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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곤지 May 03. 2019

내 일을 위임하는 법을 배우다

시간은 유한하다

19.05.03 / 06:40 am 글쓰기


'일'에 있어서 나에게는 쓸데없는 욕심이 있다. 내 영역에 있는 일들에 대해서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다 챙기고 싶은 욕심. 결국엔 잘하고 싶은 욕심과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 그 묘한 어딘가에서 나오는 욕심인 것 같은데, 때로 이 욕심은 나를 자극하고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긴 하지만, 때로는 이 욕심이 나의 성장을 옭아매는 밧줄이 되기도 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가 해야만 하는 일, 내가 하진 않아도 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필요하지 않는 일들이 다수 생긴다. 흔히 말하는 짜치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자잘한 운영 업무부터 큰 방향을 그리고 기획하고, 실행하는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까지.


사회초년생일 때는 어떤 일이든 시키는 일을 잘 하고, 주어지는 일을 어떻게 더 잘할지 고민만 하면 되었다면 조금씩 연차가 쌓이기 시작하니 어렵더라도 어떤 일은 내가 해내야만 하고, 어떤 일들은 꼭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때론 주니어에게 기회를 주었을 때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욕심과 안하면 아쉬운데...하는 계륵같은 마음에 내가 꼭 부여잡고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아이젠하워의 ABC 분석 [출처=엔터스코리아]


A형 (중요하고 긴급한 일) : 위기, 당면한 문제, 마감시한이 임박한 프로젝트, 중요한 모임 등
B형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 준비, 예방, 가치가 명료한 일, 계획, 관계를 구축, 필요한 휴식, 임파워먼트
C형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 불필요한 방해물, 불필요한 보고서, 중요하지 않은 회의, 전화, 우편, 다른 사람의 사소한 일 등
휴지통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 쓸데없는 전화, 시간 낭비, 지나친 휴식과 인터넷 서핑 등



분별할 수 있는 지혜, 버릴 줄 아는 용기


주니어에서 점점 연차가 쌓일수록 해야 하는 일과 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필요해진다. 내가 잘하려는 욕심을 부려야 하는 일과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연차가 쌓일수록 그 사이 지점에서 나의 성장을 위해서 똑똑하고 전략적으로 일을 선택하고 과감히 위임하고 축소하고 삭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일감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는 잘 안 옮겨질 때가 많다. 여전히 내가 키를 잡고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하고 싶을 때가 많다. 물론 시간이라는 자원을 무한적으로 쓸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은 유한하다. 나의 체력과 에너지, 시간은 유한하다. 일 또한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을 지켜내고 내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괜한 곳에서 다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괜한 곳에서는 힘을 빼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성장을 위해선 오히려 다 잘하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일을 선택하는 지혜가 더더욱 필요한 시기도 있다. 꼭 모든 일을 부여잡고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욕심부리다보면 결국 나 또한 딱 그만한 생각과 행동의Boundary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배들에게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나 또한 나에게 많은 기회와 자율성, 책임을 주었던 선배들 덕분에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고, 실패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성장할 수 있었듯이, 나의 후배들에게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움켜지고 있으면 결국 나도 그들도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어른이 된다는 것


인생에 있어서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올바르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분별하고, 하지 못하는 것은 빠르게 인정하고,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의 어렸던 나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 자존심을 세우고 인정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다. 내가 하지 못한다는 것,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역량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었다. 특히나 내가 하고 싶고 동경하는 것인데, 내가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 수록 지혜로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를 잘 아는 것이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사람. 내 주제를 파악한 사람이라고 할까. 이것은 단순히 현실을 인정하고 한 풀 꺾인 채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가진 자원을 극대화하여 강점으로 뾰족하게 만들고, 내가 할 수 없고 자신 없는 것들은 과감하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포기할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


아마 그런 어른이 진짜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난 여전히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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