데
정말 즐겁게 잘 놀았는데
그래도 심란해졌다
오빠는 공부하느라 바쁠 것이고
그러다 혼자 지쳐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다 매일 얼굴을 보지 못하는 내게서 멀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담
엄마가 사랑은 참 귀찮고도 어려운 거라고 말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하나하나 신경써야 하는 불편함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그 무게를 졌을 때 돌아오는 보상은 너무나 달다
보상 없이 지는 무게는 싫다
들이를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들이와 떨어져 있는 것도 무섭고 오빠와 떨어져 있는 것도 무섭다
작년 한 해를 떨어져 지냈어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큰 사람이라는 착각을, 오만을 갖고 있던 것 같다
나는 한참이나 부족하고 작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큰 사람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싶다
어떤 이에게 강하다고 말하는 건 해선 안 되는 것 같다
인간은 너무나 약한 존재인데
그럼에도 모두가 나름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는 놀랍다는 처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오빠도 짊어 지고 있는 무게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내가 그걸 알아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그는 처연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강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처연하다
나도 오빠도 처연한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아주아주 다른 단상을 써보자면 안철수 신당에 관한 것이다. 전원책 변호사가 썰전에서 안철수를 향해 한 말이 있다.
   "진짜 새 정치를 하시라"
   나는 안철수 신당에 낙관적인 생각을 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던 사람이었다. 정치가 다 그렇지 뭐. 뭐 다르겠어. 문재인 안철수 연대와 그 연대가 깨지는 과정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일 거란 생각. 하지만, 약간의 기대를 걸었던 데에는 워낙 안철수의 "새정치"가 언론과 국민사이에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의 "새정치"라는 브랜드를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니었다.
   jtbc 뉴스룸에서 진행한 신년특집 토론을 보며 안철수 신당 측의 유대는 없으나 유대의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에 이게 뭘까 싶었고, 새로 영입한 "인재" 라는 사람들이 정말 새로운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던 데다가, 당원들이 요즘 보이는 행보, 예를 들면 이승만에 대한 언급과 이희호 여사를 찾아간 일이라던지 같은 것들이 표를 의식한 것들이었다는 점에서 역시 똑같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변호해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당의 정체성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어쨌든 선거는 누가 더 많은 표를 갖느냐에 달린 것이니 표를 의식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당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했던 "유대는 없으나 유대할 수도 있다"는 건 문재인 대표와 이루었던 연대가 안철수 대표의 뜻과 맞지 않았다는 의미라 생각하기로 했다. 안철수 대표의 뜻에 맞는 연대라면 할 의향이 있다 이런 의미겠지 뭐.
   하지만 그가 영입한 인재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다. 유시민 작가가 아주 좋은 비유를 했다. 패티김, 나훈아 같은 가수들을 모셔 놓고 자 여기 새로운 아이돌입니다- 하면 누가 믿겠냐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좋지 않은 가수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미 국민은 그들이 어떤 정치를 했던 인물인지 알고 있다. 새롭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새롭지 않은 그들이 선보일 정치가 새로울 수 있을까.
   국민의 당, 새정치 라는 건 새누리당과 혁신하겠다며 이름도 수차례 바꾼 더불어 민주당에게 질린 국민들을 타겟으로 잡은 프레임임이 분명하다. 전원책 변호사는 국민을 위하지 않는 당이 어디 있느냔 말을 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기존의 정치가 국민을 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저 프레임에 반응했던 것이고, 안철수 신당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리라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그는 기대에 제대로 된 부응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국민은 그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인이었다는 걸 알고 등을 돌릴 것이다.
   확실한 건 그는 지금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그는 신중해야 한다. 그가 정말 새로운 걸 보여주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존재들이다.
   진짜 새 정치를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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