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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단 Apr 13. 2016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

듀라한은 사정이 생겨 잠시 비공개로 돌리겠습니댱-


   나 왜 도대체 글도 안 쓰고 책도 안 읽고 뭐하는 거지. 지금 나의 지난 몇 달의 생활을 돌아보며 왜 그렇게 살았나, 그래서 뭐 하겠나 싶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어차피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건데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내일부터 더 열심히 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발랄한 생각도 하고 있다. 기분이 아주 발랄하다. 들이가 자신을 위한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고, 자신을 위해 맛있는 밥도 해 먹고 자신을 위해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열심히 살고 싶다고, 그게 꿈이라고 했었는데, 내가 원하는 게 그거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살면 좋을 텐데. 그런데 나는 새벽 여섯시가 다 돼서 자는데다 오후에 일어나니 아마 현모양처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또, 내 책상은 항시 더러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깨끗하게 마음을 접어야겠다 싶은데 글만큼은 그 마음을 접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도, 미시마 유키오도 전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미시마 유키오가 나는 차라리 더 좋았고, 지금은 가즈오 이시구로를 읽고 있고, 서정성을 좋아하지 않지만 괜찮은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쨌든 오늘은 늦었으니 관두고 내일이라도 좀 읽고 쓰는 걸 다시 시작해야겠다.


   문학동네 계간지를 처음 사 보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했다. 음 별루네요 이거. 그닥 흥미롭지 않은 구성에다 그닥 흥미롭지 않은 내용인 것 같아 그닥. 음. 별루네요.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다. 다만, 이승우 작가에 대한 내용은 흥미가 가는데, 그 이유는 내가 후장사실주의 문학 그룹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그들이 무슨 문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 스스로도 뭐라고 정의를 내리지를 못한다. 거기다 우습게도 나는 그들의 책을 읽지 않았다. 단지 하나, 정지돈 작가의 악스트에 실린 단편 하나만을 읽고 호감을 가진 게 전부다. 처음 그의 작품을 읽었을 때는 이게 뭘까 이렇게 쓸 수 있는 건가 이게 소설인건가 싶은 낭패감이 들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이 상해 다시 읽어 보았고, 그제야 조금씩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론은 아주 마음에 들었어! 이 작가 진짜 꼭 크게 클꺼야! 싶었다. 생각해보니 나 지금 이상우 작가와 정지돈 작가처럼 문장을 길게 늘여서 쓰고 있구나. 나 원래 이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하튼, 한국문단이라 하면 아주 전형적인 무언가가 떠오르는데, 문장을 중요시 생각하고 뭔가, 음 뭐라 말로 못하겠군. 여하튼 문단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거기서 멀리 비껴가 있는 그룹이고, 그래서 아주아주 좋아한다. 그들이 실존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써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상우 작가를 조명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그의 단편집을 꼭 사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문학동네 계간지에서 얻은 건 그게 다다. 나는 악스트가 더 좋다. 물론 3호는 읽긴 읽었으나 리뷰도 안했고, 4호는 사지도 않았지만. 5호는 살테다. 4호를 사지 않은 이유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였는데 뭔가 난리가 났던 것 같다. 장르문학가인 듀나를 인터뷰 했는데, 악스트 측에서 듀나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는 말이 많이 나온 모양이다. 읽어보고 싶은데 여기저기 품절이다. 누구 저한테 파세요. 5호의 메인 인터뷰이는 파스칼 키냐르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관심이 아주많이 가는 작가라 기대중이다. 의식의 흐름이라 죄송한데 4호에 후장사실주의 그룹 중 대표적 한 명인 박솔뫼 작가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고 한다. 정말 누구 악스트 4호좀 저한테 파세요.


   내일 선거날이라 쉬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알바시렁. 힝. 막 단체손님 아홉 명이 와서 전부 다른 메뉴를 시키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생과일쥬스, 스무디류를 시키면 더더욱 눈물이 앞을 가린다. 블렌더 씻는 거 귀찮아.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블로그 말고는 없어서 외롭다. 들이는 프랑스갔다. 엄마가 동아리를 들어보라 했는데,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방에는 그런 게 없어. 그리하여 낙담하고 슬퍼하는 중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어차피 인간이란 게 원래 외로운 존재들인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꼭 굳이 동아리에 들어 글에 관련한 활동을 해야 하는 걸까 싶어 관두기로 했다. 거기다가 동아리에 들면 글을 꼭 써야만 할테고, 그렇다면 쓰기 싫어질 게 분명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까지는 하라는 건 성실히 하는 학생이었는데, 대학 오고 나니까 하라는 건 전부 하기 싫어진다. 하지 말라는 건 하고 싶고. 판도라가 상자를 연 이유도 열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거 꼭 열어야해! 하고 말했다면 판도라는 상자를 열지 않았을 것이다. 여하튼, 그러니까 나는 글을 쓰지 않게 되어버릴 것이고 그래서 그냥 안 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저런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중년 나이의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모두가 외로운 거잖아. 근데 친해지고 싶은데.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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